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장관 딸 특채’ 논란, 공채 공정성 고민하는 계기로

중앙일보 2010.09.04 00:27 종합 34면 지면보기
설마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이 아버지 덕에 특혜를 받아 외교통상부 5급 상당 통상전문직에 특별채용됐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유 장관의 딸은 지난 7월 1차 응시 때는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해 다른 응시자 전원과 함께 탈락했다. 서류 요건을 갖춘 2차 응시에서 1차 합격자 세 명 중 한 명으로 선발됐고, 심층면접을 거쳐 유일한 최종 합격자로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정실(情實)이 작용했거나 불·탈법이 저질러졌다면 당연히 수사·처벌 대상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진상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니 채용 경위부터 철저히 밝힐 일이다.



딸 문제로 물의가 일자 유 장관은 어제 “특혜 의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딸도 공모 응시를 취소하겠다고 한다”고 밝혔다. 응시 취소로 모든 문제가 끝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채용 과정에 비리가 있었다면 단단히 바로잡아야겠지만, 만일 외교부 해명대로 관련 법령·규정에 따라 공평무사하게 심사·선발했다면 유 장관의 딸은 오히려 역(逆)차별받은 피해자라 할 수 있다. 이번 파문에서 정작 교훈을 얻어야 할 쪽은 우리 정부 전체다. 각급 공무원 채용 과정의 공정성·신뢰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지 못하면 앞으로 민심 이반(離反)은 물론 나라의 근간마저 흔들릴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발표한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만 보더라도, 행정고시가 내년에 ‘5급 공채’로 바뀌고 각계 전문가 특별채용이 대폭 늘어난다. 필기시험 아닌 자격증·학위·연구실적 등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뽑는 민간인 출신 5급공무원 비율이 2015년에는 절반이나 차지한다. 한국은 ‘저(低)신뢰사회’인 데다 최악의 청년실업에 시달리고 있다. 그나마 공정성 하나는 인정받던 필기시험 대신 서류·면접으로 채용할 경우 고도로 엄정한 관리시스템 없이는 국민 다수가 결과에 동의하길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외치는 ‘공정한 사회’도 공염불 취급을 받을 것이다. 정부는 이번 파문에 함축된 교훈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다시는 특혜 의혹이 나오지 않게끔 치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