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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추석 물가 비상, 현장을 가다

중앙일보 2010.09.06 00:26 경제 2면 지면보기
지난달 31일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농민이 시금치를 캐내 한단씩 묶고 있다. 이상기후 탓에 시들고 마른 잎이 늘어 평년에 비해 작업이 더 어려웠다. 앞쪽에 버려진 시금치 잎들이 쌓여 있다. [김진경 기자]
3일 오전 6시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서귀동의 한 수산물 위탁판매장. 전날 잡아들인 갈치 경매가 한창이다. 평소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되던 경매는 이날 50분 만에 끝났다. 이날 거래된 갈치는 모두 150 상자(10㎏ 단위). 평소 700~800상자씩 거래됐지만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어획량이 평소의 25%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귀포수산업협동조합의 현상철(48) 상무는 “올 들어 유난히 날씨가 고르지 않아 제대로 조업할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았다”며 “갈치는 물론 고등어와 참조기 등 주요 어종 모두 어획량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갈치는 매년 11~12월이 제철이어서 지난해 잡아 급속 냉동 해둔 것들로 추석 선물용 물량을 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갈치 너무 안 잡혀 … 경매 50분 만에 끝

제주 한림수협에 따르면 참조기는 올 1~8월 수확량이 1127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78t)보다 37%가량 줄었다. 이에 따라 10㎏ 상자 가격이 같은 기간 5만2300원에서 7만7932원으로 치솟았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여주의 도라지 농가. 40년 넘게 도라지 농사를 지었다는 이창선(63)씨는 “도라지는 뿌리가 땅에 깊고 단단히 박혀야 하는데, 비로 땅이 물러져 농사를 망치게 됐다”며 한숨지었다. 이어 “지난해보다 20~30% 이상 생산량이 줄어들 것 같다”며 “그나마 뿌리가 얇고 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씨 옆에서 작업 장면을 지켜보던 서울 경동시장의 상인 이승숙(51·여)씨는 “올해 도라지 작황이 너무 나빠 하도 걱정이 돼 내려와봤다”며 “추석을 앞두고 주문은 쏟아지는데 물건은 안 들어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들도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주요 농수산물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작은 용량으로 포장한 ‘소포장 상품’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에서 파는 반쪽 수박, 1/4수박, 조각과일 등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이 중 수박 한 통을 반으로 갈라 파는 반쪽 수박의 매출(9월 1~5일)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0% 늘었다. 양파와 당근 등 채소를 모은 볶음밥용 모둠 채소 매출은 같은 기간 100%, 여러 가지 과일을 담은 조각과일은 34% 증가했다.



GS리테일 서일호 과장은 “2~3인 가족이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정도로 양을 조정한 ‘1000원 야채’의 판매량이 최근 50% 가까이 뛰어올랐다”며 “유통업계에 소포장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은 소포장 상품과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냉동 과일 물량을 늘리고 있다. 국산 농수산물을 대체할 수 있는 수입산 과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상당하다. GS수퍼마켓은 키위 같은 수입 과일을 적극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가 올해 추석을 겨냥해 ‘블루베리 선물세트’를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국내산 고등어 값이 치솟자 지난 7월부터 일본산 고등어를 수입해 가격 안정을 꾀했지만, 일본산 고등어마저 가격이 오르자 지금은 수입을 중단한 상태다.





유통업체들은 올 봄·여름의 이상기후가 올 한 해에 그치는 것인지, 아니면 본격적인 기후변화의 시작인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사과와 배처럼 냉동이 가능한 품목은 산지와 사전 물량 협의를 통해 비축물량을 늘릴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주요 과일 산지인 나주 외에 전주와 영천 등 대체 산지를 추가로 개발해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수산물의 경우 사전 냉동비축분을 충분히 확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말 잡은 냉동 갈치를 올해 추석 선물 세트로 내놓을 계획이다. 이 회사 수산물담당 권민승 바이어는 “갈치는 겨울이 가장 맛있는 시기”라며 “시기를 따지지 않고 우수한 물량을 냉동으로 최대한 많이 확보해 둔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남양주·여주(경기도), 서귀포·제주(제주특별자치도)=이수기·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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