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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대통령이 개탄 … 유명환 경질해도 G20 준비 큰 문제 없어”

중앙일보 2010.09.04 02:03 종합 4면 지면보기
이명박 대통령은 3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이 외교부에 특채됐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한 핵심 참모는 “이명박 대통령이 개탄하면서 철저한 진상 파악을 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공정한 사회’ 화두 물거품 우려

이 대통령은 특히 보고 과정에서 "장관의 생각이 냉정할 정도로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한다”고 말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표방한 슬로건인 ‘공정한 사회’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해 왔다. 그런 상황에서 유 장관 문제가 터지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유 장관 딸 특채 그 자체가 ‘공정한 사회’의 개념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3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딸 현선씨의 계약직 특채 합격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기 위해 브리핑실로 향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청와대의 한 정책라인 관계자는 “공정한 사회를 만든다며 아무리 많은 친서민 정책을 입안해도 고위 공직자들의 어처구니없는 행동 한 번이면 공든 탑이 무너지듯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이 야심 차게 제시한 국정운영 기조를 장관이 먹칠한 셈”이라며 “감사 결과도 봐야겠지만 여론의 추이를 잘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간 친서민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라는 설명을 달았다. 비리 의혹이 불거진 국무위원 후보자들을 자진사퇴 형식으로 정리했을 때 청와대는 “대통령의 공정사회 구현 의지가 재확인됐다”며 오히려 홍보의 기회로 삼았다. 이런 모든 노력이 유 장관 문제로 물거품이 됐다며 청와대는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유 장관을 자진사퇴 형식으로 정리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핵심 참모는 “11월 G20 서울정상회의는 아직 준비할 시간이 남아 있다. 게다가 의외로 G20 행사를 치르는 데 있어 외교부 장관의 역할이 크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말해 유 장관이 경질돼도 G20 준비엔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G20 때까지 유 장관을 교체하기 힘들 것”이라는 외교부 중심의 관측을 뒤집는 전언이다.



한편 청와대 홍보라인의 관계자는 유 장관 거취 논란이 뜨거웠던 3일 오후 기자실을 찾아 “ 예단하지 말아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런 그도 “만일 감사 결과 불공정했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감사가 채용 과정의 법적 하자만 따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감사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유 장관의 자진사퇴를 유도하거나 경질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글=남궁욱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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