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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주 골라 장기 투자” … 40년 된 펀드 ‘불혹’의 원칙

중앙일보 2010.09.06 19:15 경제 10면 지면보기
‘불혹’을 맞은 대한민국 1호 펀드 ‘안정성장1호’가 최근 ‘하나UBS 대한민국1호’로 이름을 바꾸고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1970년 5월 시장에 나온 이 펀드(증권투자신탁기금)는 97년 국내 첫 펀드로 기네스 인증까지 받았다. 하지만 2000년 설정액이 1400만원까지 줄며 사라질 위기를 겪었다.


대한민국 1호 ‘안정성장 1호’ 설정 운용자에게 물었더니

한국투자공사 운용역으로 40년 전 이 펀드를 내놨던 이은학(73) 전 대한투자신탁 상임감사와 현재 이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장현진(43) 하나UBS자산운용 이사가 만나 펀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얘기했다. 그리고 40년의 세월에도 변하지 않는 펀드 투자의 원칙 하나를 이끌어 냈다. “저평가 주식을 골라 오랫동안 투자하라.”



40년 전 국내 최초 펀드인 ‘하나UBS대한민국1호’(당시는 ‘안정성장1호’)를 운용했던 이은학(왼쪽) 전 대한투자신탁 상임감사와 이 펀드의 책임매니저인 장현진 하나UBS자산운용 이사가 1일 서울 여의도 하나UBS자산운용 본사에서 만났다. [김경빈 기자]
▶장현진=당시 수익률이 굉장합니다. 운용 첫해인 70년 27%, 이듬해 34.6%, 3년째인 72년의 수익률은 56.5%였습니다. 인기가 대단했을 듯합니다.



▶이은학=처음에는 팔기 힘들었어요. ‘투자신탁’이 뭔지도 몰랐으니까. 자금 여유가 있는 기업체나 주식 투자를 하던 개인들에게 분산투자 상품으로 소개했습니다. 공금리(기준금리)보다 나은 수익률을 내니 투자자도 늘어나더군요.



▶장=상장 회사가 적었을 텐데 투자는 어떻게 하셨습니까.



▶이=한국전력과 대한중석, 제일은행 등 비교적 건실한 회사의 주식을 사들여 운용했습니다. 말하자면 우량주인데 11개 정도 됐어요. 그때는 투자할 종목이 몇 개 없었어요. 요즘은 투자할 곳이 많아서 좋을 듯합니다만.



▶장=종목과 정보가 너무 많아 오히려 어렵기도 합니다. 애널리스트로 구성된 리서치팀에서 운용하는 ‘대한민국1호’는 기업 분석을 바탕으로 저평가 주식을 편입하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최근 1년 수익률(17.88%)은 코스피(10.64%)를 앞서고 있습니다.



▶이=그때도 전략은 지금과 비슷했어요. 73년 중반 중동전이 발발하고 석유 파동을 겪으며 주식시장이 얼어붙었습니다. 우량주도 덩달아 하락했죠. 당시 한국투자공사 조사부의 분석력이 강했어요. 조사부의 분석을 바탕으로 많이 떨어질 주식이 아닌데 시장 상황 때문에 주가가 내려갔다면 투자를 늘리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저평가 주식에 투자한 셈이죠.



▶장=성과는 어땠습니까. 환매 요구는 없었나요.



▶이=74년 수익률은 예년의 절반도 안 되는 17.5%로, 공금리(16.8%)보다 조금 나았죠.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으니 앞으로의 전망을 제시하며 고객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고전했죠. 그래도 저평가 주식에 투자한 전략이 주효해 75년 수익률은 44.8%였어요. 참고 기다린 고객은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장=회사의 실적이나 성장성이 분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주가가 뛰어오르는 시점이 있게 마련입니다. 투자자가 그때까지 참고 기다릴 수 있게 하는 것도 운용하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이고요.



▶이=경제가 흔들리고 주식시장이 약해지면 목표했던 수익률을 못 낼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투자 기간을 길게 잡고 가면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는 순간이 옵니다. 결국은 장기투자가 중요한 것이죠.



▶장=장기 투자가 자리 잡으면 주식 시장이 건강해지고, 개인투자자의 자산도 늘어나는 선순환이 가능해집니다. 단기 수익률에 연연하면 안정적 운용이 어렵고 시장도 흔들리게 됩니다.



▶이=예전 시장은 폭등·폭락하는 등 변동폭이 컸어요. 차명 계좌를 이용해 작전하는 투자자도 많았고요. 지금 주식시장은 상당히 안정돼 있습니다. 종목수도 다양해지고 변동폭도 예전에 비해서는 작은 편이죠. 펀드매니저를 투자 안내자로 생각하고 도움을 받으면 좋을 겁니다. 펀드매니저도 정확한 분석 등을 통해 투자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장=환매 사태가 보여주듯 펀드에 대한 투자자의 실망이 큽니다. 자산운용사가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겠죠. 그럼에도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 등을 감안하면 펀드에 투자해 안정적 수익을 추구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나라 경제가 성장하려면 주식시장이 좋아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펀드 시장의 성장도 꼭 필요합니다. 이런 조건이 갖춰져야 ‘대한민국1호’도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정리=하현옥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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