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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통일엔 돈 든다, 준비하자” 집권 초부터 구상

중앙일보 2010.09.06 01:11 종합 4면 지면보기
“이번 8·15 경축사에선 통일세 관련 구상을 밝히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


‘통일세’ 제안 배경엔

지난달 광복절 직후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한 얘기다. 이 대통령은 이미 7월에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 몇 명만 불러 “이번엔 통일세 논의 제안을 꼭 경축사에 넣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번엔, 꼭…”이라고 한 건 이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때도 같은 고민을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엔 “경기가 나빠 조세(租稅) 저항만 초래할 것”이라는 참모진의 반대로 뜻을 접었다.



이 대통령이 통일세 구상을 하게 된 건 언제일까. 이 분야에 정통한 청와대 한 참모는 “집권 초인 2008년 6월 무렵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통일정책을 분석한 보고서를 이 대통령에게 제출했다고 한다. “10년간 ‘화해’를 위한 시도만 있었지 ‘통일’을 위한 준비는 없었다. 통일세 등 통일비용을 준비해야 할 때”라는 취지의 보고서였다. 이 대통령은 이 보고를 받은 뒤 “통일세는 언젠간 다뤄야 할 것”이라며 “장기과제로 연구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이 통일세에 집착한 게 집권 초라는 사실은 중요하다. 남북관계가 경색되기 전부터 고민해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본격적으로 꼬이기 시작한 건 2008년 7월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사건이었다.



청와대 안보라인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뇌졸중도 2008년 8월의 일”이라며 “이 대통령의 통일세 관련 제안은 일각에서 비판하듯 ‘대북 대화가 안 되니까 내놓은 꼼수’나 ‘흡수통일을 위한 강경책’과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일엔 돈이 들고, 그 비용은 미리 준비해놔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오래된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2007년 대권 후보 시절 이 대통령의 대표적인 대북정책 공약이 ‘비핵·개방 3000’이다. “북한이 비핵화와 개방에 나서면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가 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내용이었다. 북한의 소득 목표를 3000달러로 정한 게 바로 이 대통령이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소득이 3000달러는 돼야 집집마다 냉장고가 놓인다. 그 정도는 돼야 통일이 돼도 경제적 충격을 버틸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캠프 참모들은 전했다. 이들 중 한 명은 “이 대통령이 통일 관련 공약 아이디어를 내면 ‘거기에 드는 돈은 어떻게 마련할 거냐’고 따졌다”고 기억했다.



◆특별취재팀=한경환·허귀식·이영종·채병건·정용수·이철재·정효식·남궁욱·전수진·천인성·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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