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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리튬으로 기지개 켜는 볼리비아 주목해야

중앙일보 2010.08.21 00:18 종합 29면 지면보기
약 1000년 전 세계 최장의 안데스 산맥 7개 봉우리를 관통하는 드넓은 고원지대에 ‘아이마라왕국’이 있었다. 광활한 티티카카 고원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소규모 독립국가를 형성하며 안데스 문명의 꽃을 피웠다. 그러나 11세기에 잉카제국, 16세기에 스페인 제국에 정복당하면서 쇠락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긴 항쟁의 역사만큼이나 아이마라족의 삶은 고단하고 비참했다. 오랜 세월 동안 농장과 광산 일꾼, 하인, 밀림의 코카 대농장 노동자로 살아야만 했다. 현재 아이마라족은 안데스 산맥의 남부 고원지대 주변 지역에서 감자·옥수수·콩·보리·밀을 경작하고 라마와 알파카 목축을 하며 뗏목을 이용한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볼리비아는 바로 남아메리카 인디언인 아이마라족의 후손들이 사는 나라 중 하나다. 고원지대에 위치한 볼리비아는 ‘남미의 티베트’로 불린다. 수도인 라파스는 해발 3800m에 위치해 있다. 스페인의 식민지였을 때만 해도 광업은 국가기간산업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서면서 광업이 쇠퇴일로를 걷게 되자 광산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결국 볼리비아는 라틴아메리카 최빈국 중의 하나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런 굴곡의 역사를 가진 나라가 광업을 중심으로 다시 기지개를 활짝 켜고 있다. 세계 최대의 소금사막인 ‘우유니 소금호수’는 볼리비아의 대표적인 ‘볼거리’이자 과거의 부흥을 되찾게 하는 ‘먹을거리’가 될 것이다. 총면적 1만2000㎢로 전라남도와 비슷한 넓이의 이 소금호수는 해발 3656m의 고지에 펼쳐져 있다. 우기 때 소금호수 위에 비친 모습이 하늘과 땅이 일체를 이룬 듯 장관을 연출해 관광명소로 유명하지만 우유니는 단순한 소금호수가 아니다. 장차 볼리비아를 먹여살릴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리튬 침전물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리튬은 휴대전화기, 노트북, PC, 디지털카메라의 배터리 등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 자동차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쓰이는 핵심 원료다. 이러한 리튬이 세계 매장량의 47%나 우유니 소금호수에 묻혀 있다.



2005년 12월, 볼리비아에서 대변혁이 일어났다. 오랜 식민지 생활에 시달린 순수 아이마라족의 후예이자 광부의 아들인 에보 모랄레스 야당 지도자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이다. 볼리비아 사상 첫 아이마라 원주민 출신의 대통령이었다. 그는 과거 스페인 식민지 유산을 척결하고 인종차별과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모토로 내걸었다. 볼리비아의 최대 자원인 천연가스 등 에너지 부문의 국유화를 과감하게 단행했다. 지난해 12월 압도적인 표차로 두 번째 집권의 기회를 잡았다.



모랄레스 대통령이 8월 25일 한국을 방문한다. 그는 자신을 지지해 준 인디오들에게 ‘선물’을 주려 한다. 빈곤과 기아 퇴치가 그것이다. 가장 현실적인 선물은 우유니 호수의 리튬 개발일 것이다. 볼리비아는 6·25 전쟁 때 우리나라에 물자를 지원해 준 형제의 나라다. 두 형제가 한쪽은 풍부한 리튬 자원으로, 다른 한쪽은 선진 기술과 자본력으로 서로 의기투합한다면 새로운 역사를 쓰는 주역이 될 것이다. 아이마라 왕국의 후손으로 고대 안데스 문명의 꽃을 다시 피우겠다는 그의 일념이 성취되기 바란다.



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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