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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10대뉴스]위암 억제 유전자 국내서 발견

중앙일보 2002.12.30 00:00 경제 22면 지면보기
'위암억제 유전자에서 자궁경부암 백신까지'.


주사 한방으로 자궁암 막는 백신 개발 간염·에이즈 고칠 신약도 속속 나와 복제 아기 탄생 놓고 존엄성 논란도

올해도 첨단의학기술이 돋보인 한 해였다.국내 의학자들 논문이 해외 유수의 학술잡지에 게재됐고 간 이식수술 등 분야에선 선진국 초일류 병원에 견줘 조금도 손색이 없는 결과들이 국내에서 나왔다. 올해를 빛낸 국내외 의학계 개가 중 10대 뉴스를 선정, 소개한다.







◇복제 인간 탄생=사상 최초로 인간 복제를 통해 여자 아기가 태어났다는 발표가 나왔다. 미국의 종교단체 클로네이드 소속의 프랑스 과학자 브리지트 브아셀리에 박사는 지난 26일 제왕절개를 통해 복제 여아가 탄생했다고 발표했다. 인간 복제란 정자와 난자가 아닌 살점과 혈액 등 체세포 만으로 자신과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를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 인간 복제는 전통적인 생명 탄생 방식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법적·윤리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복제 찬성론자들은 아기가 죽은 경우 그 몸에서 떼어낸 체세포를 이용해 죽은 아기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아기를 얻고자 하는 부모의 권리도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 복제는 난치병 치료용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배아(胚芽)단계에서 자궁에 착상시키지 않고 복제를 멈추는 배아 복제와는 다르다.



◇위암 억제 유전자 발견〓충북대 의대 생화학교실 배석철 교수는 지난 4월 일본 교토대와 공동으로 위암을 억제하는 유전자인 RUNX3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RUNX3 유전자를 파괴시킨 쥐를 만든 뒤 정상적으론 죽어야 할 늙고 병든 위 점막 세포가 죽지 않아 위암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입증해 낸 것이다.



세계적 과학잡지 셀(Cell)과 네이처(Nature)에 잇따라 게재된 그의 논문은 위암 치료와 진단에 근본적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한국 의학자가 올린 가장 큰 개가로 손꼽힌다.



◇자궁경부암 백신 개발〓미국의 다국적 제약회사 머크가 개발한 암 백신이다. B형 간염 백신에 이어 두번째 암 백신이다.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파필로마 바이러스의 감염을 차단한다. 7백68명의 여성에게 주사해 18개월 동안 관찰한 결과 가짜 약을 주사한 그룹 (7백65명)에선 41명이 파필로마 바이러스에 감염된 반면 백신 투여 그룹에선 단 한 명도 감염되지 않았다.



이 백신을 맞을 경우 성 접촉시 파필로마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병에 걸리지 않는다. 한국 여성의 19%가 감염자며 전체 자궁경부암의 95%는 이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년 이내 본격 시판될 예정이다.



◇화제의 신약 개발〓올해 3월 사상 최초의 과민성 대장증후군 치료제 로트로넥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인을 받았다. 그러나 빈혈성 장염이란 부작용이 나타나 현재 여성이면서 변비보다 설사가 심하며 증상이 매우 심해 사회활동이 어려운 환자들을 대상으로 선택적으로 처방된다.



B형 간염 치료제 아데포비어와 C형 간염 치료제인 페가시스+인터페론 병합요법도 올해 FDA의 공인을 거쳐 간염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올해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된 에이즈 치료제 T20도 주목받고 있다. 기존 칵테일 요법보다 6배나 강력한 바이러스 억제효과를 나타냈다.



◇쥐 지놈(Genome)지도 완성〓쥐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지놈 지도가 올해 완성됐다. 미국과 영국 과학자들이 공동 참여해 조사한 결과 쥐와 인간의 유전자는 99%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쥐와 인간의 차이는 전체 유전자 3만여개 중 1%에 해당하는 3백여개의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유전자의 유사성을 감안하면 인간을 꼬리없는 쥐로 불러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 다른 동물과 달리 쥐가 유독 중요한 이유는 신약 개발 등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각종 연구가 쥐를 대상으로 이뤄져왔기 때문이다. 쥐의 유전자 지도 완성으로 쥐와 인간의 지놈을 비교하는 것이 가능해짐으로써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를 사람에게서 간접적으로 유추하는 데 결정적으로 도움을 주게 됐다



◇피부 접착제 등 의료용구 개발〓피부가 찢어진 상처를 실로 꿰매지 않고 붙이는 피부 접착제 '더마 본드'가 등장했다.



FDA 승인을 거쳐 올해 국내에 도입된 더마 본드는 풀처럼 바르면 2분30초 안에 강력한 접착력을 지닌 투명막이 형성되면서 피부가 봉합된다. 입으로 삼키는 캡슐 내시경도 선보였다. 알약 크기(두께 11㎜, 길이 26㎜)의 내시경이 입으로 들어가 항문으로 나오면서 소장과 대장의 질환을 진단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전훈재 교수팀의 연구 결과 소장 출혈의 진단에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용 렌즈 등장〓올해 식의약청의 허가를 받아 도입된 ICL이 대표적이다. 홍채와 수정체 사이에 삽입하는 ICL은 바로 앞 사람의 얼굴도 식별할 수 없는 초고도 근시인 사람에게 효과적이다. 지금까지 초고도 근시환자에겐 투명 수정체 적출술을 시행해 왔는데 ICL은 그와 달리 원근조절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노안교정용 어디션 렌즈도 있다. 콘택트 렌즈의 가운데와 주변부에 서로 다른 도수를 만들어 멀리 있는 것과 가까이 있는 것을 동시에 볼 수 있도록 고안했다. 기존 다초점 안경과 달리 어지럼증 등 착용 초기 적응장애가 적은 것이 장점이다.



◇'여성호르몬 요법 유의'발표〓미국 국립보건원이 주관하는 위민스 헬스 이니셔티브(여성건강조사)의 중간결과가 올해 발표됐다. 폐경 여성에 대한 여성호르몬요법이 뇌졸중과 심장병 발생률을 높이는 등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 여성호르몬요법은 의사와 상의 하에 득실을 비교해 신중하게 처방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미국 폐경 여성의 건강을 위해 91년 시작한 이 조사는 50∼79세 여성 16만여명이 15년 동안 참가하는 대규모 역학조사다. 섭생 습관이 암과 심장병 예방에 미치는 효과도 계속 검증할 예정이다.



◇국립암센터의 암환자 생존율 발표〓올해 10월 국립암센터가 처음으로 한국인의 부위별 암환자 생존율을 발표했다. 가장 예후가 좋지 않은 암은 췌장암(5년 생존율 8.4%)이었으며 간암(10.5%), 폐암(11.4%)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암환자 41.4%가 5년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암환자 10명 중 6명은 죽고 4명은 산다는 결론이다. 이는 미국 암환자의 평균 5년 생존율인 62.1%보다 떨어지는 수준이다. 인구의 고령화로 현재 한국인 3명 중 한명은 평생 1회 이상 암에 걸리며 4명 중 한명이 궁극적으로 암으로 생명을 잃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간 이식 10주년=올해 간 이식 수술 10주년을 맞이한 서울아산병원은 6백여건으로 국내 최다 기록을 보유 중이다. 평균 수술 성공률은 92%로 세계 최고 간 이식 전문병원인 미국 피츠버그 대학병원의 80%를 웃돈다. 현재 간 이식 생존율은 수술 직후 90%, 5년 후 75%, 10년 후 60% 수준. 간 이식 수술에 관한 한 따로 선진국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평가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s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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