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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으로써 살아난 사람 많아”

중앙일보 2010.09.06 00:44 종합 18면 지면보기
지난해 대검찰청 중수부장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52·사진) 변호사가 조현오 경찰청장의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해 “틀린 것도 아니고, 맞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또 “여야가 (내가) 청문회에 나오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해놓고 고발하는 건 무슨 경우인가”라고 말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중앙일보 일요판 신문인 ‘중앙SUNDAY’ 5일자에 따르면 이 변호사는 최근 중앙SUNDAY 기자와 두 차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5월 노 전 대통령의 자살로 수사가 중단된 뒤 ‘과잉 수사’라는 비판 여론에 밀려 검찰을 떠났다.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자 “출석해 있는 대로 말하겠다”고 했으나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불출석 입장을 밝혔다. 그는 청문회에 나가지 않아 국회로부터 고발당한 상태다.


이인규 변호사 중앙SUNDAY 인터뷰

이 변호사의 이번 발언에 대해 검찰은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한 검찰 관계자는 “조 경찰청장 명예훼손 고소·고발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직 검찰 간부가 과거 수사에 관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앞서 노 전 대통령 수사팀은 “조 청장 발언은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다음은 이 변호사와 ‘중앙SUNDAY’ 기자의 일문일답.



-청문회에 왜 불출석했나.



“야당도 여당도 내가 나가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또 고발하는 건 무슨 경우인가.”



-누가 나오지 말라고 했나.



“(누가 그랬는지) 말할 순 없지. 나도 약한 변호사인데. 여에도 있고 야에도 있다. (순간 흥분하며) 그런 사람들이 날 고발해? 정부 고위직도 있고 야당의 유력한 정치인도 그런 얘기를 한다는 걸 전해 들었다.”



-조현오 경찰청장 발언이 청문회 직전에 공개됐는데.



“틀린 것도 아니고, 맞는 것도 아니다. 차명계좌의 법적 개념이 모호하다. 조현오 청장이 어떤 얘기를 어디서 듣고 그런 얘길 했는지는 모르겠다. 검찰이 ‘그런 것 없다’고 했는데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하면 될 것을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비운의 중수부장이란 얘기를 많이 듣지 않나.



“내가 (대검 중수부장으로) 딱 6개월 하고 그만뒀다. 박연차 한 사건 하고 그만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받은 게 적다. 대통령은 순수했다. 내가 사실 SK 수사, 롯데 수사 하면서 노 전 대통령 측근을 많이 잡아넣었다. 그런데 날 검사장으로 승진시키더라. 그래서 이 사람들이 생각은 있구나, 측근을 잡아넣어도 사람 평가는 제대로 하는구나 하는 생각은 했다.”



-박연차 전 회장의 돈은 어디로 또 흘러갔나.



“지금 야당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정치인도 박 전 회장한테 돈을 받았다. 최소한 1만 달러다. 그런데 여러 정황상 범죄를 구성하지 않아 더 이상 수사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노 전 대통령이 죽음으로써 살아난 사람이 여럿 정도가 아니라… 많다.”



-노 전 대통령과 박 전 회장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나.



“재임 중 두 번 만찬을 했다고 한다. 한 번은 노 전 대통령, 권양숙 여사 등과 함께 청와대 사저에서 만찬을 하는데… 권 여사가 계속 아들이 미국에서 월세 사는 얘기를 했다는 거다. 돈이 없어 아들이 월세 산다고. 박씨는 그걸 ‘돈 달라’는 얘기로 알았다고 한다. 나중에 집 사는 데 한 10억원 든다고 하니까 그 자리에서 박 전 회장이 ‘제가 해 드리겠습니다’라고 그런 거지.”



한편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 변호사의 말은 차명계좌인지, 추가계좌인지 하여튼 (이상한) 돈은 있다는 것”이라며 “(야당이) 자신 있다면 특검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수사를 담당했던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조강수·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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