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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노트] 연기자들 ‘못 받은 출연료’ 어디서 받나

중앙일보 2010.09.02 00:03 종합 30면 지면보기
1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앞 한 중식당. 김응석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하 한예조) 위원장과 20여명의 연기자 대표들이 단상에 올랐다. 이들이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것은 방송3사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분 문제 때문.



지난 2년 간 드라마에 출연하고 받지 못한 미지급 출연료가 43억6800만원(7월 말 현재)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회견 직전 협상이 타결된 KBS를 제외하고, MBC·SBS의 외주제작 드라마 10편에 대해 촬영 거부를 선언했다. ‘동이’ ‘자이언트’ 등 각 사 대표작들이 포함된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들이 출연료를 떼인 곳은 방송사가 아니라 외주제작사들이다. ‘국가가 부른다’(KBS) ‘돌아온 일지매’(MBC) ‘커피하우스’(SBS) 등은 방송사로부터 제작비를 받고 외주제작사들이 제작한 드라마들이다. 연기자들이 출연 계약을 한 상대도 이들이다.



그런데도 이날의 성토 대상은 방송 3사였다. “터무니 없이 적은 제작비를 지불하면서 방송사만 이익을 올리고 있다”는 인식이다. 방송사가 편당 2억원에 이르는 제작비의 50~60%만 지급하면서 스타급 연기자 우선으로 편성하니 제작사의 적자구조가 만성화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방송사도 할말이 있다. MBC는 “출연료 미지급 사태는 제작사의 제작비 관리 미숙 또는 협찬유치 목표액 미달, 제작과 무관한 경영권 분쟁 등에 기인한 것들로서 방송사로서는 통제 불가능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외주제작사가 질 책임을 방송사에 따지는 건 상식·법리적으로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출연거부 또한 명백한 업무방해라고 밝혔다. 미지급 출연료를 지급보증하는 선에서 협상을 타결한 KBS도 “방송사로선 도의적 책임은 느끼지만, 시장논리로 도태돼야 할 경우까지 대리해결 해줄 순 없다”고 했다. SBS 역시 도의적 책임과 법적 책임 간에 선을 그었다.



이날 한예조의 결의가 실제 제작현장에 통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도 품질보장이 어려운 문화상품 안에서 삐걱대는 잡음이 나오는 것 자체가 우려할 일이다.



사태의 배경엔 경기악화에 따른 협찬 유치 및 수출 침체, 무리한 덤핑 경쟁, 방송사들의 편성권 남용, ‘한탕’을 노린 부실 제작사들의 시장 난립 등이 난맥상처럼 얽혀 있다. 1991년 도입된 외주제작 시스템의 총체적 문제점을 점검해야할 때라는 목소리도 높다. 분명한 건 생계를 걱정하는 연기자들이 있는 한 ‘드라마 한류’의 가치도 절하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방송사 노조가 파업하면 우리는 실업자 신세가 된다. 그런데도 파업한 방송사의 임직원들은 고액 연봉을 받고 우리는 일한 대가도 못 받는 신세가 말이 되는가.” 중견 연기자의 넋두리에 방송사·제작사·정책 당국이 해답을 모색해야 할 때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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