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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합니다] 국내최초 고등학교에 패션모델학과 수업은?

중앙일보 2010.09.02 10:31
16살인데 186cm란다. 조막만한 얼굴에 긴 팔다리까지 지녔다. 남다른 '기럭지' 덕분에 '모델 포스'를 솔솔 풍기는 이 학생. 알고 보니 '진짜 모델'이다. 마리끌레르, 나일론 등 각종 패션잡지에서 모델로 활동중인 이태환군은 5살때부터 키를 쟀다. 그의 집 거실 한모퉁이에는 그의 성장을 인증하는 키 수치(cm)가 한 달 간격으로 기록되어 있다. 아버지보다는 10cm, 형보다는 8cm가 더 크다. 막내인 이군은 16살이 되던 해, 이 집에서 가장 큰 사람이 됐다. 그리고 모델이 됐다.







그는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교장·이현만, 이하 한림예고) 패션모델학과를 진학해 석달 만에 모델로 데뷔했다. 매주 금요일, 이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획사 오디션을 주선해준다. 이군을 포함한 많은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지난 31일 찾은 송파구 장지동에 위치한 한림예고 패션모델학과 교실. 얼핏 봐도 또래의 평균신장을 훌쩍 뛰어넘는 16살의 남녀학생들이 온 교실을 휘젓고 있었다. 워킹 연습에 한창인 이들의 복장은 다름 아닌 '교복'. 남들은 대학에 가서야 신어보는 하이힐을 갓 고등학교에 들어간 여학생이 신고 있다. 수업이 끝나자 학생들은 하이힐을 벗어던지고 발을 주무른다. 이 학교는 올해 고등학교로는 처음으로 패션모델학과를 신설했다. 모델을 꿈꾸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꿈의 학교'로 불린다. 패션모델학과 김지영 학과장은 "모델은 청소년들의 희망직종 중 하나"라며 "탄탄한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조기에 교육시켜 전문인으로 배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단순히 워킹과 포즈만을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스타일링, 메이크업 등은 물론, 학생들이 직접 패션쇼를 기획하고 개최하는 프로젝트 수업도 진행된다. 국제무대를 겨냥한 영어회화 수업도 방과후 별도로 이뤄진다. 매주 패션계에서 활동 중인 모델, 디자이너 등 '스타'들이 강사로 초대된다.



학생들은 어린 나이지만 꿈들이 야무지다. 중학교 시절 반에서 5등을 했다는 김지희양은 "인문계 진학을 포기하고 이곳으로 온 것은 관심있는 분야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점 때문" 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으로 '워킹 동영상'을 보며 모델의 꿈을 키운 임태규, 홍진욱군은 중학교 동창 사이다. 이들은 "동영상을 보며 흉내내던 워킹이 엉터리라는 것을 알고 제대로 배우기 위해 함께 이 학교로 왔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온 유학생들도 많다. 이들은 "가족과 떨어져서 지내는게 힘들지만 내 꿈을 위해서 이 정도는 감수할 각오가 돼있다"고 말한다.



안샘양은 '절대반대'라는 아버지를 설득해 이 학교로 진학했다. 그녀는 불경스럽지만 '올드보이' 식 전략으로 아버지를 설득시켰다고 말했다. " 매일 잠을 자지 않고 아버지 잠자리 머리맡에서 울면서 졸랐어요. 잠을 못 주무시게 한거죠. 그렇게 열흘이 지나자 마침내 허락을 하셨어요." 하지만 조건이 있었다. '자퇴서를 미리 써 놓을 것'이다. 학교 수업에 충실하지 않을 경우 모델의 꿈을 접을 각오를 하라는 뜻이었다. 안양의 책상 서랍에는 아직도 자퇴서가 놓여있다.



이 곳의 학생들은 스스로를 '럭키하다'고 표현했다. 모델을 꿈꾸는 이들은 많지만 어린 나이에 이 같은 '엘리트 코스'를 밟을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1의 경쟁률 뚫고 '행운'을 잡은 이들은 내일의 꿈을 위해 오늘도 걷고 또 걷는다.



영상 김정록, 글 유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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