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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빛 바다와 태양과 예술,샤갈은 그곳에서 삶의 의미를 느꼈다

중앙선데이 2010.08.21 01:37 180호 2면 지면보기
1 카이궈창의 ‘Travels in the Mediterranean’(2010)Drawing: gunpowder on paper, 3200 x 300 cm ; Pond: water and olive oilPhoto Muriel Anssens - Mamac, Nice / Cai Studio 2 마르크 샤갈의 ‘La luge dans la neige’(1944), coll. part.ADAGP 2010 3 데미언 허스트의 ‘Away from the Flock’,Steel, glass, silicone sealants,formaldehyde solution and lamb, 1180 x 1860 x 513cm 4 ‘선언의 시간’전 포스터, 프린트, 에디션 100x80x120 cm Ben
니스(Nice)니스 근현대 미술관
카이궈창-지중해로의 여행

남프랑스 코타쥐르의 현대 미술 전시장을 가다


주로 마막(Mamac)이라는 약자로 불리는 니스의 근현대 미술관에서는 중국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 작가인 카이궈창의 특별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화약을 이용한 그림과 대규모 폭파 작업, 정교한 조각 작품 등을 이용해 현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그다. 이번 전시의 주요 작품은 그가 니스에 와서 2주간 니스 미술 대학 학생들과 공동 작업한 화약 그림이었다. 후배가 니스를 주제로 그린 밑그림에 화약을 뿌리고, 그림을 완성하는 마지막 절차인 폭파는 퍼포먼스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전시장에 설치된 비디오로 그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28m에 이르는 그림이 전시장 바닥 올리브 오일로 만든 연못에 반사되는 것을 보면서, 물·불·기름·음과 양, 그리고 삶과 예술의 조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5 자코메티의 ‘ Le Chien’(1951), Bronze, 43x92cm " Archives Fondation Maeght"Succession Giacometti, Adagp Paris 2010
두 번째 전시장에서는 15m에 달하는 버려진 어선(이와키라는 일본의 바닷가 마을에서 가져왔다)을 깨어진 도자기들로 가득 채운 작업을 볼 수 있었다. 세 번째 전시장에서는 작가가 감독한 베이징 올림픽 불꽃 놀이와 이전에 이루어졌던 폭파 작업이 담긴 영상 작품이 상영되고 있었다. 뉴욕과 빌바오 구겐하임에서 있었던 회고전 같은 대규모는 아니었지만, 이 전시는 카이궈창의 작품 세계를 몰랐던 사람들에게 이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중요한 전시였다. (사진1)

샤갈 미술관
거꾸로 뒤집어진 샤갈의 세상

6 사이 톰블리의 ‘CT6: Pan -dtail’(1980),huile, craie grasse et crayon sur papier et gravure, 59 x 59 cm Franck Couvreur.
“나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평화와 종교적인 평온함, 그리고 삶의 의미를 느끼기를 바라며 이 그림들을 이곳에 남긴다.” 샤갈이 자신의 대작들을 샤갈 미술관에 기증하면서 한 말이다. 생전 그의 소망대로, 이곳을 찾는 연간 20만 명이 넘는 방문객들은 지중해의 하늘빛과, 태양과, 무지개를 닮은 순수한 색채와 선들로 그려진 그의 그림들을 보면서, 삶에 대한 사랑과 평화를 새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 여름에는 샤갈이 세상을 떠난 지 25년을 기리는 특별 전시였다. 23점의 유화와 58점의 드로잉이 전시됐다. 전시 제목이 시사하듯, 이 작품들은 시간과 공간이 뒤바뀌고 혼재되면서 비로소 깨닫게 되는 삶과 죽음, 꿈과 현실의 세계로 관람객들을 이끌고 있었다. (사진2)

생 폴 드 방스(Saint-Paul-de-Vence)
마그 재단/자코메티와 마그 전

니스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생 폴 드 방스는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높이에 위치한 아기자기한 요새 도시다. 중세부터 내려오는 돌 건축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도시의 경사진 거리 곳곳마다 갤러리와 남프랑스에서 나는 수공예품을 파는 가게들, 예쁜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숨어있어 코타쥐르를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생 폴 드 방스를 사랑하게 되는 또 다른 이유가 마그 파운데이션이다. 프랑스의 화상인 에메 마그와 그의 아내 마그리트가 1964년 만든 이 미술관에는 미로, 칼더, 샤갈, 레제, 피카소, 브라크, 피카소 등 근대 미술사의 중요한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어 남프랑스를 찾는 미술 애호가들의 필수 방문지다.

이번 여름의 특별전은 미술관을 건립한 마그와 작가 자코메티라는, 화상과 작가의 오랜 세월에 걸친 우정을 그린 ‘자코메티와 마그’ 전이 열리고 있었다. 자코메티의 대표적인 조각 작품뿐 아니라 유화와 드로잉이 폭 넓게 선보여진 이번 전시에서 지난 2월 소더비에서 약 1197억원에 팔리면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예술 작품이 되었던 ‘걷는 남자(l’Homme qui marche)’의 에디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정원에 설치된 칼더와 미로, 브라크가 디자인한 연못, 그리고 자코메티 형제가 디자인한 가구들이 있는 뮤지엄 카페 등 마그 파운데이션에서 보낸 시간들은 한마디로 코타쥐르의 보석을 감상한 듯한 시간이었다. (사진5)

무앙 사르투(Mouans-Sartoux)에스파스 콩크레
선언의 시간

이번에 방문한 코타쥐르의 전시 중 기획력이 가장 돋보였던 전시는 무앙 사르투의 에스파스 콩크레에서 열린 ‘선언의 시간(Le Temps de Manifestes)’ 전시가 아닐까 한다. 게다가 운 좋게 일 년에 단 한 번 뿐인, 큐레이터가 직접 설명해주는 가이드 투어에 합류할 수 있었다. 이곳은 16세기부터 내려오는 고성의 내부를 개조하여 시빌 알레브(Sybil Albert)와 갓프리드 호네가(Gottfried Honegger)라는 두 컬렉터의 콜렉션을 기증으로 1990년 문을 열었다. 해마다 컬렉터들의 기증이 늘어남으로써 더더욱 풍부한 컬렉션을 갖추어 가고 있을 뿐 아니라, 뛰어난 기획력이 돋보이는 전시로 작지만 커다란 이슈를 만들고 있는 곳이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 디렉터인 파비엔 풀세리(Fabienne Fulchri)가 기획했다. 20세기 초반부터 현재까지 예술가들이 사회에 대한 가치관과 비판 의식을 표명함에 있어 자신들의 시각적 언어를 어떠한 식으로 창조하고 이용했는지, 특히 그래픽 언어와 예술적 언어가 지니는 모호한 관계에 초점을 맞추면서 예술이 어떻게 ‘소통’의 수단으로 사용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전시였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는 1900년대 초반의 유명 작가부터 현재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직접적인 텍스트의 형태나 추상적인 포스터 형식 또는 회화의 은유를 이용하거나 오브제를 이용한 설치, 영상 작업 등의 다양한 형태로 전시되었다. 아울러 미술관 밖에 전시된 프랑스 화가인 다니엘 뷰렌(Daniel Buren)의 설치 작품은 코타쥐르의 강렬한 햇빛을 아홉 가지 색으로 반사하면서 역사와 건축 그리고 예술에 관한 고찰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사진4)

모나코(Monaco)해양박물관
데미언 허스트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 차량 탓에 예정보다 한 시간이나 더 걸려 모나코 해양 박물관에 도착했다. 유럽 전역에서 명성이 높은 모나코 해양 박물관에서는 건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처음으로 현대 미술 전시를 기획했다. 첫 번째 주인공은 바로 데미언 허스트. 그는 “나는 나를 가장 매료시킨 두 가지, 즉 예술과 과학을 접목시켜 보여줄 수 있는 장소에서 전시를 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피가로 지와의 인터뷰에서 소감을 밝혔다. 특히 그의 작업 중 ‘자연사 시리즈(Natural History Series)’야 말로 이번 컨셉트에 가장 어울리는 작품이 되었다.

이 전시에는 방부액에 넣은 상어 같은 그의 아이콘적인 작품을 비롯해, 점 페인팅, 스핀 페인팅, 나비 페인팅, 약장 작품 등 60여 점이 1, 2 층으로 나뉘어 전시됐다. 특히 2층 전시작들은 자연사 박물관에 이미 전시돼 있는 오브제들과 함께 전시되었다. 포름 알데히드 탱크에 전시된 상어와 그 옆 수족관 물탱크에서 활기차게 헤엄치고 있는 상어를 함께 바라보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허스트가 말하고자 하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 잡은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그가 만든 상어 작품의 제목·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이란 바로 이런 것일까? 아무튼 15년간 해왔던 데미언 허스트의 대표작을 한꺼번에 볼 수 있었던 기회였는데, 사람들은 그의 천재성에 한 표를 던지거나 반대로 그의 작가 정신에 물음표를 던졌다. 그렇게 이 전시는 올해 코타쥐르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전시가 되고 있었다. (사진3)

방스(Vence)빌네브 성

방스에서는 방스 출신의 갤러리스트 이봉 랑베르의 개인 컬렉션 일부를 선보이는 전시가 고성인 빌네브성에서 열리고 있었다. 이봉 랑베르 갤러리는 프랑스 현대 미술 시장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업 갤러리로 뉴욕까지 진출할 정도로 국제적인 위상을 갖췄다. 파리의 마레 갤러리 전시를 자주 찾긴 했지만 이봉 랑베르의 개인 컬렉션을 직접 감상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번 전시에는 앙리 마티스, 라울 뒤피, 장 미셀 바스키아, 솔르윗, 미쿠엘 바르첼로, 안젤름 키퍼, 더글라스 고든, 사이 톰블리, 조다난 몽크, 크리스티앙 볼탄스키, 프란체스코 베졸리 등 현대 미술사의 스팩트럼을 넓게 제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다양하게 전시되었다.14세에 처음 컬렉션을 시작한 그는 갤러리스트가 되어 세계적인 작가들과 함께 일하면서 수십 년간 현대 미술사의 중요한 작품들을 소장하게 되었다. 2000년에 남프랑스의 아비뇽에서 소장품을 일반인에게 공개했고, 2008년에는 이 소장품 중 300여 점(시가 6000억 유로에 달한다!)을 아비뇽 시에 기증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진6)




최선희씨는 런던 크리스티 인스티튜트에서 서양 미술사 디플로마를 받았다. 파리에 살면서 아트 컨설턴트로 일한다.『런던 미술 수업』을 썼다. sunhee.lefu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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