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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84> 지혜로운 아이로 키우는 법

중앙일보 2010.09.02 00:02 종합 31면 지면보기
# 풍경 1 : A씨는 아이가 둘입니다. 아들 하나, 딸 하나죠. 늘 걱정입니다. 세상은 갈수록 빨라지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니까요. 그래서 이런저런 학원에 아이들을 보내고 “공부해라, 공부해라”는 얘기를 입에 달고 삽니다. 물론 A씨도 알고 있습니다. 좋은 성적,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이 아이의 행복에 대한 보증수표가 아님을 말이죠.



그러나 A씨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도 좋은 성적,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을 얻으면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그럼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그럼 보다 나은 삶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으니까요.



# 풍경 2 : B군은 이제 중학교 1학년입니다. 하루가 빠듯하죠. 학교를 마치면 이 학원에 가고, 이 학원을 마치면 저 학원에 가고, 그렇게 학원을 모두 마치고 집에 가면 밤이 되죠. 그런데도 부모님은 늘 “공부해라, 공부해라”를 반복하시죠. 물론 B군의 인생을 위해 하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왠지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렇게 주어진 스케줄, 주어진 길을 따라갈수록 B군은 ‘내 안의 힘’이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내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약해진다는 기분이 듭니다.



그래도 뭐 상관은 없습니다. 일단 성적을 올리고 봐야 하니까요. 내 안에서 올라오는 그런 아쉬움은 나중에, 더 나중에 돌아봐도 되지 싶네요.



어떻습니까? 남의 얘기인가요? 우리 모두의 얘기죠.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살게 할 수 있을까?” 그건 이 세상 모든 부모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삶은 온갖 풍랑이 몰아치는 거친 바다입니다. 그래서 부모는 자식이 큰 배를 갖기를 바랍니다. 좋은 학교, 남 부러운 직장을 구하면 큰 배를 타게 되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배만 클 뿐, 배를 몰 줄 모른다는 겁니다. 인생의 바다에는 수많은 바람과 파도가 있죠. 교과서에서 배운 풍랑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돛이 찢어지기도 하고, 노가 부러지기도 하죠. 방향을 잃고서 암초에 걸리는 경우도 잦습니다. 그런 자식의 배를 보면서 부모의 마음은 또 찢어집니다.



그럼 방법이 없을까요? 삶의 파도를 뚫고 나갈 힘을 키우는 방법이 없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배의 방향타를 잡은 자식의 근육을 키워주고, 판단력을 길러주고, 지혜를 갖게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게 뭐냐고요? 바로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겁니다.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고, 스스로 행동하게 하는 거죠. 그걸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입니다. 우리는 늘 “이렇게 해! 저렇게 해!”에 익숙하죠. 부모도 그렇고, 자식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아주 작은 일부터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풀도록 해 보세요.



무슨 거창한 얘기가 아닙니다. “아빠, 왜 영어 공부를 해야 돼? 우리말로 얘기 해도 되잖아!”라고 묻는 아이에게 “요즘 영어는 기본이야, 기본. 영어 못 하면 대학도 못 가!”라고 소리치시나요? 아님 “철수가 영어를 잘 하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아빠 생각에는 세계 곳곳에서 외국인 친구도 사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건 네게 큰 힘이 될 거야. 그밖에 또 어떤 힘이 생길까, 네 생각은 어때?”라고 되물어 보시나요.



그런 물음에 스스로 고개를 끄덕일 때 아이의 마음에서 힘이 올라옵니다. “아빠, 천둥이 치면 왜 비가 와?”라는 아이의 물음에 “왜 그럴까? 천둥은 왜 치는 걸까? 아빠도 궁금하네. 네 생각은 어때?”라고 되물어보시나요? 그렇게 물을 때 아이는 잠깐 생각에 잠깁니다. 표정을 보면 생각이 돌아가는 게 보이죠. 그리고 나름의 답을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아이가 성장하는 겁니다. 문제를 깊이 생각하고 풀면서 내면의 힘이 생기는 겁니다. 그 힘이 쌓이고, 쌓여서 삶의 풍랑을 헤쳐가는 지혜가 됩니다.



아무리 소소한 일이라도 직접 생각하게 하고, 경험하게 하고, 풀어보게 하세요. 학교 준비물을 늘 엄마가 챙겨준다면 아이에겐 ‘챙기는 힘, 챙기는 지혜’가 생기질 않죠. 간단한 설거지나 방청소를 통해서도 아이들은 사물의 이치를 터득합니다. 그게 바로 힘입니다. 그러니 아이에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세요. 문제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풀게끔 기다려주세요. 이게 핵심입니다. 구도의 길에서 스승이 제자를 가르치는 방식도 이것과 똑같습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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