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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 위해 받은 권력 인민 위해 써야 한다”

중앙일보 2010.09.04 01:36 종합 14면 지면보기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유력한 시진핑(習近平·사진) 국가부주석의 행보가 거침없다. 공개석상에서 자신의 권력관에 대해 소신을 밝히는 등 자신감 넘치는 발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시 부주석은 최근 중앙당교 개학식에 참석해 “마르크스주의 권력관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권력은 민(民)을 위해 받은 것이기 때문에 민을 위해 써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3일 홍콩 봉황위성TV가 보도했다. 중앙당교는 공산당 간부 양성의 요람인 곳으로 시 부주석이 교장을 맡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도 당교 교장을 역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 ‘차기 굳히기’ 거침없는 언행

시 부주석은 또 “당 간부들은 정확한 세계관·권력관·사업관을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 가지 가치관을 각각 ‘핵심 전원장치’와 ‘양날의 칼’, ‘나침반’에 비유하면서 당 간부들은 ▶결단력 있는 세계관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권력관 ▶방향성 있는 사업관을 필수 소양으로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 부주석이 밝힌 권력관은 민을 우선한다는 틀에서 본다면 후 주석의 ‘조화사회론’,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3개 대표론’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차기 대권이 공식화되는 18대 공산당대회까지 2년이 넘게 남은 시점에서 공개석상을 통해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시선을 끌고 있다. 그의 이날 발언은 후 주석이 10년 전 후계자였을 때와 비교해도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당시 후 주석은 공개 발언을 아끼고,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는 등 극도로 몸을 낮췄다.



일각에선 차기 후계자의 윤곽이 가시화되면서 시 부주석이 자신 있게 권력관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다음 달 공산당 제17차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시 부주석이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선출될 것이라며 그가 권좌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 부주석은 정권 핵심부가 관여하는 당사(黨史) 집필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소신을 쏟아냈다. 시진핑은 7월 21일 당사 공작회의에 참석해 “당의 역사를 추문으로 만드는 오류와 어떤 종류의 왜곡에도 결단코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홍콩 성도(星島)일보가 보도했다. 홍콩 소식통들은 “정치적 필요 때문에 당사 왜곡이 극심했던 마오쩌둥(毛澤東)과 문화대혁명 시대의 오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라며 “비판의 금기 영역 가운데 하나인 마오를 우회적으로 겨냥했다”고 풀이했다.



이는 문혁 때 고초를 겪은 그의 부친에 대한 개인적 소회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시 부주석의 부친은 국무원 부총리를 지낸 시중쉰(習仲勳)이다. 개혁파였던 그는 문혁을 전후해 정치 탄압을 받았 다. 시 부주석은 지난 8개월 동안 12개국을 방문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차기 중국 지도자의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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