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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고등어와 금등어

중앙일보 2010.09.04 00:26 종합 35면 지면보기
값싸고 영양가 만점인 고등어는 오래전부터 ‘국민생선’이었다. 대중가요와 시에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 문을 열어”본 아들이 마주치는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은 “소금에 절여 놓고 주무시”는 고등어로 표현됐다(김창완, ‘어머니와 고등어’). 옛사랑과의 눈부신 순간을 “같이 고등어 살을 발라먹던 여자가 활짝 웃던 날”로 추억한 시인도 있다(강정, ‘고등어 연인’). 그런가 하면 가수 노라조는 참치·꽁치·갈치보다 고등어를 우선순위에 뒀다. “그대만을 위한 DHA”를 지닌 “뷰티풀 생선”이라는 찬사와 함께(‘고등어’).



고등어에 소금 간을 한 자반고등어는 맛이 일품이어서 해외에도 수출됐다. 허영만 화백의 『식객』은 안동 간고등어에 대해 “꼬랑지도 빨아먹고 싶을 만큼 맛있다”고 묘사한다. 고등어는 ‘등이 둥글게 부풀어 오른 고기’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배에 반점이 있으면 배학어(拜學魚), 없으면 벽문어(碧紋魚)라고도 불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어류학술서인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나오는 ‘학명’이다. 『동국여지승람』이 칼처럼 생겼다며 고도어(古刀魚)라고 불렀던 데서 어원을 찾기도 한다.



지금은 서민의 생선이지만, 일제시대엔 값이 비싸 일본인들이 선호했던 생선이기도 했다. 일본어로 고등어는 ‘사바(鯖)’다. 뒷구멍으로 일처리를 한다는 말인 ‘사바사바하다’의 어원을 따질 때 이 생선을 들먹이는 이유다. 사람들이 관청에 뒷돈을 줄 때 고등어(사바)를 애용했다는 데서 ‘사바사바’가 됐다는 주장이다. 생선장수가 어시장에서 고등어를 헤아릴 때 눈속임을 한다는 데서 유래한 ‘사바오요무(적당히 속여 이익을 탐하다)’가 어원이라는 얘기도 있다. 물론 둘 다 설(說)일 뿐이다.



오랫동안 국민생선의 지위를 누리다 보니, 고등어 값의 오르내림은 서민들에겐 큰 뉴스다. 며칠 전 국내산 고등어가 한 마리에 9900원에 팔린다고 해 화제가 됐다. “고등어가 아니라 금(金)등어” “그러니 중(中)등어, 저(低)등어가 아니라 고(高)등어 아니겠느냐”는 네티즌 댓글이 재미나면서도 안타깝다. 장바구니 물가가 하루빨리 잡혀 “(맛이 너무 좋아) 며느리한텐 안 준다”는 가을고등어가 다시 착한 가격의 ‘뷰티풀 생선’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그래야 서민들이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구이를 먹을 수 있다”(‘어머니와 고등어’)는 기쁨을 안고 잠자리에 들 수 있지 않겠는가.



기선민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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