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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병 복무기간 18개월 단축’ 계획 재고돼야

중앙일보 2010.09.04 00:27 종합 34면 지면보기
군 사병 복무기간 단축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결정한 ‘국방(國防)개혁 2020’ 방안에 따라 육군 현역병의 복무기간을 24개월에서 2014년까지 18개월로 단축키로 한 게 논란거리다. 당시의 순차적 감축 계획에 따라 사병 복무기간은 현재 21개월 남짓으로 줄어든 상태다. 이를 두고 안보태세에 구멍이 뚫리게 됐으니 24개월로 환원하자는 주장과 계획대로 단축하자는 주장이 맞서고, 18개월은 너무 짧지만 줄어든 복무기간을 다시 늘리는 것도 무리라는 등 견해가 무성하다.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의장 이상우)도 3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24개월 환원’안을 건의했으나, 이 대통령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며 수용을 유보했다.



사병 복무기간 단축 문제는 입안 초기부터 논란이 거듭됐으나 선거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법률로 확정함으로써 뒤집기가 어렵게 된 사안이다. 지난해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이 제기한 ‘복무기간 22개월’ 병역법 개정안도 지난 2월 국회에서 부결됐다. 그럼에도 재차 거론되는 것은 18개월로 단축될 경우 뒤따를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방부가 인구통계 자료를 근거로 추정한 ‘현역 가용 자원 예측’에 따르면 지난해 20세 남자 인구는 32만8000명이며 이 중 입대 가능한 사람은 27만5000명으로 필요한 인력 30만 명에 8.7%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역 가용 인구는 갈수록 줄어 ‘국방개혁 2020’의 목표연도인 2020년엔 28만4000명, 2021년 24만8000명, 2025년 18만9000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계획은 군 병력 규모를 현재의 65만 명에서 2020년 50만 명으로 감축하기로 했지만 복무기간 18개월 땐 병력 유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문제점들도 지적된다. 현역 사병들이 훈련, 적응기간, 휴가 등을 감안할 때 22개월을 근무하더라도 실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간은 13개월에 불과하다고 한다. 18개월로 줄 경우 훈련된 사병이 근무하는 기간은 1년에도 못 미친다는 계산이다. 갈수록 첨단화돼 정교한 무기체계를 사용해야 하는 병사들의 숙련도(熟練度)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사병 복무기간이 크게 줄면 의무 복무기간이 최소 28개월 이상으로 돼 있는 장교 인력이나 군의관 등 전문인력 확보에 큰 어려움이 뒤따르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우리는 18개월 단축 계획이 안보태세의 구멍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고(再考)돼야 마땅하다고 본다. 이미 21개월까지로 감축된 걸 24개월로 환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더 이상의 감축은 곤란하다. 최소한 현 수준을 유지한 상태에서 복무기간을 재산정해야 할 것이다. ‘국방개혁 2020’은 기본적으로 한반도에 어느 정도 평화가 정착될 것으로 예상하고 만든 계획이었다. 그러다 보니 너무 이상주의적이고 비현실적으로 흐른 감이 없지 않다. 첨단 장비 투자 등 계획이 차질을 빚은 대목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차제에 국방개혁 전반에 걸쳐 심도 있는 재검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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