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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바비킴, 지난날의 외로움이 그를 밀어간다

중앙일보 2010.09.02 00:26 경제 21면 지면보기
가수 바비 킴(37)의 이름에선 짙은 외로움이 묻어난다. 올해로 데뷔 17년차. 그 가운데 10년 이상을 무명으로 지냈던 그에겐 숙명 같은 외로움이 늘 따라다녔다.



그는 두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스물한 살에 가수의 꿈을 품고 한국에 돌아왔다. 하지만 조국의 가요계는 냉혹했다. 신승훈류의 미성(美聲)이 장악하고 있던 당시 가요계는 개성이 또렷한 그의 음색에 대해 “노래에 쓸 수 없는 목소리”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가 래퍼로 방향을 튼 건 그래서였다. 1994년 ‘닥터 레게’라는 그룹의 전문 래퍼로 데뷔했다. 하지만 2년이 채 못 돼 그룹은 종적을 감췄고, 또다시 길고 긴 무명 생활이 이어졌다.



가수로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새천년이 시작되면서다. 2004년 솔로 앨범의 타이틀곡 ‘고래의 꿈’이 대중의 마음을 훔쳐내면서 인기가수의 반열에 올랐다. ‘고래의 꿈’ 이후에도 ‘소나무’ ‘사랑 그놈’ 등을 잇따라 히트시킨 그는 지난 이태 동안 전국 투어 콘서트에서 10만 명에 이르는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무명의 쓸쓸함을 말끔히 씻어낸 그, 그러나 “갈수록 더 외로워진다”고 말한다. 자신의 음악에 대해 “기본적인 정서가 외로움”이라고 말했다.



글=정강현 기자 ,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바비 킴의 음악은 뒷모습을 품고 있다. 아마도 고독의 얼굴을 감추고 있을 뒷모습이 그의 노래에 웅크리고 있다. 리듬이 빠르건 느리건 상관없다. 빠른 노래에선 다급한 외로움이, 느린 노래에선 차분한 외로움이 번져 나온다.



올 4월 발매된 3집 ‘하트 앤드 솔(Heart & Soul)’의 타이틀 곡 ‘남자답게’를 듣자. 가사는 이렇다. ‘인생엔 무서우리 만큼/사랑엔 순수해/너무나 당당해/ 남자기에 그렇게 Hey/혼자서 모든 걸 이겨내요….’ 남미풍 기타 리듬이 전체를 감싸고 있는 밝은 곡이다.



한데 듣는 이는 이 노래에서 묘한 쓸쓸함을 감지하게 된다. 그래, 이 노래에서 방점은 ‘혼자서’에 콕 찍혀 있다. 바비의 설명이다.



“꼭 애인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자꾸만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혼자만의 정서를 노래로 표현하다 보니 밝은 곡이라 해도 기본적인 정서는 외로움에 가까운 것 같다.”



듣고 보니 알겠다. 바비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느껴지던 가슴 한가운데가 뻥 뚫린 듯한 쓸쓸함을. 그러니까 바비의 음악은 고독의 표정을 숨긴 뒷모습처럼 외로움의 정서를 꽁꽁 감춘 채 말을 건다. ‘그런데, 당신도 외롭죠?’ 그의 음악에 대중이 열광하는 것도 이런 동감의 정서 때문이 아닐까. 사랑에, 인생에 생채기가 난 이라면 그가 노래하는 외로움에 스르르 동화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



9월 4일 오후 4시, 8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앙코르 콘서트를 펼치는 그를 만났다. 그는 “스스로를 돌아보면 아직도 부족하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온다. 가수로서 성장하면서 음악적인 욕심도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명가수에서 ‘솔의 대부’로



-오랜 무명 생활이 음악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요.



“저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죠. 그때 겪었던 아픔이 지금의 제 음악으로 표현되는 것 같아요. 제 노래가 쓸쓸하다고 여겨지는 것도 그런 아픔들이 잘 녹아 있기 때문이겠죠.”



-‘솔의 대부’ ‘힙합 대부’ 등 별칭이 많은데.



“아직도 음악적으로 갈 길이 먼데…. 그런 별명은 부담스러워요. 그런데 이런 말은 듣기 좋아요. ‘바비가 긴 무명 시절을 뚫고 가수로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섰다’는 말요. 하하.”



-음악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면.



“ 2004년 ‘고래의 꿈’이란 곡을 불렀던 거죠. 그때 저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이번에도 잘 안 되면 떡볶이 장사를 하더라도 음악을 접자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진심을 담아 만든 앨범이어서 그런지 반응이 좋았죠. ‘고래의 꿈’이 없었다면 지금의 바비 킴도 없었을 거예요.”



아버지의 꿈



그의 아버지는 MBC 관현악단의 트럼펫 연주자였던 김영근씨다. 그가 뮤지션의 길을 걷게 된 것도 아버지 영향이 크다. 아버지는 원체 말이 없는 분이었다. 어려서 음악교실에서 트럼펫을 배운 적도 있지만, 그가 트럼펫을 잡은 데 대해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훗날 가수의 꿈을 품고 한국에 들어와서야 아버지의 뜻을 알게 됐다. 아버지가 그를 한국의 여러 음악가들과 연결시켜 주었다. 그는 “아버지가 제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고도 스스로 성장하기를 원해 일부러 모른 척한 것 같다”고 했다. 실제 그의 첫 히트곡 ‘고래의 꿈’에선 아버지가 트럼펫 연주로 도왔다. 콘서트에도 기꺼이 연주 세션으로 나서는 아버지다.



-아버지가 코멘트를 많이 해 주나요.



“전혀요. ‘목소리가 덜 시원했다’ 이 정도로 짧게 코멘트해 주시죠.”



-음악가 아버지로부터 배운 게 있다면.



“최고가 돼야 한다는 고집이오. 아버지는 음악적으로 최고가 되는 게 꿈이셨죠. 저도 그런 고집을 닮은 것 같고요.”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고 싶으시겠어요.



“그렇진 않아요. 아버지에게 인정받는 순간 음악에 대한 의욕을 잃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있어요.”



바비의 꿈



그는 공연을 마무리하는 순간 늘 멍한 느낌에 사로잡힌다고 한다. “갑자기 환호성이 사라진 느낌이 공허해서”란다. 하지만 그는 긴 무명 생활을 통해 숱한 외로움에 단련됐다. 그래서 공연 때 마주치는 팬들을 볼 때마다 “자만하지 말고 성실히 음악을 하자”고 다짐한단다.



-외롭다고 느낄 땐 주로 어떤 일을 하세요.



“다른 가수나 스타들의 옛날 기사나 동영상을 자주 봐요. 그분이 어떻게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는지 보이거든요. 그러면 저 자신도 돌아볼 수 있고, 그렇게 다시 앞날을 꿈꾸다 보면 외로움도 잊게 되고….”



-언제까지 음악을 계속할 수 있을까요.



“음악엔 한계가 없어요. 시간이 갈수록 음악에 대한 욕심은 더 커지죠. 곧 일본에서 싱글 앨범도 낼 생각입니다. 평생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할 겁니다.”



글=정강현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바비 킴은



본명: 김도균



출생: 1973년 1월 12일



데뷔: 1994년 그룹 ‘닥터 레게’



-주요 앨범



1998년 10월 정규 1집 ‘홀리 붐즈 프레전트 (Holy Bumz Presents)’



2004년 8월 정규 2집 ‘비츠 위드인 마이 솔 (Beats Within My soul)’



2009년 1월 스페셜 앨범 ‘러브 챕터 1 (Love Chapter 1)’



2010년 4월 정규 3집 ‘하트 앤드 솔 (Heart & Soul)’



2010년 8월 ‘하트 앤드 솔 리패키지 앨범’



-대표곡



‘고래의 꿈’ ‘일년을 하루같이’ ‘소나무’



‘사랑 그놈’ ‘외톨이’ ‘남자답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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