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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망 부른 신한은행 사태, 수뇌 3인 공동 책임이다

중앙일보 2010.09.04 00:27 종합 34면 지면보기
한국 금융사에 사상 초유의 사태가 터졌다. 은행이 모기업인 지주회사의 현직 최고경영자를 고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엊그제 신한은행은 신한금융지주의 신상훈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그가 신한은행장 시절 특정 기업에 950억원을 대출해 주도록 부당하게 압력을 넣었으며, 이것이 부실화되면서 은행에 손실을 끼쳤다는 내용이다. 또 지주의 명예회장에게 지급한 자문료를 횡령한 혐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 사장의 주장은 정반대다. 대출 결정은 은행의 여신위원회에서 하며, 행장이 압력을 넣거나 결재할 입장이 아니라는 반론이다. 자문료 횡령 역시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한다.



사실 여부야 어떻든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최고은행이라는 신한은행의 명성은 큰 손상을 입을 게 분명하다. 고소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말 큰 문제다. 은행장의 말 한마디에 대출 여부가 좌우되는 은행을 정상적인 은행으로 볼 순 없다. 사실이 아니래도 문제다. 라응찬 지주 회장과 신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최고경영층의 내부 갈등이 무고(誣告)로 이어졌다는 비난이 거셀 것이다. 임직원들의 자부심에 커다랗게 금이 간 것도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다. 신한은 끈끈한 조직력을 큰 장점으로 내세운 은행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최고가 됐다. 대외신인도가 떨어지고 직원들이 동요한다면 은행의 위상이 급락할 건 자명하다. 이는 또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 하락으로 연결될 것이다. 사태를 둘러싸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 것도 우려된다. 영남(라 회장)과 호남(신 사장)이라는 출신지역 간 갈등이 원인이며, 이런 갈등을 정치권이 이용하고 있다는 루머까지 나돈다. 이는 결국 관치(官治)의 빌미를 제공하며, ‘제2의 KB사태’가 일어날 개연성도 부정할 수 없다.



금융은 국민의 신뢰를 먹고 사는 산업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국민들에게 커다란 불신감만 안겨줬다. 가뜩이나 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한 판에 이 무슨 실망스러운 행태인가.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국민들을 실망시킨 점에서 수뇌부 3인 모두 엄중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자중하고 사태의 조기 수습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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