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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마을 운동 ⑤ 조부모의 손자녀 양육

중앙일보 2010.09.06 00:02 건강한 당신 2면 지면보기
초등학교 4학년인 김지훈(가명·서울 도봉구 창동). 김군은 지난 1학기 때 투표를 통해 당당히 반 회장에 선출됐다. 운동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고 공부도 곧잘 해 인기가 높다.


“아이 돌보기 쯤이야” 방심 말고 조부모도 배우는 자세로

산수를 가장 좋아하는데 거의 100점이다. 김군은 편모슬하에 있다. 하지만 엄마의 직장이 지방이어서 한 달에 두세 번 만난다. 양육은 외조부모가 맡고 있다.



김군의 구김 없고 해맑은 웃음 뒤에는 아이의 양육을 놓고 ‘소통’하는 엄마와 조부모의 노력이 있었다. 중앙일보는 ‘세살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미래 국가 동량이 될 아이들의 태아부터 출산·육아·교육에 이르기까지 부모·사회가 인지해야 할 ‘보살핌’의 지혜를 연재한다. 이번 주제는 ‘조부모의 손자녀 양육, 소통이 중요하다’다.



조부모가 가정에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



[중앙포토]
3대 이상이 함께 사는 전통적인 대가족의 양육 방식은 이상적이다. 신생아가 태어나면 부모와 조부모 간 양육 협력 체제가 가동된다.



조부모는 경험을 토대로 부모에게 실질적인 육아 정보를 준다. 또 부모의 양육기대, 양육관, 양육행동에 영향을 주며 직·간접적으로 손자녀의 양육에 참여한다.



경원대 유아교육과 김옥경 교수는 “조부모는 부모가 태교를 시작하도록 권하고, 손자녀가 태어나면 곁에서 함께 돌봐 주며 가족과의 유대를 형성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조부모가 가정에 함께 거주하는 것만으로도 신체·언어·인지·정서 발달에 긍정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Barranti 1985, 정남이 2006). 우리나라 조부모들이 아기의 뇌신경·소근육 발달에 도움이 되는 ‘도리도리’ ‘곤지곤지’ ‘죄암죄암’ 등 단동십훈(檀童十訓)을 전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원대 유아교육과 최혜순 교수는 “조부모와 친밀하고 밀접한 관계를 생애 초기부터 형성한 손자녀는 건강한 애착관계를 이룬다”며 “손자녀와 그 부모에게 살가운 조부모는 아이의 노년기 역할 모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영유아가 조부모와 맺는 애착관계는 부모와는 다른 것으로, 핵가족에서 느낄 수 있는 고독감을 완화시킨다(kornhaber, woodward 1981).



손자녀의 양육에 참여하는 조부모는 본인의 건강에도 좋다. 축적된 인생 경험을 가족에게 제공하며,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고 성취감을 느낀다(김명선 2001).



본인 생활에 만족해야 양육자 역할에 충실



산업화로 핵가족화되며 조부모의 손자녀 양육 참여는 점차 줄었다. 하지만 최근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2008년 발표된 ‘가족 통계 현황’에 따르면 조부모와 손자녀로 구성된 조손 가정은 약 5만8000여 가구에 이른다. 한 부모 자녀 가정도 11%다.



최혜순 교수는 “이혼율 증가 등 사회의 변화로 손자녀의 육아를 전담하는 조부모가 늘고 있다”며 “전통적인 육아 지혜에 현대적인 육아 가치관과 방식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유아는 뇌를 중심으로 굉장히 빠르게 성장한다. 때문에 손자녀의 양육을 전담하고 있는 조부모라면 교육자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 조부모가 지역사회 활동을 하고, 본인 생활에 만족하면 손자녀의 양육뿐 아니라 교육자 역할에도 충실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Robertson 1977).



조부모 스스로 손자녀 양육 형태를 평가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순수한 조부모의 역할만 하는 ‘공식형’, 손자녀들과 놀며 서로 만족을 찾는 ‘재미추구형’, 손자 돌보기를 의무로 여기는 ‘대리부모형’, 연륜과 권위를 내세우는 ‘가부장형’, 공식적인 모임 이외에는 손자녀와 관계를 갖지 않는 ‘원거리형’ 등이다.



손자녀들은 연령에 따라 조부모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김옥경 교수는 “4~5세 아동은 관대한 조부모를, 8~9세는 적극적이고 재미를 나누는 조부모를 좋아한다”며 “이후에는 조부모와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조부모·부모 사이 불편하면 아이도 불안



현실적인 문제로 조부모가 키운 아이는 부모가 키운 아이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김옥경 교수는 “조부모와 부모가 아이의 양육에 대해 소통하면 부모의 부족한 부분을 조부모가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조부모와 부모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 둘의 관계가 불편하면 조부모와 손자녀 관계에 그대로 영향을 준다.



조부모와 부모의 양육 방식에 ‘일관성’도 필요하다. 아이의 동일한 요청에 조부모는 들어주지만 부모가 들어주지 않는 경우다.



최혜순 교수는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겼다 찾아오는 등 주양육자가 계속 바뀌는 가정이라면 양육 방식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영유아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몰라 불안해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평소 아이의 모습에 대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 조부모는 손자녀가 특정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기록해 뒀다가 부모에게 알려준다. 부모에겐 아이와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중요한 정보다. 부모도 조부모에게 아이의 일상에 대해 물어야 한다.



조부모가 지극정성으로 손자녀를 양육한다 해도 체력의 한계가 있다. 빈자리는 부모가 메워야 한다. 원광대 박화윤 교수팀과 군산대 이영숙 교수팀이 손자녀를 돌보는 조모 22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손자녀에게 해주고 싶어도 못 해주는 것으로 용돈주기, 놀아주기, 공부 가르치기를 가장 많이 꼽았다. 장난감 만들어 주기, 노래 가르치기, 영화관·공원에 가기, 동화책 읽어 주기도 자주 하지 못했다.



세살마을연구소 박수경 선임연구원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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