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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내 친구, 도마뱀

중앙일보 2010.09.06 00:22 경제 21면 지면보기
“대학 신입생 때 동네 수족관에 전시된 도마뱀 새끼들이 모래 위에서 바둥거리는 모습이 귀여워 빠져들었죠.” 서울 면목동 최진원(26)씨의 말이다. 포털사이트 파충류 카페에서 ‘비어디 드래건(Bearded dragon)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8년째 도마뱀을 키우고 있다. 지금 기르고 있는 것만 비어디 드래건·레오파드 게코(Leopard Gecko) 등 4종류 13마리. 부화시킨 새끼까지 더하면 30마리가 넘는다. 아파트 방 3개 중 작은 방 하나는 아예 사육장이다.



요즘 애완용 동물로 도마뱀이 인기절정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입된 도마뱀은 2754마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희귀동물 전문업체 렙타일리아 배성찬 대표는 “도마뱀을 찾는 손님들이 어린이부터 40대 회사원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도대체 도마뱀이 왜 좋은지,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최씨에게 물었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촬영협조 렙타일리아



먹성 좋고 순한 비어디 드래건



사람처럼 눈꺼풀이 있고, 손가락도 다섯개인 ‘레오파드 게코’.
최씨는 2002년 용돈을 탈탈 털어 22만원짜리 비어디 드래건 새끼를 샀다. 요즘은 5만~8만원이면 살 수 있다. 비어디 드래건은 턱수염 도마뱀이라는 뜻이다. 다 자란 성체는 몸과 턱 주변에 뾰족한 가시가 돋쳐 마치 턱수염처럼 보인다. 하지만 새끼는 앙증맞다. 먹이를 주면 냉큼 받아먹고 허물을 벗으며 한 달에 손가락 한 마디씩 자란다. 녀석들은 잡식성이라 뭐든 잘 먹는다. 어릴 때는 귀뚜라미 등 곤충류를 좋아하지만 성체가 되면 채소를 즐긴다. 먹성 좋고, 쑥쑥 크는 녀석들을 키우다 보니 정이 들었다.



“지방대에 다니느라 자취하던 시절, 내가 고개를 까딱거리자 비어디 드래건 한 놈이 팔을 들어 빙글 돌렸어요. 외로운 시절을 이 놈들 때문에 견뎠죠.”



최진원씨와 그의 애완도마뱀 ‘레오파드 게코’의 다정한 모습.
비어디 드래건이 고개를 까딱거리는 건 수컷이 교미를 원하거나 자기가 더 세다고 으스댈 때다. 팔을 돌리는 건 굴복한다는 뜻이다. 2년쯤 키우니 손 위에 얹은 먹이도 덥석 받아먹기 시작했다. 최씨는 “도마뱀과도 교감이 가능하다”고 했다.



새끼 때부터 손을 탄 도마뱀은 사람을 경계하지도 않는다. 험상궂은 생김새와 달리 비어디 드래건은 도마뱀 중에서도 성격 순하기로 유명하다. 사람을 물지 않는다. 성체 비어디 드래건은 50㎝ 정도로 크고, 움직임이 느릿느릿하다. 등은 까슬까슬했지만 옆쪽으로 난 가시는 따갑지 않다. 뱃가죽은 부드럽고, 따뜻하다. 도마뱀은 냉혈동물이 아니라 변온동물, 따뜻한 피가 흐른다.



난초 같은 재미, 레오파드 게코



‘비어디 드래건’ 새끼의 모습. 지금은 작지만 2년만 지나면45~60㎝까지 자란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애완용 도마뱀은 레오파드 게코다. 몸에 표범처럼 얼룩무늬가 있어 붙은 이름이다. 도마뱀 치고는 흔치 않게 눈꺼풀이 있어 게슴츠레한 눈이 귀엽다. 잡종교배를 통해 오렌지 빛을 띠거나 알록달록한 색이 나타나는 등 다양하고 화려한 색깔을 뽐낸다. 새끼는 4만~10만원, 성체는 20만원을 넘는다.



하지만 키우기가 쉽지 않다. 야행성인지라 온도와 빛 등에 민감하다. 29~33도 사이의 온도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먹이를 거부하고 죽기도 한다. 움직이는 먹이가 아니면 잘 먹으려 들지도 않는다. 하지만 배변을 한 군데에만 하는 습성이 있어 깔끔하다.



최씨는 해외 사이트와 사육사 등에게서 키우는 법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고 했다. 야행성인 녀석이 낮 동안 숨어 지낼 수 있도록 플라스틱 박스를 엎어놓았고, 온도도 잘 맞췄다. 최씨의 레오파드 게코는 꼬리에 통통하게 살이 올라 있다. 레오파드 게코는 꼬리에 영양분을 저장하기 때문에 건강할수록 꼬리가 두툼하다. 영양분이 저장된 꼬리가 잘리면 녀석에게는 치명적이다. 또 잘린 꼬리는 제대로 재생되는 게 아니라 뭉툭한 형태로 다시 날 뿐이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꼬리 부분은 잡지 않는 게 좋다. 최씨는 “레오파드 게코를 기르는 건 난초 키우는 것과 같다”며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지만, 정성을 들인 만큼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꿀 수 있다”고 말했다.






비어디 드래건-레오파드 게코 제대로 키우려면



●열 도마뱀은 변온동물이라 29~33도 정도의 높은 온도가 유지돼야 한다. 비어디 드래건의 경우 한 군데로 빛과 열을 모아주는 스폿램프와 UVB램프가 필요하다. 빛이 부족하면 척추가 휜다. 램프 빛을 잘 받을 수 있는 곳에는 돌이나 나무토막을 놓아둬 빛을 잘 쪼이게 해준다. 밤에는 등을 끈다. 레오파드 게코는 야행성이라 램프는 큰 필요가 없지만 적당한 조명은 필요하다. 어두운 곳을 좋아하므로 플라스틱 박스에 구멍을 뚫어 엎어두는 식으로 은신처를 마련해 준다. 바닥에 전기장판을 깔아주고, 녀석들이 체온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쪽은 28도 정도로 하고 다른 쪽은 32도 정도로 둔다.



●물과 영양 비어디 드래건은 잡식성이다. 새끼일 때는 귀뚜라미·밀웜 등을 주고 성체에 가까워질수록 채소류를 준다. 특히 신선한 채소의 잎을 잘 먹는다. 레오파드 게코는 귀뚜라미·밀웜이 주식이다. 둘 중 한 가지를 먹이다 질리기 시작하면 종류를 바꾸면 된다. 이 먹이만으로는 칼슘이 부족하기 쉽다. 멸치가루를 먹인 귀뚜라미를 주거나 칼슘 보충제를 먹여야 한다. 비어디 드래건도 반드시 칼슘을 보충해 줘야 한다.



TIP 도마뱀과 먹이ㆍ용품 파는 곳



도마뱀은 거미·뱀·쥐 등 희귀동물을 파는 전문점에서 살 수 있다. 귀뚜라미·밀웜 등 먹이와 나무토막·램프 등 사육에 필요한 용품도 살 수 있다. 한 마리를 사육하는 데 초기 투자 비용은 15만원 정도. ▶렙타일리아(www.reptilia.co.kr, 02-2698-0803) ▶모글리펫(www.mowglipet.co.kr, 02-990-7188) ▶굿사파리(www.goodsafari.com, 02-474-0906) ▶쩡글(www.jjungle.com, 070-8864-130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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