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외교부 고위관리 자녀 특채 선발 때 특혜 시비 있었지만 유야무야 넘어가”

중앙일보 2010.09.04 02:03 종합 4면 지면보기
3일 외교통상부는 유명환 외교부 장관의 딸 현선(35)씨의 단독 특채를 둘러싼 파문이 확대되면서 내내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유 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해 딸의 공채 응모를 취소한다고 밝히고 “송구스럽다”고 말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날 외교부 홈페이지는 유 장관을 비판하고 외교부에 항의하는 글들이 폭주해 한때 다운됐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선 이날 오후까지 1000명이 넘는 네티즌이 유 장관에 대한 검찰 조사를 촉구하는 청원 운동에 서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들은 “현선씨 특채에 절차상 문제가 없었고, 장관이 서둘러 현선씨 응시를 취소하고 사과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파문이 수그러들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여론의 향배가 사태의 향방을 가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3일 늦은 오후 “우리의 입장은 청와대에 충실히 전달했다”며 “이제 여론의 향배를 기다릴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답답한 심정을 비쳤다.


뒤숭숭한 외교부

외교부의 한 관리는 “외교부 자녀들이라고 자격을 갖췄는데도 외교부에 들어오지 못하는 건 오히려 역차별 소지가 있다”면서도 “이번 사건은 현선씨가 2006년부터 약 3년간 외교부에서 일했을 당시 근무 태도 등과도 관련이 있어 불거진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선씨가 무단 결근을 했다던지, 본인 대신 유 장관 부인이 담당 과장에게 전화해 딸이 결근한다고 통보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외교부 한 관계자는 “여론이 너무 한쪽으로 몰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부 일각에선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외교부 직원들”이라며 “실력을 갖췄더라도 단 한 사람만 뽑는 외교부 계약직 공채에 딸이 응모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장관이 인식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현선씨가) 지난해까지 통상 분야에 근무하다 결혼하면서 휴직을 원했으나 계약직은 휴직이 안 돼 할 수 없이 사직했다”며 “이번 공고를 보고 과거에 근무했던 분야(통상직)인 데다 본인의 자격요건이 충분하다고 생각해 지원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편 박영선 언론개혁시민연대 대외협력국장은 3일 자신의 트위터에 “유 장관이 딸의 특채를 위해 자격요건과 시험 방법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2009년 FTA 통상전문계약직공무원 공고에는 자격요건이 ‘국내·외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 또는 관련 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한 자’ 등으로 한정돼 있으나 2010년 같은 직을 채용하는 공고에는 ‘관련 분야의 박사학위를 취득한 자 또는 관련 분야 석사학위 취득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경력자’라고 범위를 늘렸다. 박사학위가 없어도 현선씨처럼 관련 분야 근무 경력이 있으면 응시가 가능하도록 바꾸었다는 게 박 국장의 주장이다. 또 시험 과정 역시 2009년엔 1차 서류전형→2차 어학평가·외교역량평가→3차 심층면접에서 2010년엔 1차 서류전형→2차 심층면접으로 간소화됐다. 이에 대해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2009년과 2010년 선발한 직은 명칭은 같아도 카테고리가 다르다”며 “2010년은 총 27개의 전문계약직을 뽑는 과정에서 (현선씨가 지원한) FTA 통상 분야가 공교롭게도 1차 공고에서 전원 탈락해 재공고를 냈던 것으로, (현선씨만을 위해) 바꿨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외교 소식통은 “유 장관 딸 사례 외에도 외교부는 1990년대 이후 특채 제도를 도입한 이래 전·현직 외교부 고위 관리 자식들의 입부와 관련해 특혜 시비가 일었으나 유야무야 넘어간 경우가 있었다”며 “외교관 특채에 객관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수진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