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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8·29대책 1주일 … 효과는

중앙일보 2010.09.06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지난 4일 오후 경기도 분당신도시 서현동의 한 상가. 나란히 붙은 6곳의 중개업소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H공인중개업소 김모 사장은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 발표 이후 거래가 더 안 되는 것 같다”며 “집주인들은 오를 것으로 기대하지만 사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8·29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 이후 호가(부르는 값) 차이가 커지면서 거래 단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거래를 늘리겠다며 대출 규제를 확 풀었으나 시장은 딴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집 팔 사람, 살 사람 기대 달라 거래 더 안돼

◆거래 희망 가격 벌어져=이날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중개업소에서 만난 장모(49)씨는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였다고 했다. 그는 “대출 규제를 풀었으니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겠느냐”며 “급하게 팔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8·29 대책 이후 서울 강북권과 분당·일산신도시 등 주요 지역에는 이런 생각을 하는 집주인이 많아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 주인들이 호가를 올려 몇 달째 이어지던 하락세가 멈춘 곳도 있다. 양천구 목동 굿모닝공인 김모 사장은 “지난주 매수 시점을 묻는 손님이나 문의 전화가 하루 평균 20여 건으로 예전보다 두 배 정도 늘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거래가 늘어날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매수 문의가 많아진 곳도 거래는 여전히 안 된다. 서울 중계동 을지공인 서재필 사장은 “호가가 오르면서 매도·매수 희망 가격만 벌어져 거래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실제 중계동 Y아파트의 한 매물(전용 84㎡)은 지난주 갑자기 호가가 4000만원 뛰어 4억9000만원에 다시 나왔다. 매수자들은 4억원 정도면 사겠다는 분위기다. 일주일 사이 거래 희망 가격이 5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벌어진 것이다. 분당신도시 서현동 C아파트 전용 84㎡형도 마찬가지다. 인근 스타공인 김준환 사장은 “매수자들은 6억원대 초반을 원하지만 매도자들은 도리어 호가를 2000만원 올려 7억~8억원에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매수자 “집값 더 내린다”=그동안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나오면 강도가 크든 작든 반짝 장이 서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것도 없다. 대책 발표가 이미 두 달 전부터 예정돼 있어 약효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집값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임상수 연구위원은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라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집을 사는데 지금은 이런 기대가 깨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재필 사장은 “매수자의 대부분은 값싼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으로 집값이 당분간 더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주택 거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서울 반포동 홈런부동산 노완식 사장은 “대출 한도가 늘어나도 연내 금리가 인상되면 구매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대책이 추석을 앞둔 계절적 비수기에 나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책인 만큼 명절이 지나면 매수자가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입주 물량이 몰린 수도권과 서울 강북권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셋값이 들썩거리고 있는 것도 변수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금리가 아직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전셋값이 뛰면 매수세가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황정일·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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