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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이땅을 뒤흔든 30건의 만남과 헤어짐

중앙일보 2010.09.04 00:36 종합 24면 지면보기
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

함규진 지음, 미래인

364쪽, 1만4000원




소설 형식을 빈 한국사교양서이다. 신라의 김유신과 김춘추의 만남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의 평양회담까지, 한국사의 물줄기를 바꾼 30건의 만남을 풀어냈다. 지은이는 한국정치사상을 전공한 학자. 서로에게 도움이 된 ‘물과 고기의 만남’, 서로 배척해 주변까지 피해를 준 ‘불과 얼음의 만남’ 등 다섯 부류로 나눠 새로운 역사 읽기 방식을 시도했다.



이를테면 이런 대목이 그렇다.



“함께 백제를 친다, 그래서 백제 땅을 나누어 먹는다? 좋아요, 동맹을 맺읍시다. 다만 조건이 있소. 동맹을 맺는 신의 표시로 원래 우리 땅이었던 마현과 죽령의 땅을 되돌려주시오.”



“제게는 그런 결정을 내릴 권한이 없습니다. 그리고 신의 표시로는 과한 조건이라 여겨집니다.”



“흥, 과하기는 개뿔이 과한가?”



연개소문과 김춘추의, 실패한 ‘평양회담’을 그린 ‘소설’이다. 지은이는 두 사람의 성격이 문과 무로 달랐던 점을 회담 실패의 원인으로 들며 ‘여라(麗羅)동맹’의 불발을 아쉬워한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이것이 성사됐다면 고구려와 신라의 ‘남북조 시대’가 열려 중국의 군사적· 문화적 침략을 오랫동안 저지했으리란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냉철한 이성과 겸허한 마음은 대립의 벽 너머 멀리, 진정한 이익을 볼 수 있게 한다”고 자못 21세기에도 유용한 해석을 더한다.



이런 식으로 ‘당쟁의 불씨를 지핀 김효원과 심효겸이 영의정 윤원형의 집에서 만났을 때 서로 오해하지 않았더라면’ 등으로 상상력을 펼쳐간다. 사실(史實)과 상상력을 섞고, 해석으로 맛을 더해 흥미롭게 읽힌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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