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 Insight] 미국 스탠퍼드 대학과 실리콘 밸리의 선순환

중앙일보 2010.08.21 00:01 주말섹션 8면 지면보기
미국 실리콘 밸리가 요즘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애플과 구글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으로 세계 무선통신 혁명을 이끌고 있는 데다 페이스북·트위터 등은 세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르게이 브린, 스티브 발머, 제리 양 … 그들은 스탠퍼드에서 기업가 정신 배웠다

이 실리콘 밸리에서 심장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스탠퍼드대입니다. 스탠퍼드대는 실리콘 밸리 기업에‘새 피(창의적 인재)’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유입되는 스탠퍼드대 인재들은 실리콘 밸리를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이들은 성공한 CEO가 돼 모교를 후원하고 강연도 하며 후배에게 기업가 정신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실리콘 밸리 생태계를 선순환시키고 있는 것이지요.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구글입니다. 스탠퍼드대는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컴퓨터과학과 대학원생이던 때부터 자금 조달과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했습니다. 이 때문에 스탠퍼드대는 구글의 주식뿐 아니라 구글의 핵심 기술 특허권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스탠퍼드대가 보유한 전체 특허만 1000여 개에 달하고 특허로 인한 한 해 수입이 6000만 달러를 넘어섭니다.







스탠퍼드대 출신이 단순히 기술력만 좋아 성공한 기업을 만드는 걸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것 말고도 확고한 기업가 정신이 필요합니다. 스탠퍼드대는 학생에게 기업가 정신을 불어넣기 위해 15년 전부터 공대에 기업가정신센터(STVP)를 설립해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스탠퍼드대 교수들은 기업가를 ‘기회가 될 수 있는 문제를 찾기 위해 항상 깨어 있으며 한정된 자원을 활용해 목표를 달성하는 창의적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이라고 정의합니다.



스탠퍼드대의 기업가 정신 교육 방식은 독특합니다. 티나 실리그 이사는 강의 때 이런 방법을 씁니다. 학생에게 종잣돈 5달러가 든 봉투를 나눠주고 봉투를 연 지 2시간 내에 최대의 수익을 올리라는 과제를 내는 거지요. 60명이 14개 팀을 이뤄 만들어 온 결과물은 놀라웠습니다. 누구도 눈여겨보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문제를 찾아내 해결했습니다. 그 결과 평균 수익률이 4000%를 넘었습니다.



한 팀은 토요일 저녁마다‘맛집’으로 소문난 식당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는 모습을 눈여겨봤습니다. 남녀가 2인1조 커플로 여러 맛집에 미리 예약을 했습니다. 그런 다음 예약 시간이 다가올 즈음 식당 앞에 가서 줄 서 있는 사람에게 예약권을 최대 20달러를 받고 팔았습니다.



다른 팀은 인재를 채용하기를 원하는 한 회사와 계약을 하고 그 회사를 위해 3분짜리 광고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광고를 과제 해결 프레젠테이션 시간에 과제 대신 발표했습니다. 이 팀은 한 푼도 쓰지 않고 650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혁신 프로젝트로 발전했고 전 세계 수백 개 팀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제를 통해 학생은 창의성과 기업가 정신을 익히고 있는 것이지요.



학생에게‘실패 이력서’도 쓰게 했는데요. 처음에 실패 이력서를 쓰라고 하면 학생이 어리둥절했다고 합니다. 이력서에 성공적인 경력과 장점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인생에서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던 것을 쓰라고 하니까요. 하지만 이런 실패 이력서를 일단 작성해보면 실패라는 창을 통해 경험을 되돌아보게 된다고 합니다.



교수 2명 이상이 같은 강의에 동시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하소 플래트너 디자인연구소는 둘 이상의 학문 분야에 걸치는 접근법을 중시합니다. 그래서 공대·의대·경영대·교육대 등 다양한 분야의 교수가 학생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교수는 자신도 답을 모르는 문제를 학생에게 던져줍니다. 캠퍼스 내에서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는 방법, 아이에게 인스턴트 식품 대신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게 하는 방법 등이 질문입니다. 전통적인 사고방식의 틀을 깨뜨림으로써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상상력을 최대한 넓히기 위해서지요.



실리콘 밸리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만을 둘러싼 지역으로 세계 최대의 첨단기술 기업이 밀집돼 있다. 애플·구글·페이스북·휼렛패커드(HP)·인텔·이베이·시스코시스템스 등이 있다. 명칭은 1970년대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과 샌타클래라 계곡(밸리)에서 따온 조어다. 이제는 실리콘밸리가 단순히 반도체 산업만이 아니라 첨단기술 산업 전체를 뜻하는 의미로 확대됐다.






스탠퍼드 기업가정신센터 티나 실리그 이사



실패 이력서, 학생들에게 쓰게 했다




구글·야후·휼렛패커드·선마이크로시스템스·시스코시스템스·찰스슈왑(미국 최대 온라인 증권사)·나이키·갭…. 각 분야를 대표하는 선도적 기업들이다. 그것 말고도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창업자가 스탠퍼드대 출신이라는 점이다. 미국 실리콘 밸리에 자리 잡고 있는 스탠퍼드대는 기업을 세운 창업자가 많기로 유명하다. 주요 기업만 1200여 개에 달한다. 스탠퍼드대의 기업가 정신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스탠퍼드대 기업가정신센터(스탠퍼드 테크놀로지 벤처스 프로그램·STVP)의 티나 실리그 이사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그의 기업가 정신 강연은 스탠퍼드대에서도 최고 강연으로 꼽힌다.



글=김창규 기자



●‘5달러 프로젝트’아이디어가 독특합니다. 몇 번이나 과제로 내주었나요.



티나 실리그 이사
“똑같은 과제를 학생에게 주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나도 학생들만큼이나 새로운 결과에 놀라고 싶기 때문이죠. 그래서‘5달러 프로젝트’는 60명의 학생(14개 팀)에게 한번만 내줬지요. 그러나 유사한 과제를 내주긴 했어요.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한 움큼의 클립을 줄 테니 4시간 내에 가능한 한 최상의 가치를 만들어봐라.’이외에 포스트잇, 고무밴드, 생수병 등을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제의 개념은 비슷합니다. 거의 가치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물건으로 시작해서 이를 아주 큰 가치가 있는 것으로 바꾸는 방법을 찾는 겁니다. 이게 바로 기업가 정신의 본질입니다. 기회를 포착하고 한정된 자원을 활용해서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 내는 거죠.”



● 왜 스탠퍼드 테크놀로지 벤처스 프로그램(STVP)을 만들었나요.



“이 프로그램은 15년 전에 시작됐어요. 나도 이곳에서 10여 년간 일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과학자나 공학도가 순전히 기술적 교육만 받고 학교를 나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데서 출발했지요. 이들은 앞으로 일하게 될 기업가적 환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성공을 얼마나 많은 학생이 창업하느냐로 가늠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들이 기업가 정신을 갖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지요. 기업의 모든 구성원이 기업가 정신이 있어야 하니까요. ”



● 기업가 정신 배우려는 학생은 어떤 부류인가요.



“다양한 전공의 학생이 있어요. 학부생도 있고, 대학원생도 있고, 박사 과정에 있는 학생도 있습니다. 이들 중 많은 사람은 언젠가 벤처기업을 세우기를 희망하지요. 일부는 효율적인 리더가 되는 법을 배우려고 하고요.”



● 디자인 관련 강좌에서 2명의 교수가 함께 강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하소 플래트너 디자인연구소는 디자인 사고 과정에 기반을 둔 많은 강좌를 열고 있습니다. 전공과 상관없는 협업, 인간 중심의 디자인, 사용자 감정의 이입, 신속한 견본 만들기 등의 내용이 강좌에 포함됩니다. 디자인 사고는 여러 재료를 활용하면 가장 배우기가 쉬워요. 수업마다 각기 다른 의견을 내는 교수가 최소 2명 참여합니다. 그들은 다른 접근법과 아이디어를 주장하면서 어떤 주제를 보는 데도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는 것을 학생에게 제시합니다.”



● 효과적으로 기업가 정신을 키우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나요.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에게 큰 도전을 해 보고 성공 또는 실패할 것 같은 일을 체험해 볼 기회를 주는 거지요. 실패는 ‘실리콘밸리의 비밀 소스’입니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실패가 혁신을 이루는 과정의 자연스러운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이곳 사람은 한번도 실패하지 않는다면 충분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학생이 실험을 통해 피할 수 없는 실패에서 회복하는 법을 배우도록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다양한 산업 분야의 기업가와 접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합니다. 학생은 또 벤처 캐피털리스트, 법조인, 은행가처럼 기업가 생태계를 지원하고 조성하는 사람을 만날 기회를 얻게 되지요.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려면 다양한 부류의 사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배우는 겁니다.”



● 실패가 혁신을 이루는 자연스러운 과정인가요.



“맞아요. 기꺼이 실패할 자세가 돼 있다는 것은 혁신 과정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은 너무 중요해서 제가 학생에게 ‘실패 이력서’를 쓰게 했어요. 자신의 큰 실수를 요약해놓은 이력서라고나 할까요. 또 실패로 인해 배운 점도 쓰게 했지요. 실패 이력서는 실패가 학습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그래서 직원을 뽑을 때도 성공 때문이 아니라 실패 경험 때문에 뽑기도 합니다. 실패는 다시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가능성을 높여주지요. 실패는 또 당신이 능력을 확대하는 도전을 해왔다는 방증이기도 하지요. 더 많은 성공을 원한다면 더 많은 실패를 견뎌내야 합니다. 실패가 없으면 성공도 없습니다.”



●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키는 프로그램은 어떤 게 있습니까.



“독특한 과정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메이필드 펠로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이는 성장 기업에 대한 이론과 실용적 이해를 돕는 9개월짜리 체험학습 프로그램이지요. 전공은 상관없지만 스탠퍼드 대학원생 또는 학부생 가운데 출중한 12명만 등록할 수 있습니다. 학생은 교실에서 한 학기 동안 다양한 사례 연구를 통해 기업가 정신을 공부한 뒤 여름 동안 신생기업에 직접 유급 인턴사원으로 들어가 일해볼 기회를 갖습니다. 각 학생은 이 프로그램 이수자, 벤처캐피털리스트, 법조인, 최고경영자(CEO) 등 4명의 멘토에게 도움을 받아요. 인턴 과정이 끝나면 현장에서 겪은 경험을 10주에 걸쳐서 다른 학생에게 알려줍니다. 기업가 정신 주간, 세계 혁신 토너먼트, 사업계획 경연대회 등도 있어요.”



● 스탠퍼드대가 실리콘밸리에서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스탠퍼드대는 신기술과 인재의 원천이고요, 아이디어가 활발히 교류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스탠퍼드대와 실리콘밸리 사이의 벽은 침투하기가 아주 쉽지요. 사람·아이디어 등의 교류가 쉽게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면 실리콘밸리의 유능한 사람이 수업에서 강연을 하고 학생의 멘토가 되고, 프로그램을 후원해주기도 합니다. 게다가 실리콘밸리의 기업은 스탠퍼드대의 첨단 연구물을 접할 수 있습니다. 기업은 또 스탠퍼드대 졸업생을 고용하고요.”



● 스탠퍼드 의대에서 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땄는데요. 어떻게 기업가 정신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 내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경영 쪽에서 일하기를 원했지요. 내 능력이 연구실에서 고립된 채 일하는 것보다 팀을 이뤄 일하는 데 더 맞아요. 외향적이고 사교적이거든요.”



● 한국에 조언을 한다면.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많지 않아서 말하는 게 부적절한 것 같아요. 다만 이 점은 말할 수 있겠네요. 기업가적인 환경을 만들려면 젊은이에게 여러 가지 답이 나올 수 있는 문제에 도전하도록 해야 합니다. 위험을 감수할 기회를 줄 필요가 있어요. 만약 융통성이 없고 실수할 여지도 남겨두지 않았다면, 젊은이에게 실험할 공간을 주지 않은 겁니다. 실험은 기업가 정신의 핵심입니다.”



티나 실리그



1985년 스탠퍼드대 의대에서 신경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컨설팅기업 부즈앨런해밀턴의 컨설턴트, 컴팩 컴퓨터의 멀티미디어 프로듀서로 근무했으며 멀티미디어회사인 ‘북브라우저’를 창업하기도 했다. 15개의 각종 저서가 있으며 국내에 번역된 책으로는 『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이 대표적이다.






j 칵테일>> 스탠퍼드대 출신 기업가



스티브 발머(54)



스티브 발머(54)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 스위스계 아버지와 유대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하버드대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GSB)에 진학했다. 1980년 GSB 재학 중 학업을 그만두고 마이크로소프트에 합류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24번째 직원. 현재 재산은 145억 달러.



세르게이 브린(37)



세르게이 브린(37)
러시아계 미국인. 구글 창업자. 스탠퍼드대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던 1998년 래리 페이지와 함께 실리콘밸리의 한 주차장을 빌려 구글을 창업했다. 창업 후 5년여 만에 억만장자 반열에 들어섰다. 브린과 페이지는 재산이 175억 달러에 달해 인터넷 기업가 가운데 가장 많다. 전 세계 부자 순위는 24위.



필립 나이트(72)



필립 나이트(72)
나이키 창업자 겸 회장. 고교부터 대학 때까지 육상선수로 활약했다. 1959년 대학(오리건대 경영학과)을 졸업하고 사업가가 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스탠퍼드대 GSB에 진학했다. GSB 졸업 2년 뒤인 1964년 육상팀 코치였던 빌 보어만과 500달러씩 투자, 나이키 전신인 블루

리본스포츠를 창업했다. 재산은 102억 달러로 세계에서 62위.



칼리 피오리나(56)



칼리 피오리나(56)
전 휼렛패커드(HP) 최고경영자. 스탠퍼드대에서 철학과 중세역사를 전공했다. AT&T의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10년만에 부회장까지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1999년 경영위기를 겪던 HP의 CEO

로 취임하면서 실리콘밸리 최초의 여성 CEO가 됐다. 2005년까지 HP의 CEO로 재직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캘리포니아주의 상원의원 공화당 후보로 출마 예정.



제리 양(42)



제리 양(42)
미국 인터넷 사이트 야후 창업자. 대만 타이베이에서 태어난 그는 10살 때 미국 새너제이로 이민했다. 1994년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하다 데이비드 필로와 함께 웹사이트 목록을 정리한‘제리와 데이비드의 월드와이드웹 가이드’를 선보였다. 이후 이 사이트가 인기를 끌자 95년 야후를 창업했다. 현재 재산은 13억 달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