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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LG ‘모든 게 네 탓이오’… 선수 따로 코치 따로

중앙일보 2010.08.18 00:31 종합 24면 지면보기
올 시즌 프로야구 LG 선수들 사이의 유행어는 ‘가스’다. 화생방 같은 비상사태를 빗댄 말로 ‘감독의 심기가 불편하니 조심하라’는 뜻의 은어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간의 괴리감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재능만 믿고 훈련 않는 선수들
팀 갈등 봉합 못하는 감독
올 ‘가을 야구’도 물 건너간 듯

최근 몇 년간 LG는 박명환·이진영·정성훈 등 자유계약선수(FA)와 이택근·이병규 등 스타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하지만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뒤 가을잔치에 한 번도 나서지 못했고, 올해도 하위권(6위)에 머물러 있다. 17일 현재 25경기가 남아 있으나 4위 롯데와는 6.5경기 차로 벌어져 있어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 건너가고 있다는 평가다. 야구인들은 “LG는 그렇게 좋은 선수들을 다 ‘수집’해 놓고 있는데 왜 성적을 못 내나”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해마다 끊이지 않는 불화=지난해부터 외부로 노출된 LG 선수단 내 갈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올 시즌 초 이형종이 인터넷을 통해 팀과 감독을 비난해 파문을 일으킨 데 이어 최근에도 서승화가 2군행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LG구단은 서둘러 봉합에 나섰으나 불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올해 새로 부임한 박종훈 감독은 팀 성적과 체질 개선, 유망주 육성 등을 목표로 내세웠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실패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선수들 내에 감독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다. 선수단 사이에 ‘감독이 쌍마(구단 홈페이지 팬 게시판인 쌍둥이마당)를 보고 라인업을 작성한다’ ‘선수 교체와 작전 타이밍이 이상하다’ ‘감독 탓에 놓친 게임이 십수 경기는 될 것’ 등 온갖 루머가 오간다. 선수들은 경기 전 훈련 때 감독을 피해 다니기 일쑤고,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도 감독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는다.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으름장을 놓거나 달래 보기도 했으나 전임 감독들과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따로 노는 선수·코치·프런트=체질 개선과 유망주 육성 실패 역시 팀 성적 부진과 무관치 않다. 당장 성적을 올려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새 얼굴에게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지 못한다. 선수들의 개인주의와 패배주의도 문제다. 일부 선수는 재능과 기량만 믿고 노력을 소홀히 한다. LG의 한 코치는 “코치가 훈련하라는데 하지 않는 선수들은 처음 봤다”고 쓴소리를 했다. 반면 몇몇 선수는 “LG 야구는 자율과 신바람 야구다. 선수들이 하고 싶은 대로 놓아 두면 오히려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반박하곤 한다.



구단 프런트도 책임이 크다. 선수단 내 인화를 위한 중재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는 평가다. 오히려 구본준 구단주와 친분을 앞세워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프런트 내 권력 이동에만 주목하며 보신에 힘쓰고 있다는 소리가 무성하다. 선수들보다 구단 측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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