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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세대간 분열, 불안한 현실 … 일본은 우울하다

중앙일보 2010.08.21 00:15 종합 21면 지면보기
 일본의 불안을 읽는다

권혁태 지음

교양인, 452쪽

1만9800원




현대 일본 사회를 분열, 트라우마, 자기 기만, 불안의 4개 용어로 파고들면서 각각에 1개 장씩 할애했다. 일본경제사를 전공한 바탕 위에 일본 대중문화, 진보운동의 역사 등에도 천착하고 있는 저자의 내공이 돋보인다. 많이들 나와 있는 ‘일본사회 엿보기’ 류(類)의 설익은 체험기와는 질적으로 다른 느낌이다.



책 제목에 넣은 ‘불안’이 역시 으뜸가는 키워드인 듯하다. 저자는 국제정치학자 빅터 차가 “전후 일본 외교의 핵심은 ‘버림받는 것’과 ‘말려드는 것’에 대한 공포에 있었다”고 언급한 것에 동의한다. 안보적으로 미국·한국으로부터 버림받거나 한반도 분쟁에 말려드는 것을 두려워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남·북한 간 화해는 일본의 왕따를 의미하고, 북한은 일본 내에서 얼마든지 비판해도 좋은 ‘만인의 샌드백’이 됐다. 일본 사회의 불안은 ‘격차(格差·양극화)’ 현상에서도 설명된다. 그렇지만 일본의 격차는 계급론이나 계층론 보다는 ‘세대론’으로 설명해야 맞다.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는데, 그 가난은 청년층에서 가장 심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시장주의적 개혁에 따라 기업들은 단기 계약직 고용을 선호하게 되고, 청년층은 고용 불안과 가난에 시달리며, 아이들까지 스트레스를 받아 이지메·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등이 나타난다. 불안의 확대재생산이다.



전쟁에 대한 윤리적 책임감을 토양으로 성장한 일본 좌파는 자위대·미일안보조약 폐지를 주장하면서도 대안 제시를 못해 시민사회운동과 단절되면서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사진은 1960년대 일본 학생운동을 주도한 ‘전공투(全共鬪)’의 시위 모습. [중앙포토]
좀더 시야를 넓히면 일본 특유의 ‘작은 나라 콤플렉스’도 불안 탓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작지 않은 나라이지만 19세기 서양에 대한 자학적 표현으로 ‘작은 나라 이데올로기’를 만들었다. 작으니 ‘큰 나라’를 지향하자는 의미이고, 그러려면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사회에서 국호 ‘일본(日本)’의 발음은 ‘니혼’과 ‘닛폰’ 두 가지가 있다. 저자는 최근 일본 매스컴이나 공식석상에서 발음이 보다 강한 ‘닛폰’을 많이 사용하는 추세에도 주목한다. ‘닛폰’ 호칭이 내셔널리즘, 과거 군국주의와 끈이 닿아있을 가능성을 조심스레 언급한다. 아시아를 보는 일본의 시각 변화를 ‘분열적 아시아주의’로 분석한 글도 상당한 시사점을 던진다.



사회당·공산당 등 일본 좌파가 왜 사실상 몰락했는지 꼼꼼히 따진 대목은 토양은 다르지만 한국의 진보·좌파 운동에도 참고가 될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일본 좌파의 역사적 기반은 전쟁에 대한 윤리적 책임감과 냉전 체제였다. 다수가 전쟁에 협력했던 일본 지식인 사회의 ‘좌파 콤플렉스’가 큰 힘이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좌파는 자위대·미일안보조약 폐지를 주장하면서도 대안 제시는 못해 점차 설득력을 잃게 됐다. 그 결과 일본은 반체제 운동이 한국과 달리 시민사회 운동과도 단절돼버렸다는 것이다.



노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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