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세상의 모든 여행은 내 안의 나를 찾아가는 길

중앙일보 2010.09.04 00:42 종합 23면 지면보기
 40가지 사랑의 법칙 1, 2

엘리프 샤팍 지음

한은경 옮김

생각의 나무

각 311·279쪽

각 권 1만1000원




잘 짜여진 터키 산 태피스트리 한 폭을 들여다본 느낌이다. 올은 섬세하고 색조는 화려하다. 문양은 엄숙하되 결코 지루하지 않다. 채 마흔이 되지 않은 지은이는 800년의 시차를 둔 두 이야기를 능숙하게 하나로 엮어냈다. 이슬람 신비주의의 가르침이 두 이야기를 넘나들며 고운 무늬를 엮어냈다.



날실이 되는 이야기는 2008년 미국에서 시작한다. 엘라는 불행한 주부다. 남편은 바람을 피고, 딸은 집을 나갔다. 결혼을 선언한 대학 1학년생 딸에게 엘라는 “사랑은 왔다가 곧 사라지는 감정”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곧 자신도 불행하다는 걸 깨닫고 혼란스러워한다. 그 무렵 엘라는 출판사에 취직해 소설을 검토하는 일을 맡는다. 『달콤한 신성모독』이라는 소설 속 소설이 이렇게 등장한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스페인 등을 거쳐 모국에 정착한 터키 소설가 엘리프 샤팍. 코스모폴리탄적 배경 덕인지 미국에서도 인기가 높아 차세대 터키 문학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생각의나무 제공]
『달콤한 신성모독』은 13세기 터키가 배경이다. 실존 인물인 천재 시인 잘랄 앗 딘 루미와 그의 스승인 샴스가 주인공. 샴스는 방랑하는 수피교도(이슬람 신비주의자)로 타인의 꿈을 해몽하고 이를 통해 과거와 미래를 읽는다. 방랑 속에서 그는 마흔 가지 사랑의 법칙을 완성했다. 그는 나병 환자와 창녀, 술주정뱅이와 철학자 루미를 만나며 이 법칙을 하나씩 소개한다.



다소 진부하게 들리는 이름과 달리 ‘사랑의 법칙’은 시공을 초월하는 울림이 있다. 800년 전의 샴스가 전하는 법칙이지만 지금 마음에 새겨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내용이다. 예를 들어 휴가를 앞둔 당신이 이 열번째 법칙을 접한다면 어떻겠는가.



여행을 떠나는 샴스가 읊는다.



“동서남북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목적지가 어디이건 간에 모든 여행이 내면의 여행이라는 점만 확실하게 하라. 내면을 여행한다면 이 세계와 그 이상을 여행하게 될 것이다.”



이직을 앞둔 사람에겐 이런 귀절도 와닿을 것이다.



“어느 길이 자신을 데려갈지 조바심내지 마라. 대신 첫 걸음에 집중하라. 그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며 자신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일단 첫걸음을 떼고 모든 것이 되는 대로 놔두면 나머지는 따라올 것이다.”



소설을 읽으며 엘라는 바뀐다. 삶에서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정한다. 그리고 『달콤한 신성모독』의 작가 아지즈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사랑에 빠진다. 결국 그는 사랑을 따라 집을 떠난다. “당신의 삶에서 단 하루만 그 전과 같더라도 불쌍한 일”이라는 서른 여덟번째 법칙을 되뇌이며.



지은이는 미국에서도 명성을 얻고 있는 차세대 터키 문학 작가다. 출세작으로 꼽히는 『이스탄불의 사생아』로 터키 정부로부터 ‘터키 모욕죄’로 기소를 당하기도 했다. 강렬한 이슬람 색채에도 불구하고 부담없이 읽히는 건 지은이의 코스모폴리탄적 배경 덕일 수도 있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지은이는 스페인·요르단·독일·미국 등지에서 살다 모국 터키에 정착했다. 국내에 오르한 파묵에 이어 한번 더 터키 문학 바람이 불지 지켜볼 일이다.



임미진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