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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먹으면 살 빠진다”는 솔깃한 유혹

중앙일보 2010.09.06 00:09 건강한 당신 6면 지면보기
주부 박모(33·여)씨는 얼마 전 인터넷에서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앞세운 다이어트 광고를 봤다. 출산 후 체중이 급격히 불어난 상태라 마음이 동했다. 상담 배너에 이름과 전화번호, 한 달에 얼마인지를 묻는 간략한 메모를 남기니 20분 후 전화가 왔다. 상담원은 모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나와 한 달 만에 20㎏을 뺐다는 사람도 자신들의 다이어트 식품을 먹었다며 유혹했다. 두 달 기준 10㎏을 빼려면 300만원, 20㎏를 빼려면 540만원에 맞춰주겠다고 했다. 체중감량뿐 아니라 향후 살이 찌지 않는 체질로 바꿔준다는 말도 했다.



카드할부로 엉겁결에 결제했다. 하지만 결과는 허망했다. 제품을 먹은 몇 주 뒤부터 온몸이 붓고 두통과 여드름도 생겼다. 없던 폭식증까지 생겨 50일 만에 7㎏이 더 쪘다.



박씨는 한국소비자원에 해당 업체를 고발하고 보상을 요구했지만 이미 50일 치나 먹었기 때문에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업체 측의 전화 한 통만 받았다.



배지영 기자



“한 달에 20kg 감량” 식 허위·과장 광고 많아



한국소비자원 강정화 사무총장은 “매년 건강기능식품 문제로 소비자원에 고발되는 건수는 300건 정도”라며 “그중 절반 정도가 다이어트와 관련된 식품”이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정청에 따르면 허위·과장 광고로 영업정지된 다이어트식품 업체가 올 8월에만 83곳에 달했다. 식이섬유, 유산균, 자체 개발한 체지방 감소 성분 등을 판매한 ‘슬림클럽’ ‘천지인 수면다이어트’ ‘경희한방비감다이어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는 한 달에 20㎏ 이상 감량한 사람들의 체험 수기와 사진을 허위로 올려놓고, 제품 개발과 전혀 무관한 K한의대를 자신들의 제품명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실제 업체와 전혀 상관없는 연예인 이름을 딴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하거나, 지상파 3사에 소개된 획기적인 물질이라고 허위광고하기도 했다. 식약청 식품안전과 관계자는 “실제로는 거짓이거나 실체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폭리도 취했다. 박씨의 경우 업체 측에서 받은 제품은 각기 다른 제약사가 만든 효소 2박스, 식이섬유 4박스, 각종 비타민 혼합제 2박스로 총 8박스였다. 이들을 약국이나 인터넷몰을 이용하면 한 박스에 1만~2만원, 비싼 것도 10만원 정도에 살 수 있다. 8박스를 다 합쳐봐도 40만~50만원이 넘지 않는다. 하지만 다이어트 업체에선 300만~500만원을 받는다. 강정화 사무총장은 “업체들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약을 마치 자체 개발한 것처럼 속이고, 영양사를 사칭한 사람이 전화로 관리한다”고 말했다. 대개 주 1회씩 전화를 걸어 밥을 적게 먹거나 잘 굶고 있는지, 효과가 없다 싶으면 복용량을 늘리라고 조언해 준다.



뱃살은 장기 사이에 낀 지방이 문제 … 운동이 “묘약”



식이섬유, 효소, 알로에베라 등은 살을 직접적으로 빼 주는 성분은 아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이러한 제품들이 다이어트를 하려는 여성들에게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중앙포토]
인터넷 다이어트 업체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주요 성분은 대부분 식이섬유·효소·유산균 등이다. 여기에 알로에베라·콜라겐·각종 미네랄 성분을 혼합한 것들도 있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이들 성분은 모두 살을 직접 빼 주는 성분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이 내세운 다이어트 효과는 그럴듯하게 포장돼 있다. 예컨대 ‘식이섬유는 포만감을 높여 음식물 섭취를 줄여준다’ ‘효소와 유산균은 장 운동을 활성화시켜 배변활동을 돕는다’ ‘알로에베라나 콜라겐도 체내 지방질 흡수를 줄여 살을 빼도록 돕는다’는 식이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는 “식이섬유에 의한 포만감은 개인차가 큰 데다 효과도 극미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뇌 식욕중추에 작용해 강한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시부트라민 계열의 비만치료약물을 한 달간 매일 복용해도 2~3㎏이 빠지면 의학적으론 성공한 것으로 본다. 하물며 이런 식이섬유 제제로는 어림도 없다”고 말했다.



유산균이나 효소·알로에베라 등도 장 활동을 활발히 돕는 역할을 하지만 실상 살이 빠지는 것과 연관이 없다. 순천향대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욱 교수는 “장을 활성화시키는 제제를 먹으면 처음에는 배가 좀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뿐 진짜 뱃살을 이루는 ‘지방’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배가 나오는 이유는 두 가지라고 본다. 밥을 많이 먹어 소장이 불룩해져 일시적으로 배가 나온 것처럼 보이거나, 장간(腸間)지방, 즉 뱃속 여러 장기 사이에 낀 지방이 점점 늘어난 경우다. 소장이 불룩하게 나온 것은 배가 꺼지면 원상복귀되고, 결국 장간 지방을 없애야 뱃살이 빠진다. 그런데 장 운동을 활성화시켜주는 제제들은 장기들 사이가 아니라 소장이나 대장 등 관 모양으로 생긴 장기 안으로만 이동한다. 때문에 결국 뱃살을 빼는 것과는 연관이 없다. 장내에 차 있는 음식물의 소화를 촉진해 일시적으로 배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게 할 뿐이라는 것이 유 교수의 설명이다.



또 식사하기 전 효소를 먹으면 펩신이 미리 분비돼 음식을 먹지 않았는데도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것 또한 초기 효과일 뿐 1~2주 이상 복용하면 포만감 효과가 사라지고 원래대로 많이 먹게 된다.



식이섬유·효소 지나치게 먹으면 부작용 우려



부작용도 심할 수 있다. 유 교수는 “식이섬유나 효소는 많은 양을 장기적으로 섭취할 경우 가스가 차고,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복통과 두통이 수반되기도 한다. 몸이 적응하면 그나마 있던 포만감도 느끼기 힘들다. 또 신장 기능이 약한 사람은 알로에베라나 각종 비타민 등의 물질을 고농도로 농축시킨 제품을 먹으면 소장에서 갑자기 삼투압이 높아져 온몸이 붓고, 피부 트러블이나 반점, 가려움 등이 생기기도 한다. 간혹 한방다이어트를 표방하는 업체 중에는 한약을 판매하기도 한다. 다이어트용 한약의 경우 식욕을 억제할 목적으로 숙지황을, 대사를 촉진할 목적으로는 마황을 많이 쓴다. 한의사의 적절한 처방을 받으면 별문제가 없지만 일부 제제처럼 효과를 높이기 위해 마황 등의 성분을 과다하게 넣으면 혈압상승·호흡곤란·발한 등 부작용을 가져온다.





김경수 교수는 “설사 이런 제품들로 체중감량을 했어도 이는 다이어트를 하며 절식·단식을 병행해 나타난 결과이지 해당 제품의 효과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살 빼는 방법은 역시 음식을 덜 먹어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운동을 많이 해 에너지 소모를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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