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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딴 섬까지 무선 인터넷이 … 스마트폰 가지고 오길 잘했네요”

중앙일보 2010.09.06 00:09 경제 9면 지면보기
3일 오전 인천 연안부두에서 쾌속정을 타고 4시간 걸려 도착한 백령도 여객선 선착장. 쏟아지는 빗줄기를 피하기 위해 급하게 여객터미널 안으로 발을 옮겼다. 돌아가는 배가 혹시 악천후로 뜨지 못할까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날씨 검색을 시작하려니 “와이파이(WiFi)가 되는 곳이니 한번 해 보라”고 터미널 종업원이 말을 건넸다. 20㎡ 정도 되는 터미널 안 벽면에 무선중계기 두 대가 눈에 띄었다. 서원남 KT무선네트워크본부 부장은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는 관공서와 농협은 물론 외부인 이용이 잦은 터미널·해수욕장·숙박시설 등 총 9곳에 ‘올레 와이파이 존’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와이파이 깔린 백령도 가보니

KT무선네트워크본부의 심현진 과장(왼쪽부터), 황정준 과장, 서원남 부장이 3일 낮 인천 백령도 여객터미널 앞 선착장에서 와이파이 신호의 강도를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활용해 측정하고 있다. KT는 백령도 내 9곳에 ‘와이파이 존’을 운영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15곳에 더 만들 계획이다. [KT 제공]


◆섬에서도 무선인터넷=천안함 사태로 근래 국민적 이목을 집중시킨 백령도에는 주민 5000여 명, 군장병 5000여 명 등 1만여 명이 상주한다. 백령면사무소에 따르면 여름철에는 2만 명가량의 여행객이 다녀간다. 그럼에도 인터넷 환경은 썩 좋지 못했다. 백령도에서 가장 큰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박동식(51)씨는 “7월 말에 KT와 의논해 와이파이 중계기를 설치했는데, 군장병 면회객이나 행락객들이 모텔 안에서 와이파이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즐거워했다”고 전했다. 이 모텔에는 ‘올레 와이파이 존(Olleh WiFi zone)’이라는 문구와 함께 빨간색 무선신호 표식이 1∼3층 각 복도에 붙어 있었다. 이곳에서 지난달 1박2일 휴식을 취한 주부 김진효(38·서울 용강동)씨는 “육지와 멀리 떨어져 휴대전화로 통화와 문자 정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무선인터넷이 돼 놀랐다”고 말했다. 제주도 남해상 국토 최남단 섬인 마라도에도 와이파이존이 설치돼 있다. 여행객들이 자주 들르는 편의점 등 8곳에 구축됐다. 흑산도에는 지난달 여객터미널·마을회관·농협 등 6곳에, 울릉도에는 농협 한 곳에 와이파이존이 만들어져 있다.



◆당장은 수익보다 공익=KT가 외딴 도서 지역까지 와이파이존을 확대하기로 결정한 건 지난봄이다. 이석채 회장과 임원들의 전략회의에서였다. 이 회장은 “섬 주민은 물론 섬을 찾는 이들이 무선인터넷을 무료로 쓸 수 있도록 공익 차원에서 검토해 보자”고 말했다. KT개인고객부문 표현명 사장은 “세계적인 유선 네트워크를 갖춘 KT 인프라가 있기에 가능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섬 지역의 경우 와이파이존은 유선인터넷망이 서비스되는 곳에서만 무선중계기를 설치해 만들 수 있다. 백령도 등 섬 지역에는 KT만 유선인터넷망을 만들어놓고 있다.



넓게 보면 KT의 섬 지역 와이파이존 확대는 이 회사 무선인터넷 전략의 일환이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급증하면서 KT는 무선데이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존 확대를 통해 통신서비스 주도권을 잡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경쟁사인 SK텔레콤이 3세대(3G)망을 통한 데이터 사용료 무료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과 극명히 대조된다. 전국 3만3000곳에 와이파이존을 운영하는 KT는 연말까지 이를 4만 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백령도=문병주 기자



◆와이파이(근거리 무선랜)=유선 초고속인터넷 회선 끝에 작은 중계기(AP)를 달아 최장 50m 정도 반경 안에서 데이터를 무선 송수신할 수 있게 한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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