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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선물 엄두도 못 내요, 생활용품 세트 드릴까 생각 중”

중앙일보 2010.09.06 00:21 경제 1면 지면보기
서울 중계동의 주부 김명희(50)씨는 4일 오후 이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9㎏짜리 수박 한 통 값이 1만5000원인 걸 보고서다. 김씨는 “지난해 이맘때는 1만원도 채 안 됐는데 너무 올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결국 반 통짜리 수박을 구입했다.


추석 물가 비상, 제주·남양주·여주 현지 르포

직장인 이준영(31)씨는 추석을 앞두고 고민이 생겼다. 명절 때 들고 갈 선물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해는 친척들에게 과일을 한 상자씩 돌렸지만 올해는 가격이 너무 올라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생활용품 세트를 드릴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격이 싸다는 대형마트에서도 과일·채소·생선 값이 많이 뛰었다”며 “차례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아 시골 집에 보태드릴 돈도 지난해보다 넉넉히 준비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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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두고 물가가 치솟으면서 소비자와 유통업체, 생산자 모두 고민에 빠졌다. 올봄 이상 저온에 태풍 ‘곤파스’ 피해 등이 겹치면서 산지 생산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사과와 배 등 주요 과일은 이미 지난해 이맘때보다 30~50% 이상 올랐다. 올해 작황이 나빴던 시금치와 대파 등은 설상가상으로 주요 산지인 경기도 북부 지역이 태풍 피해를 보았다. 시금치는 한 단(250~300g)에 2990원(이마트 기준)으로 1년 전보다 50%나 뛰었다.



차례용으로 많이 쓰이는 고사리는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산 반입이 끊기면서 가격이 올랐다.



수산물도 이상 기후로 수확량이 줄었다.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의 경우 주요 산지인 동해에 냉수대가 형성되면서 어획량이 지난해의 30% 선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지 가격이 두 배로 올랐고, 대형마트 소매가도 1년 새 32% 상승했다.



수확량이 줄면서 농·어민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에서 시금치 농사를 하는 김영희(69·여)씨는 “예년엔 비닐하우스 한 동에 보통 1000단, 많으면 1500단 이상씩 나오는데 올해는 한 동에 300~400단도 안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올봄 이상 저온과 여름철 폭염으로 시들어 죽은 잎을 일일이 골라내고 묶으려니 일이 더 힘들다”고 덧붙였다.



유통업체들은 추석을 앞두고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또 가격이 상대적으로 덜 오른 대체재(예를 들어 오징어 생물 대신 냉동제품)를 확보해 파는 데 주력하고 있다. 롯데마트 신경환 과일담당MD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추석 물량 확보를 위해 7월 이후 산지를 돌면서 사전계약을 했지만, 올해는 5월부터 산지를 돌고 있다”며 “그래도 지난해 과일량의 60~70%밖에 확보하지 못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수기·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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