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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택가에 화약 10t 쌓여 있다

중앙일보 2010.09.02 00:07 종합 29면 지면보기
1일 오후 1시 서울 중랑구 신내동 777번지 일대. 봉화산 진입로를 따라 60여m쯤 올라가자 오른쪽으로 샛길이 나온다. 샛길 끝에는 굳게 닫힌, 높이 2m의 철조망 출입문이 가로막고 있다. ‘접근금지구역’이라는 글자 위로 붉은색 사선 두 줄이 굵게 그어진 안내판이 붙어 있다.


중랑구 봉화산에 산업용 화약고

한편에는 ‘화약류 저장소에서 불씨를 다루거나 담배를 피우면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1일 주민들이 서울 중랑구 봉화산에서 화약고를 가리키고 있다. [중랑구 제공]
화약제조 전문업체인 삼성화약의 저장소로 화약 10t이 보관되어 있다. 하루 1만 명 이상의 주민이 이용하는, 160m 높이의 야트막한 봉화산에 화약고가 들어선 것은 1971년 9월. 삼성화약은 당시 과수원이던 1만5000㎡를 사들여 저장고를 지었다. 현재 산업용 폭약과 도화선·불꽃류 등이 6동의 건물에 나뉘어 저장돼 있다.



그러다 96년 신내택지지구가 개발되면서 화약고 220m까지 아파트가 들어섰다. 비슷한 거리에 초등학교가 있다. 하루 250명이 이용하는 다목적체육관은 100여m 떨어져 있다.



주민들에게 화약고의 존재가 알려진 건 2008년 말. 중랑구가 봉화산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하고 화약고 이전계획을 수립하면서다. 주민들은 화약고 조기 이전 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임성수 위원장은 “몰랐을 때는 괜찮았는데 머리맡에 화약고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 머리가 쭈뼛 서고 잠도 오지 않는다”며 “이리 폭발사고와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말했다.



77년 이리 폭발사고 당시 터진 화약의 양이 40t이었다. 당시 59명이 사망하고 1350명이 중상을 입었다. 임씨는 “화약을 실은 트럭들이 수시로 들락날락할 텐데 안전을 누가 보장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부 이형순(51)씨는 “화약고 옆에 누가 이사를 오겠느냐. 이전하지 않으면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랑구는 이전 보상비로 삼성화약 측에 땅값·건축비·영업보상비를 합쳐 2009년 25억원, 2010년 20억원을 공탁했다. 그러나 삼성화약 측은 아직까지 공탁금을 찾아가지 않고 있다. 중랑구는 내년에 25억원을 더 줘 보상을 끝낸 뒤 공원 조성사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삼성화약은 보상비가 턱없이 적고 안전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경산 관리부장은 “봉화산 화약고는 서울시내 공사 현장에서 쓰는 화약의 95% 이상을 공급하는 곳인데 갑자기 없애면 여러 공사 현장에서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며 “감정가대로 보상받아서는 서울에서 이만한 땅을 다시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뇌관과 폭약을 분리해서 보관하기 때문에 폭발할 염려가 없다”며 “40년 가까이 문제 없이 합법적으로 일해온 업체를 하루아침에 불법행위자 내몰듯 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삼성화약과 중랑구는 현재 3가지 소송을 진행 중이다. 모두 삼성화약 측이 중랑구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낸 것으로 도시계획 취소 소송, 보상비 인상 소송, 영업이익 보전 소송이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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