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블레어 “이라크 참전 후회할 수 없다”

중앙일보 2010.09.02 00:22 종합 14면 지면보기
토니 블레어(57) 전 영국 총리가 회고록에 “나는 (이라크전) 참전 결정을 후회할 수 없다”고 썼다. “후회하지 않는다”가 아니다. 그는 “(희생자와 유족에게) 말로만 미안하다고 할 수 없다. 나는 그 죽음의 비극을 보상할 무언가를 계속 찾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회고록 『여정』서 전쟁 악몽 토로
“브라운 전 총리 EQ 0점” 혹평도

블레어는 대량살상무기(WMD) 제거를 이라크전 참전의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전쟁 뒤 무기들의 존재를 입증하지 못해 국민을 속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라크전에서 영국군 179명이 희생됐다.



블레어의 회고록 『여정(A Journey·사진)』이 1일 출간됐다. 22개 장으로 구성된 718쪽의 책에는 1994년 노동당 당수 선출 때부터 최근까지의 정치 역정이 담겼다. 그는 97년 보수당에 승리해 정권 교체를 이룬 뒤 10년 동안 총리를 역임했다.



블레어는 총리직에서 스스로 물러나도록 했던 이라크전 논란에 회고록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속출하는 희생자들 때문에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참전을 결정할 때 악몽이 그토록 오래 지속되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다”고 썼다. 전쟁이 쉽게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후임자이자 노동당 내의 경쟁자였던 고든 브라운(59) 전 총리를 “사람을 화나게 하는,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감성지수(EQ) 0점”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5월 노동당이 보수당에 13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것은 자신이 만든 ‘새로운 노동당’ 정신을 잃고 과거의 노동당으로 회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블레어는 퇴임 뒤 3년 동안 만년필로 회고록 원고를 작성했다. 이 책에는 97년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사망 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어렵게 설득해 왕실 애도 성명을 발표하도록 만들었던 일 등 여러 가지 비화도 들어 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