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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은 술집

중앙선데이 2010.08.21 00:55 180호 11면 지면보기
면 소재지 들머리에 냇가길 따라 집이 몇 채 있습니다. 작고 오래된, 그리고 공들인 예쁜 집이 눈에 띄었습니다. 하늘색 페인트칠이 고운 외벽, 흰 알루미늄 틀에 빨간 페인트칠. 그러나 섞이지 않아 더 예술적인 문짝, 늙은 소나무 문양의 빛 가리개, ‘틀’로 찍어 만든 시멘트 난간을 두른 옥상. 한 시절을 누린 생활문화가 오밀조밀합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선생님 집이세요?” “아뇨. 골목 끝에 있는 염소우리 치우러 왔지.”
“아침부터 바쁘시네요.”
“비 뒤끝이라 일이 많네. 냇가 집이라 큰비 오면 불안해.”
한증막 날씨에 땀은 샘솟고, 말씀은 느릿하나
손발은 설렁설렁 쉽게 일을 쳐냅니다.

“이 집, 살림집이었어요?” “아녀, 술집이여.”
“술집…요?” “아가씨 술집 하려다 문도 못 열었어.”
“아가씨…술집요?”
멀쩡한 문짝에 빨간 칠 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아쉽습니다.
공들인 집을 쓰지도 못하고, 술집을 열지도 못해 아쉽습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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