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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인터넷에 뜬 연예인 뒷담화 덮어놓고 믿으면 왜 안될까요

중앙일보 2010.09.04 00:40 종합 24면 지면보기
 초등생 가치사전

에스티브 푸졸 이 폰스 글·페드라 쿠쳇 메르카데르 그림

서선례 옮김, 명진출판, 180쪽, 1만6000원




사전이라 하면 왠지 무겁고 딱딱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요즘 출간되는 ‘사전’ 중엔 엄숙주의를 떨치고 ‘망라’했다는 의미를 담은, 그래서 재미있고도 유익한 책들이 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경우다. 사전이라 했지만 실은 동화책이다. 단지 아이가 올바르게 자라려면 가치를 중시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12가지 덕목을 다뤘을 따름이다. 그런데 아이 마음을 부자로 만드는 ‘검소’에서 꿈을 펼칠 수 있게 하는 기본적 힘인 ‘신체건강’까지 조목조목, 그러면서도 흥미롭게 전달하는 구성이 특히 눈길을 끈다.



덕목마다 간단한 설명과 관련 명언으로 시작해서 아이의 이해를 돕는 동화, ‘함께 생각해 봐요’ 가 있는가 하면 ‘가르치기 전에’ ‘생각의 전환’ ‘올바른 가치 심어 주기’처럼 부모를 위한 코너가 함께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진실을 알게 하는 힘 ‘비판’ 항목을 보자.



“보이는 것일지라도 전부 믿지 말고 조금만 믿어라”란 스페인 속담이 첫 머리를 장식한다. 이어 당나귀가 날아간다 하면 하늘을 쳐다보고, 엄청 빨리 뛰니 그림자가 못 따라오더란 말을 믿고는 그림자를 떼어놓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소년 베드로가 남의 말을 온전히 믿다가 큰 낭패를 겪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는 베드로가 왜 위험에 처했는지 생각해 보도록 하고, 비판력이란 ‘사람의 말이나 사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라 설명해준다. 돋보이는 대목은 어린이들 눈높이와 우리 실정에 맞는 예화를 덧붙인 편집의 노력이다. ‘비판력 있는 어린이는 이렇게 행동해요’ 코너에서 인터넷의 연예인 이야기를 읽고 그 사람을 헐뜯고 욕하는 댓글을 달 게 아니라 정확한 근거를 알기 전까지는 믿지 않는다고 일러준다.



책은 보기 드물 만큼 좋지만 딱 하나 아쉬움이 있다. 요즘 인사청문회를 보며 새삼 중요성을 절감하는 ‘정직’이 덕목에서 빠져서다. 부모가 함께 읽으야 제대로 교육효과를 거두리란 점도 잊기 말기를.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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