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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벌목장에서 시인은 선언한다 ‘나는 다르다’

중앙일보 2010.09.04 00:30 종합 27면 지면보기
시인 곽효환(43·사진)씨가 두 번째 시집 『지도에 없는 집』(문학과지성사)을 냈다. 2006년 첫 시집 『인디오 여인』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여행지, 이국(異國)에서 쓴 시가 많다. 시인도 전략적 선택을 하고, 차별화하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면 곽씨가 고른 블루 오션은 말하자면 외국이고 낯선 문화다.


곽효환의 두번째 시집 『지도에 없는 집』

곽씨의 차별화는 소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시인의 숫자만큼 다양한 시론(詩論)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시집 뒷표지에서 ‘“나는 다르다”는 선언에서 시는 출발한다’고 밝힌다. ‘나와 세계, 나와 시대와의 불화와 화해, 단절과 회통을 내 몸으로, 내 눈으로, 내 목소리로 부딪치고 느끼고, 보고, 소리 내어 말하려는 열망의 발화’가 자신의 시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촌스럽다, 이런 선언. ‘나의 길을 가련다’ 식의 자주화 선언은 시 쓰기의 기본 전제다. 자신만의 출발선을 확인하고픈 심정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시는 진솔하다. 또 쉽게 읽힌다.



60여 편의 시 중 ‘사막에 피는 꽃’같은 게 우선 눈에 밟힌다. ‘등 위에 커다란 두 개의 봉우리를 숙명처럼 짊어진’ 채 ‘순결해서 슬픔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망울을 한 낙타는 고통스러운 사막 길을 지나다 ‘낙타자(駱駝刺)’, 즉 낙타가시초를 씹는다. 낙타의 입과 내장은 어떻게 되겠는가. ‘온몸에 사나운 가시를 두른 날카로움을 핥으면/팥 알갱이만 한 작은 꽃망울 더욱 붉게 물들고/피투성이가 된 입으로 꼭꼭 씹고 짓이기다가/차마 벌어지지 않는 슬픔의 목구멍을 열어/너무도 아픈 사막의 상처를 삼키면/새파란 가시는 예리하게 식도를 긁고 위를 파헤쳐/마침내 붉은 물/내장 가득하다’. 낙타가 경험하는 극한의 고통, 실은 인생의 고뇌로도 읽힌다.



‘벌목장에서’는 깔끔하고 간결하다. ‘톱날이 쓸고 간 그루터기 위로/다시 생명이 움트고/마침내 붉은 꽃 한송이 피었다/쓰러진 상처를 딛고 핀 희망/죽음을 딛고 일어선/그 굵고 선명한 눈물’. 낮고 차분하게, 하지만 또박또박한 말투로 곽씨는 ‘지도에 없는’ 새 집을 짓는 중이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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