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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는 이제 아니고 이승엽 새 둥지 어디에 트나

중앙일보 2010.09.02 00:27 종합 32면 지면보기
올 시즌 후 요미우리와 계약이 끝나는 이승엽의 향후 행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이승엽이 요미우 리 1군 경기에 나섰을 때의 모습. [중앙포토]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이승엽(34)이 시련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 지난 6월 21일 2군에 내려간 뒤 한 달이 넘도록 1군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2군에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지만 1군 진입은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이승엽은 올 시즌이 끝나면 요미우리와 계약이 종료된다. 그러나 요미우리가 재계약을 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에 대한 믿음이 소진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야쿠르트와 요코하마 등 다른 팀으로 둥지를 옮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승엽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요미우리 재계약 가능성은 ‘제로’=일단 이승엽이 요미우리에 남을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 요미우리는 이승엽의 최근 타격감이 좋은데도 1군으로 올리지 않고 있다. 최근 12경기에서 타율 4할5푼2리를 기록했다. 홈런 2개를 때렸고, 삼진은 5개밖에 당하지 않았다. 비록 2군 경기지만 그 어느 때보다 타격감이 올라 있다. 게다가 외국인 투수 세스 그레이싱어가 팔꿈치 부상으로 빠져 외국인 선수 엔트리에 빈자리가 생겼다. 그러나 요미우리는 이승엽 대신 19세의 대만 출신 유망주 투수 린이하오를 1군에 올렸다. 주로 1루수로 나서던 가메이 요시유키가 2군으로 내려간 상황이지만 이승엽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았다. 요미우리가 이승엽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재계약을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적설 솔솔=이승엽의 거취가 불투명해지자 다른 팀으로 둥지를 옮길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말에는 일본의 한 일간지가 요미우리에서 이승엽과 한솥밥을 먹은 이세 다카오 야쿠르트 타격 인스트럭터의 말을 빌려 ‘이승엽이 시즌 중 야쿠르트로 이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요코하마 이적설도 대두됐다. 잠실 LG-넥센전 시구를 위해 잠실구장을 찾은 재일동포 야구인 장훈씨가 “이승엽이 요코하마로 갈 것이라는 얘기를 일본에서 들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는 얘기들이다. 올해 6억 엔(약 84억원)을 받은 이승엽이 자신의 몸값을 낮추기만 하면 된다. 임창용이 야쿠르트와 계약했던 것처럼 연봉은 낮추고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걸어둔다면 돈과 명예, 모두를 지킬 수도 있다.



◆기량은 여전, 소심증이 문제=이승엽의 현재 기량은 어떨까. 적어도 홈런 생산 능력만큼은 여전히 일본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이적설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아직 이승엽이 쓰임새가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승엽의 올 시즌 타율은 1할7푼3리로 저조하지만 81타수에서 5개의 홈런을 뽑아냈다. 풀타임으로 출장하면 여전히 20, 30개 이상의 홈런을 칠 수 있다. 스윙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주로 대타로 나서면서 심리적인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뒤집어보면 정신적으로 약점을 보였다는 사실은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지면 맹활약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요코하마나 야쿠르트는 요미우리에 비해 편하게 뛸 수 있는 팀이다. 이승엽은 압박감이 심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1할대에 허덕였지만 준결승과 결승전에서 홈런을 때려내며 김경문 감독의 무한신뢰에 보답한 전례도 있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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