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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흙과 바다와 바람과…

중앙선데이 2010.08.21 01:18 180호 6면 지면보기
‘거친 바다, 젖은 하늘’(1996), 162.2 ×130.3㎝
원로 화가 변시지(84) 화백은 바람을 그린다. 고향 제주의 거센 바람은 그의 그림 속에서 흩날리는 누런 흙으로, 요동치는 거무스름한 바다로, 뽀글뽀글 터지는 희끄무레한 물거품이 된다. 그는 해외에서 더 유명한 작가다. 100호짜리 ‘이대로 가는 길’과 ‘난무’가 2007년 6월부터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10년간 상설 전시되고 있다.

‘변시지 개인전-검은 바다’, 8월 5~31일 서울 남대문로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롯데갤러리, 문의 02-726-4428

다섯 살 때 가족과 일본으로 건너가 미술 공부를 시작한 그는 1948년 제34회 일본 광풍회전에서 스물세 살의 나이로 최고상을 받음으로써 일본 화단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1957년 귀국해 국전 개혁을 주장하다가 75년 제주로 내려가 지금까지 제주에서 작업하고 있다.

5년 만의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2011년 완공 예정인 제주 변시지 미술관 개관을 앞두고 여전히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여든넷 작가의 작업 혼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예술의 본체는 풍토입니다. 피카소는 프랑스에서 활동했지만 그의 그림에서는 스페인의 정열이 느껴지지 않나요. 풍토가 예술의 모태가 된다면 지역마다 사투리가 있듯 지역마다 다른 그림이 나올 텐데, 요새는 지방 작가들도 서울 작가와 작품 경향이 비슷하고 그래서 독창적인 작품이 안 나오는 것 같아요.”

그의 그림에는 장판지 같은 누런 색과 푸른 기를 머금은 검정이 자주 등장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처음 제주공항에 도착했을 때 강렬한 빛 때문에 모든 것이 누렇게 보였습니다.‘(충격 받고)하늘이 누레졌다’할 때 그런 누런 색이었죠. 제게는 그게 제주의 색으로 느껴졌어요. 검은색을 쓰는 것은 고정관념을 뒤집고 싶었기 때문이었고요.

검정은 밤, 흰색은 낮 같은 개념을 뒤집어보고 싶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검은 바다’와 ‘폭풍’ 시리즈 등 낙향 후의 작품을 중심으로, 49년 일본 활동 당시 작가의 동생을 그린 ‘시관의 상’,
1957~75년 이른바 ‘비원 시절’ 그렸던 창덕궁의 비원 풍경 그림과 자화상 등 36점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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