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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세상] 物議

중앙일보 2010.09.06 00:11 종합 37면 지면보기
‘나’의 바깥에 있는 물체(物體)의 존재를 가리킬 때 흔히 쓰이는 한자가 물(物)이다. 그러나 이 글자의 원래 출발점은 ‘여러 가지가 섞여 있는 것’이라는 뜻에 가깝다.



일반적인 명칭으로 먼저 등장하는 것은 ‘얼룩소’다. 털 빛깔이 여러 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소를 일컬었다. 다음으로 등장하는 게 ‘여러 가지 색이 섞인 비단’이다. 이른바 잡백(雜帛)이다.



털빛이 여러 가지 색깔로 뒤섞인 얼룩소, 다양한 색깔이 어우러진 비단인 잡백 등의 원래 명사에서 더 발전해 얻은 게 만물(萬物)과 사물(事物) 등 ‘세상의 온갖 물체’라는 의미다. 그 운동과 특성을 연구하는 학문이 물리(物理), 그 값이 물가(物價)라는 이름을 얻었던 이유들이다.



한국에서도 자주 쓰는 단어가 물의(物議)다. 물이라는 한자의 원래 뜻을 생각해 보면 이 단어의 의미는 자명해진다. 직접 풀자면 ‘여러 가지 논의’라는 뜻이다.



여러 사람의 마음을 물의(物意), 여러 사람의 평판을 물론(物論), 여러 사람의 의견 등을 물청(物聽)이라고 적는 게 비슷한 용례들이다. 그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단어가 물의(物議)인데, 누군가의 행위나 생각 등이 여러 사람의 시비(是非)를 일으키면서 빚어지는 말썽이다. 그러나 이런 물의를 일으키는 행동은 결코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특징이다.



물이라는 단어는 나중에 ‘찾아내다’ ‘살피다’는 뜻의 동사(動詞)적인 의미를 얻는다. 가장 대표적인 단어가 물색(物色)이다. 그 원래의 의미는 고대 사회에서 제사를 치를 때 잡는 소와 양 등 희생(犧牲)의 털 색깔이었다. 제사를 앞두고 건강과 외모가 이상이 없는 희생을 고르고, 또 살피는 일이 중요했다. 물색이라는 단어가 ‘찾다’는 뜻으로 발전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은가 싶다. 땅 찾는 일은 물토(物土), 좋은 말 고르는 작업은 물마(物馬)라고 적기도 한다.



요즘 외교통상부는 이 ‘물’이라는 한자와 큰 인연을 맺었다. 사물의 이치와 사람 사이의 정리(情理)인 ‘물정(物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외교통상부 장관이 ‘물의’를 빚었고, 마침내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후임으로 여러 사람의 기대를 모으는 ‘물망(物望)’의 인사를 뽑아야 하는데 적당한 사람을 ‘물색’하는 일이 궁금해지고 있어서다.



유광종 중국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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