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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페’가 끝나도 목청은 멀쩡…그리운 한국식 ‘떼창’의 추억

중앙선데이 2010.08.21 01:30 180호 4면 지면보기
살짝 늦은 감이 있지만, 그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일 한국에서 폭발적인 호응 속에 내한공연을 펼친 스티비 원더(사진) 말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그의 이번 한국공연은 지난 7~8일 일본에서 열린 ‘서머소닉 록 페스티벌’과 연계해 이뤄졌다. 그가 헤드라이너(페스티벌의 메인 아티스트)로 무대에 선다는 소식을 듣고, 몇 달 전부터 서둘러 서머소닉 티켓을 구매했다.

이영희의 코소코소 일본문화: 한국 록페 vs 일본 록페

8일 도쿄 인근의 지바 마린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티비 원더의 공연은 물론 나무랄 데 없었다. 그러나 한국 록 페스티벌만 찾아 다니다 처음으로 일본 록 페스티벌을 경험해 본 필자. ‘잘 놀았다’고 만족하기엔 왠지 모를 미진함이 계속 남았다. 곰곰 생각해본 결과, 그 이유는 바로 한국과 일본의 서로 다른 공연 문화 때문이었다.

일본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우선 ‘하늘이 두 쪽 나도 시간은 지킨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의 록 페스티벌도 공연 시간은 정확하다. 여러 뮤지션이 줄지어 공연하는 페스티벌의 특성상, 한 공연이 늦어지면 연쇄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스티벌의 마지막 공연이자 하이라이트인 헤드라이너의 경우 관객들의 호응에 따라 공연시간이 조정되는 약간의 ‘유도리(여유)’는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스티비 원더에게도 예외는 허락되지 않았다.

오후 7시30분 시작 예정이었던 공연, 스티비 원더는 무슨 이유인지 20분 늦게야 무대에 올랐다. 정시공연에 익숙한 일본 관객들은 공연 예정시각에서 5분이 지난 시점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아 이거 왜 이래들. 세계적인 스타라면 이정도는 당연한 거 아냐. 우리는 심지어 2시간 반을 기다린 적도 있었다고!(지난해 말, ‘건즈 앤 로지스’의 내한공연이었다).’

아무튼 20분 늦게 시작된 공연은 종료 예정시간인 9시, “아이러브 재팬~”이라는 스티비 원더의 작별 인사와 함께 정확하게 끝이 났다. 앙코르? 물론 없었다. 밤 9시가 되면 공연종료를 알리는 불꽃놀이가 시작되는 것이 서머소닉 록 페스티벌의 오랜 전통. 그 가차없는 시간제한에 스티비 원더도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일본 관객들이 ‘떼창(다같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관객들의 가열찬 호응을 유도하던 스티비 원더의 시도는 여러 번 좌절됐다. 처음에는 ‘이분들이 영어가 약해 그런가’ 싶기도 했지만, ‘아이 저스트 콜드 투 세이 아이 러브 유(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 같은 대히트 넘버에도 ‘떼창’의 강도는 그저 그런 수준. 공연이 끝난 후 일본 친구에게 물어보니 이렇게 답했다. “공연장에서 너무 크게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건 주변 관객들에게 실례 아닌가? 사람들은 내 노래가 아니라 아티스트의 노래를 들으러 오는 거라고!”

서머소닉을 마친 후 한국 록 페스티벌의 후유증과는 다른 점을 발견했으니, 그것은 목이 말짱하다는 것이었다. 관객 호응도에 있어서는 스티비 원더 못지않았던 한국그룹 ‘빅뱅(Bigbang)’의 공연은, 그들의 일본어 노래 가사를 미처 숙지하지 못한 탓에 ‘떼창’에 참여도 못했다. 에너지를 불사르려 했던 스티비 원더의 공연은 주변 관객들 눈치 보며 우물거리다 보니, 어느새 끝나버렸다. 공연에 가는 이유를 ‘노래방+클럽+테마파크’의 즐거움을 한번에 누리는 기회로 생각하던 필자, 아아 한국 공연장의 그 무시무시한 열기가 그립고 그리울 뿐.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 현재 도쿄 게이오 대학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고 있다. 아이돌과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을 학업으로 승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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