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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즐겨찾기] 휴가 중인 스티브 잡스도 불러내다

중앙일보 2010.08.21 00:11 주말섹션 14면 지면보기
박주만 옥션-G마켓 대표
한국은 전자상거래가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미국이나 다른 유럽 국가에서 중고 상품이 온라인에서 한창 팔리고 있었던 2000년대 초, 이미 한국에서는 옥션과 G마켓 같은 ‘오픈마켓’을 통해 신상품이 활발히 팔리고 있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보급률의 초고속인터넷, 어디에서 물건을 부치더라도 하루 만에 받을 수 있는 택배 시스템, 인터넷뱅킹 활성화 등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었던 인프라 구축도 주효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을 이렇게 폭발적으로 증가시킨 일등공신은 바로 수백만 개, 수천만 개에 달하는 상품평이었습니다. 시어머니가 빚은 된장, 여드름으로 고민하던 주부가 직접 만든 수제비누 같은 상품들이 초기 오픈마켓에서‘인기상품’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바로 상품평의 힘이 있었던 것이지요.



일반인이 짧게 남긴 100자 단문 상품평에도 이러한 힘이 있을진대, 공신력 있는 전문 상품평의 위력은 더 말할 나위 없겠지요. 미국 소비자잡지 컨슈머리포트(www.consumerreport.org)는 바로 그런‘공신력 있는 전문 상품평’의 대명사 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컨슈머리포트가 유명해진 것은 아이폰 때문이지요. 아이폰4를 쥐는 방식에 따라서 수신감도가 떨어지는‘데스 그립(death grip)’현상을 언급하며 아이폰4를‘추천할 수 없음’이라고 언급한 컨슈머리포트의 평가가 나왔습니다. 그 직후 휴가를 보내고 있던 애플 CEO 스티브 잡스가 급히 복귀해 기자회견을 열었을 정도로 컨슈머리포트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 잡지는 광고를 따로 받지 않고 유료 독자가 내는 구독료와 비상업적 성격의 기부금 등으로 자체 상품실험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고 있지요. 미국에서 소비자운동의 뿌리가 깊기는 하지만 74년간이나 발간됐다는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이 잡지의 공신력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서도 접할 수 있는 컨슈머리포트 사이트를 통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유명 브랜드 상품, 특히 신차에 대한 상품평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입니다.



전자상거래가 발달할수록 쇼핑에 대한 전문 콘텐트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고객이 남긴 일반 상품평이 지금까지 10년 동안의 한국 전자상거래를 키워 왔다면, 향후 10년 동안에는 공신력 있는 전문 상품평도 그 못지않게 중요해질 것입니다. 상품을 내놓은 제조업체에 때로는 격려로, 때로는 채찍으로 작용하는 이러한 상품평은 소비재 산업의 수준은 물론 옥션-G마켓과 같은 온라인 쇼핑업체의 서비스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기폭제가 될 테니까요.



컨슈머리포트 박주만 옥션-G마켓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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