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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뚝딱뚝딱, 두 남자의 ‘미니 서재’

중앙일보 2010.09.06 00:29 경제 22면 지면보기
서재는 책을 위한 방일 뿐만 아니라 나의 휴식과 취미의 공간이다. 집이 커야만 서재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작업실·침실을 책이 있는 공간으로, 일러스트 작가 SABO-번역가 조동섭씨

20~30평대 아파트에도 꼭 별실이 아니어도 찾아보면 공간은 나온다. 작은 자투리 공간과 아이디어, 그리고 책장을 대신할 몇 가지 도구만 있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만들 수 있다. 별도의 책방 없이 독특한 ‘나만의 책 공간’을 즐기는 두 명의 남자로부터 방법을 들어봤다.



글=서정민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책꽂이에 알록달록 수집품들, 개성 만점 작업실



일러스트 작가 SABO씨는 책장에 커피잔과 포트, DVD, CD 등도 진열했다. 서재는 책 읽는 것뿐 아니라 일상을 즐기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일러스트 작가 SABO(본명 임상용·43)씨의 작업실 귀퉁이는 마치 전시장 같다. 이 공간의 주인공은 책이다. 단아한 서재의 느낌은 아니다. 일단 색이 아주 알록달록하다. 수집하는 종류가 디자인·아트 관련 책이라 책 자체에도 색이 많다. 그런데 책꽂이에 책만 놓인 게 아니다. 작은 인형부터 카메라, 커피포트, 머그 잔, CD와 DVD 등 자잘한 소품들의 색깔도 만만치 않다. 벽에 걸린 작품도 눈부실 만큼 화려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덩어리를 차지한 책장이 오렌지색이다. “1950년대 독일의 약국에서 쓰던 약장이에요.”



SABO씨에게 서재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그는 책을 읽고 커피·와인을 마시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잠도 잔다. 그에게 서재는 ‘자신의 수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SABO씨는 1960년대 독일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제품을 사랑한다. 90년대 말 독일 유학시절부터 벼룩시장을 돌며 하나씩 사모은 게 2005년 귀국할 때는 컨테이너 10대 분량이 됐을 정도다. 그 중 일부는 7월 한 달 동안 서울 청담동 PKM 트리니티갤러리에서 ‘바우하우스 & 모던 클래식-사보 컬렉션’전에 전시됐다. “틈틈이 소품을 교체하는데 전 그때가 좋아요. 화장실 다음으로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는 시간이니까요.”



SABO씨는 독창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다면 고정관념부터 버리라고 말했다. “비싼 돈을 들여 고급 책장을 사야 하고, 책장의 생김이 모두 네모반듯한 틀을 갖고 있다면 얼마나 지루하겠어요. 낡아서 안 쓰는 화장대·서랍장·어머니가 쓰시던 부엌 찬장을 책장으로 쓰면 안 되나요? 바닥에 탑을 쌓듯 늘어놓아도 충분히 감각 있어 보이죠.” 그는 책장보다는 차라리 공간의 조명에 더 신경쓰라고 했다. “인간의 감성은 조명에 아주 민감하거든요. 불 밝기를 조절할 수 있고 디자인도 멋진 조명은 책 읽는 시간을 영화 속 장면처럼 근사하게 연출해 주죠.”



바퀴 달린 이동식 책장으로 침실을 아늑하게



번역가 조동섭씨의 침실 풍경. 이동식 책장을 가벽처럼 이용한다.
번역가인 조동섭(45)씨의 집은 ‘집안의 반이 책’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울 만큼 책은 많은데 방은 2개뿐이다. 그나마도 침실과 옷방으로 쓰고 있다. 그래서 침실에도 책을 잔뜩 들였다. 대신 구성을 좀 남다르게 했다. 침실 한쪽 면에 큰 책장을 들인 것은 평범하다. 그런데 방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퀴 달린 이동식 책장이 벽처럼 오른쪽 공간으로 쏠리는 시야를 가로막는다. 일종의 가벽인 셈이다. “벽을 마주 보고 책상에 앉으면 늘 의자 뒤쪽이 허전했어요.” 집중력을 높이고 아늑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키 높이만 한 이동식 책장을 놓았다. 작업이 한창일 때는 이동식 책장으로 의자 뒤쪽을 가렸다가 방을 넓게 써야 할 때는 벽면으로 붙여놓는다. 이 책장에는 그때그때 번역에 필요한 전문 서적들을 교체해서 꽂는다. “포인트는 자료와 책을 수시로 옮겨둘 수 있게 손이 잘 닿는 한 칸을 비워두는 거예요. 그만큼 책상은 넓게 쓰고 자료 찾기는 쉽죠.”



조씨만의 ‘책장 노하우’는 또 있다. “되도록 좋은 브랜드의 책장을 구입하세요. 내구성도 좋고 비슷한 규격, 스타일의 책장을 꾸준히 생산하기 때문에 새로 책장을 구입할 때 좋아요. 같은 브랜드의 것을 사면 기존의 것과 분위기를 통일하기가 쉽죠.” 일정한 폭의 책장을 한 단씩 사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책장을 위로 옆으로 넓히는 데 편리하고, 창틀 밑 자투리 공간에 두기도 좋다. “얇아서 힘이 없는 잡지나 신문 스크랩은 마분지 소재의 파일상자에 담아두면 깔끔하게 정리되죠. 책장 한 단에 10개 정도의 종이박스를 나란히 꽂아두면 멋진 인테리어 효과도 나죠.”






베란다, 식탁 아래 작은 책장을 … 숨은 공간 활용하세요



집 안 곳곳에 숨은 공간들을 찾아내 서재 공간을 꾸미는 것도 재미있다. 복도나 벽, 침실이나 옷방으로만 쓰이던 공간이다. 인터넷 쇼핑몰·마트에서 파는 다양한 종류의 선반·MDF 박스로 이 자투리 공간에 책장을 넣으면, 그곳이 서재가 된다.



자투리 공간 찾기



1 TV장·수납장·책장의 기능을 조합한 ‘월플렉스’ 가구. 2 건물 골조 양쪽에 생긴 자투리 공간에 선반을 붙이고 책상을 들여서 작은 서재를 꾸몄다. 3 키 낮은 책장은 창문 아래 공간에 서재를 꾸밀 때 유용하다.
● 건축법상 확장 공사가 허용되면서 베란다였던 자리에 자투리 공간이 많이 보인다. 건물 지탱을 위한 기본 골조는 그대로 둬야 하기 때문에 기둥 뒤쪽 벽 끝에 움푹 들어간 작은 공간이 생기기 쉽다. 이곳에 책상을 두고 위쪽에 선반을 매달면 아늑한 책장 공간이 된다.



● 베란다 창문 앞도 야트막한 책장을 두기 좋은 공간이다. 창문을 따라 가로로 길게 책장을 두고 윗면에 방석을 깔면 책장 겸 간이 소파로 쓸 수 있다.



● 부엌 싱크대 수납장과 방문 사이 벽면에 너비가 맞는 책장을 두거나 선반을 붙이면 자주 보는 요리책을 모아 두기에 적당하다.



● 식탁 아래에 책장을 두는 것도 방법이다. 허리를 구부려야 하는 게 번거롭지만 책을 바로 꺼내 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다.



● 방 안에 낮은 키의 가벽을 만들 수도 있다. 침대와 화장대 사이, 아이방 침대와 책상 사이가 적당하다. 높이가 낮을수록 실내조명을 따로 설치하지 않아도 되고 공간도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 미처 생각지 못했던 공간도 있다. 최근 거실 한쪽 벽 전면을 책장으로 개조해 ‘월플렉스(벽 전체에 수납장+책장+TV·오디오·컴퓨터 거치대 등을 복합적으로 들여놓는 것)’를 꾸미는 게 유행이다. 이를 통해 가족들이 함께 TV를 보고, 책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가족실’ 개념으로 탈바꿈한다.



붙박이 선반이나 MDF 박스만 있으면 끝



●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붙박이 형태의 선반이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마트에 가면 길이·너비가 다양한 선반을 살 수 있다. 예전에는 ㄱ자로 꺾인 ‘노루발’이 겉으로 드러나 보기 싫었다. 요즘 선반 전문 업체들에서는 벽에 구멍을 뚫고 지지대를 숨기는 제품들을 내놓았다. 시공도 간편하고 쉽다.



● 한샘이나 에넥스 등 시스템 가구 회사들은 다양한 디자인의 월플렉스를 판매한다. 여닫이·미닫이 문, TV·오디오·컴퓨터 거치대 또는 와인 바 등을 원하는 대로 끼워 맞출 수 있다. 시공업자를 불러 개조 공사를 하는 것보다 가격도 저렴하다. 하지만 기성품이라 우리 집 벽 넓이에 딱 맞추는 건 불가능하다. 전원 스위치의 위치 때문에 작은 공사를 벌여야 할 때도 있다.



● MDF 박스는 여전히 책장 만들기에 좋은 도구다. 낱개로 하나씩 사서 높이와 넓이를 조절할 수 있다. 방 안에 가벽을 쌓고 창문 아래쪽에 길게 두는 책장으로 적당하다.



도움말 조희선(리빙 스타일리스트) 사진제공 한샘






책장 정리의 기술

비워야 채운다



시각적 배치는 작가·출판사별로




사람마다 좋아하는 작가와 장르가 있다. 출판사도 각자 미는 작가와 장르가 있다. 이 두 조합을 맞춰 보면 책을 작가·출판사별로 구분해 그룹별로 모아둘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어디에 어떤 책이 있는지 찾기가 쉬워진다. 또 출판사마다 판형과 디자인이 유사해 책 높이를 고르게 맞출 수 있어 깔끔하다.



책장 칸 배치는 읽고 싶은 순서대로



● 매일 조금씩이라도 읽겠다고 결심한 책은 손이 잘 닿는 눈높이 위치에 둔다.



● 한번 봤지만 또 볼 것 같은 책, 참고로 쓸 책은 눈높이보다 한두 칸 위나 아래에 둔다.



● 백과사전 같은 참고자료용은 눈에 잘 안 띄는 책장 맨 위 또는 맨 아래에 둔다.



● 사놓고 안 보는 책은 볼 때마다 은근히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안 보이는 곳에 두는 게 좋다.



월간지 등 미련 없이 정리를



● 책장에서 퇴출할 첫째 대상은 월간지 같은 시의성이 있는 책이다. 꼭 필요한 부분만 찢어내고 나머지는 미련 없이 버린다.



● 둘째는 관심에서 멀어진 책. 다이어트·건강식 등 한때 관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들해진 실용서들이 주 대상이다. 실용서는 수시로 나오므로 다시 관심이 생기면 새 책을 사서 보는 게 낫다.



● 셋째는 시·소설·에세이 등 문학작품. 미련은 남아도 ‘내 인생의 책’이 아니라면 그저 장식일 뿐이다.



● 마지막으로 청소년·청년기 등 성장과정에서 읽었던 책들이다. 추억 때문에 가장 꺼려지지만 내가 성장한 만큼 책장도 순환이 필요하다. 비워야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다.



버리지 말고 선물하라



내게는 더 이상 필요 없지만 필요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친구나 후배 또는 동네 공부방이나 작은 도서관에 건넨다면 보람 있는 일이다. ‘필요한 분은 가져가세요’라는 메모와 함께 아파트 입구에 두는 것도 방법이다. 가장 마지막에는 헌 책방에 팔 수도 있다. 정은숙(도서출판 ‘마음산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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