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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기부로 성장해온 세브란스 산학협력과 의료기술 수출로 재도약”

중앙일보 2010.09.06 00:13 건강한 당신 6면 지면보기
“기부(GIVE)는 기부(GIVE)를 낳습니다. 국민의 기부와 정성으로 성장해온 은혜를 최고의 의료기술과 서비스로 보답하겠습니다.”


[인터뷰] 이철 신임 연세대의료원장

지난 8월 2일 새로 취임한 이철 연세대의료원장(사진)의 세브란스병원 사랑은 각별하다. 2000년 세브란스병원 기획조정실장 당시 경제침체 속에서도 새 병원 건립을 일궈냈으며, 2007년에는 세브란스병원 120년 역사에 얽힌 뒷얘기를 책(세브란스드림스토리)으로 묶어냈다.



그는 “세브란스병원이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며 감회를 쏟아냈다.



“갑신정변이 일어난 1884년, 우정국 앞뜰에서 민영익은 일본 문물을 받아들이려던 세력에게 칼로 난도질 당합니다. 당황한 전통의(醫)들과 관리들 틈에 불려온 미국인 선교사 앨런은 민영익의 출혈 부위를 명주실로 27바늘이나 꿰맸고, 상처마다 거즈를 대고 붕대를 감은 뒤 반창고를 붙였어요. 요상한 마술로 인식하던 서양의학에 마음의 문을 열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었죠”. 이후 앨런은 고종의 신임을 받아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광혜원(추후 제중원으로 이름을 바꿈)을 설립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돈 대신 쌀·콩 등을 머리에 지고 광혜원 문을 기웃거렸고, ‘이곳에 가면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이 같은 한국의 의료상황을 전해들은 미국의 대부호 루이스 세브란스는 ‘나눔’이라는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 1만 달러(현재 돈으로 1000억원)를 아무런 대가 없이 쾌척했지요. 바로 지금의 세브란스병원이 설립된 배경입니다. 세브란스병원은 제중원 시절부터 한 번도 개인이나 기업, 재벌에 의해 운영되지 않았습니다. 처음은 외국 원조로 시작됐지만, 이후 100여 년간 국민의 기부를 근간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실제 지난 2000년 1500억원을 들여 새 건물을 지을 때도 비용의 30~40%가 기부로 충당됐다. 하지만 고액 기부자는 몇 명 없었다. 당시 작성된 기부자 장부에는 동문, 교수와 임직원, 기독교단체는 물론 인턴학생의 첫 월급, 학교 앞 식당 아주머니, 심지어 청소아주머니들의 소액 기부도 기록돼 있다. 이 원장은 “그런 소중한 돈이 모여 지금의 세브란스를 만든 것이라 생각하니 앞으로 더 임무가 막중하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병원들이 사활을 걸고 뛰어드는 암센터 건물의 건립이 자꾸 늦어지는 것도 그런 이유 중 하나다.



“암 치료 성적은 이미 엠디앤더슨과 같은 세계적인 병원과도 견줄 정도이고, 의료장비도 세계적 수준입니다. 하드웨어인 센터가 뒤처진다고 해서 크게 걱정하진 않습니다. 대신 우리 의료원은 다른 병원에서 적자가 난다고 큰 투자를 꺼리는 전문병원인 재활병원·어린이병원·정신병원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요. 그건 참 잘하고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에서의 병원 운영 여건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를 공급하기 위한 재정 마련을 위해 산학협력, 의료기술과 시스템 수출, 교육사업 확대 등에 힘쓸 예정입니다.” 제약회사와 공대·약대 등과 연구클러스터를 만들어 의료 산업화에 힘쓰고, 해외 의료진을 대상으로 로봇수술 연수교육 등을 통해 재원 확보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석좌교수제를 마련해 세계적인 석학을 유치하고, 교수들에게는 미니 MBA과정을 신설해 일하며 공부할 수 있는 의료원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글로벌 시대에 맞게 한국·일본·중국 등 동북아 3국의 자유로운 인적 교류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 프로젝트도 시행할 예정이다. 한국 최초 JCI인증을 받은 세브란스는 송도국제병원을 국제화 관문으로 활용, 미국과 베이징 등 주요 거점 지역에 브랜드를 알릴 계획이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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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이철
(李喆)
[現]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소아과학교실 교수
[現] 연세대학교 의무부총장
[現] 연세대학교의료원 의료원장(제15대)
194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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