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국 ‘사교육 빅7’ 지역 학원 불법행위 족집게 단속

중앙일보 2010.08.21 00:55 종합 18면 지면보기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대입전문 A학원 앞에선 매일 밤 10시마다 진풍경이 벌어진다. 수강생 수십 명과 강사들이 옆 건물 사무실로 대이동을 하는 것이다. 수강생들은 이곳에 새벽 2시까지 머물며 강사에게 질문을 하거나 자습을 한다. 사실상 학원 교습시간이 연장된 것이다. 최근 ‘A학원이 불법 심야교습을 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이곳을 급습한 교육과학기술부 직원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자습실을 나서야 했다. 이곳은 지역교육청에 정식 등록된 독서실이었기 때문이다. 독서실은 지역교육청 허가만 받으면 새벽 2시까지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학원장이 이용한 것이다. 이 학원은 비수강생들이 이곳을 ‘진짜 독서실’로 알고 찾아올까 봐 간판도 달지 않았다.


신종 편법행위 실태
밤10시 단속 피하려 옆 건물 이동
독서실서 사실상 심야교습 성행
보조 수강료, 강의 끼워팔기도

최근 전국의 학원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이 같은 신종 편법행위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학파라치제(학원 불법 신고포상금제)가 고액 과외나 편법 입시학원 같은 ‘고래’는 못 잡고 예체능학원 같은 ‘피라미’만 잡는 부작용도 심각하다. (본지 8월 19일자 8면)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교과부는 약발이 듣지 않자 유명 학원가를 중점 관리하겠다고 20일 밝혔다. 교과부는 학원가 정보도 직접 수집할 방침이다.



교과부 김재금 평생학습정책과장은 “학원 밀집지역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대표적인 학원가 7곳을 ‘학원 중점관리구역’으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7곳은 서울 대치동, 경기도 분당, 대구 수성구 등 각종 프랜차이즈 학원과 강사 1인이 운영하는 교습소가 수백~수천 개에 달하는 지역이다. 교과부는 다음 달부터 이들 지역 관할 교육청에 단속 보조요원을 집중 투입해 불법·편법 운영을 단속하기로 했다. 최근 학원가에선 독서실 겸업뿐만 아니라 유명 강사와 초보 강사를 섞어 종합반을 운영하는 ‘강의 끼워팔기’와 수강료 외에 방송수업비·성적전산처리비·논술첨삭비 등 각종 ‘수익자 부담 경비’를 요구하는 편법이 유행이다.



교과부는 또 7개 지역의 학원 중 5~10%를 표본으로 추출해 학원·수강생·강사 수, 학원비 등의 변화를 매달 수집하기로 했다. 김 과장은 “통계청의 사교육비 통계는 결과론적인 분석에 그쳐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실제 학원가의 생생한 정보를 통해 정책의 효과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지역교육청 “학파라치제 문제 있다”=교과부가 이날 소집한 전국 7개 시·도 교육청 학원 담당자 회의에서는 학파라치제에 대한 교육청들의 불만과 항의가 쏟아졌다. 명확하지 않은 신고 내역의 사실 확인부터 포상금 지급까지 관련 업무는 크게 늘었지만 제도의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한 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학파라치제의 한계가 언론(중앙일보)에까지 보도된 만큼 문제점을 손질하거나 존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초기에 고액 과외나 학원의 편법 운영에 대한 경고용으로서의 효용도가 떨어졌다”고 전했다. 교과부도 최근 학파라치제 개선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련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