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코리안 디자인 프로젝트 ⑥ 숙명여대 대학원생들, 조각가 ‘문신’을 재해석하다

중앙일보 2010.08.18 00:16 경제 22면 지면보기
이달 주제는 유럽에서 더 유명한 한국의 1세대 조각가 문신(文信, 1923~1995)의 예술이다. 문신 선생은 서울 올림픽공원에 있는 88올림픽의 대표적 기념 조형물인 25m짜리 ‘올림픽 1988’의 작가다. 그는 시메트리(대칭) 조각이라는 독창적 예술세계로 해외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조각계의 세계적 거장’ ‘미래가 기억해야 할 예술가’로 꼽히는 이다. 척박했던 시절, 한국에도 조각가가 있음을 세계에 알렸던 예술가가 문신이다. 한국인 거장의 작품을 모티브로 숙명여대 의류학과 대학원생 5명이 패션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했다.


꽃잎처럼 나비처럼 … 대칭서 찾은 ‘한국의 미’

숙명여대엔 ‘문신미술관’이 있다. 그래서 문신의 작품에 대한 자료가 풍부하다. 학생들은 문신의 작품을 통해 우리 옷과 일맥상통하는 특징을 발견해냈다. 다양한 기하학적 도형에서 출발한 그의 조각과 사각의 조합인 한복이 닮은꼴이라는 것. 자유분방한 듯하면서도 대칭의 미를 이루는 문신의 조각과 풍만한 무작위성 속에서도 작위성이 느껴지는 것 또한 우리 옷이었다. ‘한국의 미’가 미술과 패션에서 기묘하게 통했다.



글=이도은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미래 디자이너들

“모시·삼베 쓰며 걱정했는데 모던한 분위기와 잘 어울려”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한 학생들은 ‘선수’였다. 학부 때부터 한국복식 관련 수업을 들었고, 대학원에선 아예 전공으로 삼았다. 우리 옷을 현대적 감각으로 바꾸는 일이 주요 과제였다. 더구나 이번 프로젝트를 하기 전부터 이미 현장작업을 해왔다. 올 9월 문 여는 ‘백제역사재현단지’를 위해 고증·재현 작업에 참여했고, 같은 달에 열리는 울산세계옹기문화엑스포의 오픈닝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채금석 지도교수와 함께하는 이른바 ‘한스타일팀’이었다.



하지만 ‘문신’이란 주제는 학생들을 당황시켰다. 황이슬(23)씨는 “처음엔 타투를 말하는 건가 잘못 알 정도로 그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고백했다.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것조차도 난해했다. 김소희(29)씨는 “우주의 생명과 자연의 유기체적 형상을 표현한 작품들을 옷으로 풀어낸다는 게 여간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1주일에 미술관을 서너 번씩 들락거리고 도록을 보고 또 보면서 두 달을 보냈다.



“아이디어의 영역 넓힌 기회”



그래도 선수는 선수였다. 조각 작품의 바탕이 되는 드로잉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그림들은 언뜻 보면 복잡해 보였지만 다양한 기하학형의 조합이었다. 그 점을 제작기법에 적용했다. 서양 옷처럼 몇 개의 똑 떨어진 패턴을 쓰지 않았다. 손맛으로 조각조각을 이어 붙여 실루엣을 만드는 것으로 큰 틀을 잡았다. 그러다 보니 곡선의 자유분방함도 우리 옷의 특징도 그대로 살아났다. 색깔 선택은 은은한 문신 디자인에서 응용했다. 변영희(36)씨는 “미술작품이 패션의 모티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면서 “앞으로 다양한 예술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겠다”고 말했다.



노방·삼베의 재발견



학생들은 노방·삼베·모시를 공통적으로 썼다. 전통적인 원단이면서도 공단처럼 중국 분위기가 나는 소재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처음에는 현대적 감각의 옷과 잘 맞을까 걱정했다. 김성현(26)씨는 “모시나 삼베 하면 할머니·할아버지가 떠올랐는데 의외로 천연 색상과 질감이 모던한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고 말했다. 김지연(28)씨도 서울 종로의 광장시장을 수없이 드나들면서 예쁘게 손염색된 삼베·모시에 감탄했다. “은은한 빛깔의 노방을 만지막거리면서 내 옷도 하나 만들어 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이도은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