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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승리라고 말할 수 없는 ‘미완의 전쟁’

중앙일보 2010.09.02 00:55 종합 2면 지면보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텍사스 엘파소의 포트블리스에서 병사들과 대화하고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이라크전 전투임무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엘파소 AP=연합뉴스]
‘제2의 베트남전’으로 우려되던 이라크전이 지난달 31일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2003년 3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7년5개월 만이다. 5만 명가량의 미군이 남아 이라크 군경을 훈련시키지만 미 전투병력은 모두 철수했다. 최근 미군 철수를 앞두고 이슬람 반군들이 이라크 전역에서 공세를 강화하는 등 치안이 극도로 불안하다. 이라크가 반군의 공세를 꺾고 안정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하느냐, 아니면 내전의 혼란에 빠지느냐는 기로에 섰다고 할 수 있다.


[뉴스분석] 베트남 그리고 이라크

안정과 혼란 중 어디로 갈지는 이제 이라크인들의 손에 달려 있다. 올 3월 총선을 실시하고도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는 이라크 지도자들이 종파·종족 분열을 극복할 수 있느냐가 이라크 정국 안정의 열쇠가 되는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이라크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승리하지 못한 전쟁으로 평가받는 이라크전에 대해선 개전 초부터 베트남전처럼 미국을 수렁에 빠뜨리게 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손잡았고,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있다며 침공을 감행했다. 미국이 잠재적 군사위협 억제를 이유로 내세운 최초의 전쟁이었다. 도발세력에 대한 사후 응징이 아닌 대량살상무기와 테러 확산이란 위협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예방 전쟁이었다. 부시 정권은 압도적 무력을 동원하면 쉽게 이길 거라고 판단했다. 베트남전 때도 미국은 압도적인 화력을 동원해 베트콩 공산세력을 제압할 것으로 여겼으나 결국 비참하게 철수해야 했다.



개전 초 미국의 계산대로 후세인 정권은 쉽게 무너졌으나 반군세력과의 게릴라전쟁이 이어졌다.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고, 후세인과 알카에다가 관련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미국의 이라크전 명분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작전명이 ‘이라크의 자유’였지만 실질적으론 이라크의 원유 확보를 위한 침략전쟁 아니냐는 의심과 비난이 터져 나올 정도였다. 반대 시위도 세계 곳곳에서 이어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 캠페인 당시 “이라크전은 명분 없는 전쟁이고, 세계적으로 반미 감정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라크전 종료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베트남전 때도 미국은 동남아시아의 공산주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명목으로 베트남 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무능하고 부패한 남베트남 정권을 지지한 바 있다.



이처럼 일견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뜯어보면 두 전쟁 간에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많다. 우선 규모부터 달랐다. 7년5개월간의 이라크전에는 최대 17만 명의 미군이 참전해 4416명이 숨졌다. 반면 8년7개월간 지속된 베트남전은 최대 54만 명의 미군이 참전해 5만8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베트남전은 공산권과 맞선 이데올로기전이었지만 이라크전은 9·11 테러가 부른 대테러전이었다.



미 언론은 “이라크전이 ‘제2의 베트남전’이 되지 않았다”며 이라크전 종전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오바마의 종전 선언이 역풍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 이라크에선 아직도 매달 수백 명이 폭탄공격에 목숨을 잃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둘러싸고 정국 혼란은 여전하다. 테러 공격으로 이라크 주둔 미군 사망자가 계속 발생하면 “종전 선언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반론이 터져 나올 수 있다. 보수층은 전쟁 종료가 이라크 상황에 대한 객관적 판단보다 국내 정치 목적으로 활용됐다고 비판하는 터다. 이라크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이 전쟁의 수렁에 다시 빠져들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이라크 전쟁 종료

오바마 공식 선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군의 이라크전 전투임무 종료를 선언했다. 그는 TV로 생중계된 18분간의 백악관 오벌오피스 연설에서 “이라크의 미래를 이라크 국민의 손에 넘겨주기까지 우리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했고 이젠 페이지를 넘겨야 할 때”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라크의 자유 작전은 종료됐고 이라크 국민이 자기 나라의 안보에 대한 책임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군은 전투병력 철수 후에도 이라크에 지원병력 5만 명을 남기며 내년 말 완전 철군 때까지 이라크 군경에 대한 교육과 훈련임무를 수행한다. 작전명은 ‘이라크의 자유’에서 ‘이라크의 새 여명’으로 바뀐다. 오바마는 연설에서 “승리의 선언이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앞으로 미국의 자원을 아프가니스탄 전쟁 과 경제회복 등 국내 사안에 집중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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