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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 격돌 예고] 잠적하거나 불응하거나

중앙일보 2010.08.18 02:21 종합 1면 지면보기
국회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회장은 김태호 총리 후보자에게 수만 달러의 돈을 줬다는 의혹의 관련 당사자다. 남 사장은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 측에 자신의 연임을 위해 로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전 회장의 부탁을 받고 김 총리 후보자에게 돈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뉴욕 한인식당 사장 곽현규씨도 종적을 감춘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드러났다.


김태호·이재오 핵심 증인들 인사청문회 출석 안 할 듯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국회 출석을 거부한 증인에 대해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의 증인이 불출석한 경우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처벌받은 경우는 한 차례밖에 없었다. 2007년 3월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 고발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박연차 전 회장은 건강상 이유로 25일 열릴 총리 후보자 청문회에 출석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병보석을 받아 서울 삼성병원에 입원해 있다. 김덕배 비서실장은 17일 “박 전 회장의 건강이 최근 나빠져 18일 종합검진을 받는다”며 “검진 결과 의사 소견에 따라 출석여부를 결정하겠지만 장시간 청문회 증인으로 앉아 있을 만한 건강상태가 아니다”고 말했다. 곽현규 사장의 경우 ‘8·8개각’ 직후 잠적했다. 17일 국회 관계자가 국내 거주지를 방문했으나 증인출석요구서를 전달하지 못했다.



대검은 총리 후보자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과 우병우 대검 수사기획관이 출석하지 않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직 검사가 수사와 관련해 청문회에서 증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히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수사 책임자(노 지검장)를 증인으로 채택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현 변호사) 전 대검 중수부장은 청문회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오 후보자의 청문회 증인 출석과 관련,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남상태 사장은 23일 프랑스, 24일 네덜란드에서 각각 해양플랜트 수주계약이 있어 유럽으로 출장을 떠나는 만큼 23일 열릴 이 후보자 청문회에 출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이 남 사장 연임로비에 간여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대상으로, 이 후보자 측근인 오동섭 대우조선해양건설 고문은 출석 의사를 밝혔다. 오 고문은 “전혀 거리낄 게 없기 때문에 당당히 출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비자금 조성의혹과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경우 본지가 출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핵심 증인들이 청문회에 불참한다고 밝히거나 불출석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청문회는 부실을 면치 못할 걸로 보인다. 총리 청문특위 민주당 간사인 박영선 의원은 “후보자 의혹과 관련된 증인들이 청문회 출석을 기피하면 고발 조치할 것”이라 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간사인 이군현 의원은 “개별 증인의 출석여부는 당사자 의사에 달려 있는 만큼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정효식·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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