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생각은…] 한국인 필즈상 수상자를 꿈꾸며

중앙일보 2010.09.04 00:29 종합 33면 지면보기
지난 8월은 한국 수학계에 정말 뜻깊은 달이었다. 인도 IT 중심지인 하이데라바드에서 열린 국제수학자대회(ICM)에서 서울이 2014년 ICM 개최도시로 결정된 것이다. 국제수학자대회는 1897년 취리히 이후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전 세계 수학자들의 올림픽이다. 주로 최근 4년간 일어났던 중요한 수학 업적들이 발표되고 필즈상이 시상된다.



이번에 특기할 만한 사실은 베트남 수학자 응오(吳)가 개발도상국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필즈상을 받았고, 필즈상 수상자 모두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메달 수상자 출신이라는 점이다. 러시아 수학자 스미르노프는 2년 연속 만점으로 금메달을 받았고 응오는 한 번 만점을 포함해 두 번 금메달을 받았다. 나머지 두 명의 이스라엘, 프랑스 수학자도 동메달 수상자였다. 2006년 필즈상 수상자 4명 중 3명도 메달 수상자로, 이 가운데 ‘푸앵카레 예상’을 해결해 필즈상과 새천년 100만 달러 상금 수여가 결정됐으나 이를 거부한 페럴만도 만점으로 금메달을 받았다. 지난 10여 년간 필즈상 수상자 절반 이상이 올림피아드 메달 수상자 출신이라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수학 영재들은 2005년 이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중국에 이어 러시아·미국과 경쟁하며 계속 3, 4위를 유지했으며 참가학생 6명 중 절반 이상이 금메달을 수상했다. 더욱더 희망적인 것은 수상자들 거의가 이공계로 진학하고 있으며 60% 이상이 수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국가 간 무한경쟁 속에서 영재교육의 중요성이 더욱더 강조되고 있다. 영재성이 가장 빨리 나타나는 분야는 수학과 음악이다. 수학의 경우 늦은 나이에 시작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하기란 매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모든 나라가 조기에 영재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초·중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시대회를 실시한다. 그중 가장 큰 규모로 열리는 것이 수학올림피아드다. 영재교육 선진국인 이스라엘의 모든 영재교육은 수학올림피아드 상위 1% 학생을 대상으로 시작된다. 미국의 경우 AIME 8은 초등학교 5학년 이상 15만 명 이상이 응시하고 있다. 브라질은 100만 명 이상의 학생이 올림피아드에 참가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북한에서조차 올림피아드를 통해 영재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수학올림피아드는 세계 공통으로 사고력을 요구하는 난도가 높은 문제를 푸는 시험을 통해 선발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 당국은 사교육비 대책 운운하며 학회 중심으로 최상위 성적을 올리며 잘해 오고 있는 수학·물리 올림피아드에 입학사정관 제도 등에서 제동을 걸고 있다. 이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우려되는 일이다.



이제 한국 수학올림피아드 수상자 출신 수학자를 포함한 젊은 수학자들이 큰 문제에 도전하고 있다. 이들 중에서 곧 필즈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란 우리의 확신이 실현되도록 올림피아드를 통한 최고의 수학 영재 교육은 전문가에게 맡겨 주기를 바란다.



김도한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대한수학회장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