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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되는 한국사 교육 대비 … 관련 시험 수상자들에게 듣는다

중앙일보 2010.08.18 00:08 Week& 15면 지면보기
‘우리 역사 바로알기’대회에 함께 참가해 대상을 받은 문성원·정원 쌍둥이 자매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역사 공부를 추천했다.
학교와 학생, 학부모들 사이에서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서울대가 최근 2014년도 입시부터 고교에서 한국사 과목을 이수하지 않은 학생은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워야 할 내용도 많고 범위도 방대해 한국사는 여전히 인기 없는 과목이다. 그런데 “흐름만 알면 가장 재미있고 쉬운 과목이 역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각종 시험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학생들에게서 한국사 정복 노하우를 들어봤다.


만화보고 답사 가며 재미 붙이면 오천년 역사 어느새 머릿속에

글= 박정현 기자

사진= 황정옥 기자



흥미 유발-만화로 역사에 흥미 가져



홍윤기(경남 김해외고 3)군은 지난 5월 국사편찬위원회가 주관하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대학 전공학습 수준에 해당하는 1급을 받았다. 고등학생인 그가 이런 실력을 갖게 된 데는 초등 4학년 때 읽은 『만화로 읽는 조선왕조 500년사』의 공이 컸다. 만화로 역사에 대한 흥미를 느낀 후 그 재미에 빠졌다.



고등학생이 된 후 국사 시험을 볼 때 역사 만화가 또 한번 효력을 발휘했다. 만화책에서 봤던 장면들이 떠올라 암기가 잘 됐다. 예컨대 산 위에 서 있는 그림을 봤던 게 생각나 신라왕의 호칭 ‘마립간’을 쉽게 외울 수 있었다. 마립간의 마립은 ‘마루(宗)’ ‘마리(廳)’와 같은 어원의 말로 ‘높은 자리’를 의미한다. 홍군은 “국사는 한자가 많아 용어가 어려운데 만화는 이것을 그림으로 풀어 이해하기 쉽다”고 말했다.



국사 과목에서 1등급을 놓친 적이 없는 김혜미(충주 중산외고 3)양은 조선왕조실록을 만화로 엮은 책을 보고 조선사를 정리했다. 그는 “역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만화로 흥미를 갖는 것이 좋다”고 추천했다. 간혹 자녀가 만화책만 본다며 걱정하는 부모들이 있다. 홍군은 “내용이 깊어지면 만화로 해결이 안 돼 자연스레 글책(그림 없이 글로만 된 책)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1급을 받은 김태영(연세대 원주캠퍼스 사회과학부 1)씨는 부모님이 처음 사준 책이 이순신 장군을 다룬 책이었다. 열 번을 읽은 후 계백, 을지문덕으로 이어졌다. “어린 나이에 전쟁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역사에 재미를 느꼈죠.” 만화 못지 않게 ‘역사 드라마’도 역사에 흥미를 일으키는 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김씨는 “허준이나 대장금 등 재미있는 사극을 시청하다 보면 역사에 대한 관심도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관심 확장-견학·책·신문·인터넷으로 폭넓게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주최하는 ‘우리 역사 바로알기 대회’에 함께 참가해 대상을 받은 문성원(서울대 자유전공학부 2)·정원(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2) 쌍둥이 자매는 어려서부터 역사 전시관이나 박물관 견학을 많이 다녔다. 고등학교 역사 교사였던 어머니 덕분에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역사 공부를 했다. 문정원씨는 “눈으로만 보는 견학은 도움이 안 된다”며 “미리 정보를 얻는 과정에서 관심을 갖고, 현장에서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문성원씨는 초등학생 때 개인박물관에서 봤던 분청사기의 소박한 멋이 기억에 생생하다. 양반 취향의 청자나 백자와 달리 서민들이 사용해 구수한 맛이 난다는 걸 견학 후 자료를 정리하며 알게 됐다.



김양은 역사적 내용이 세분화돼 출간된 역사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청소년을 위한 조선왕조사나 위인전 등은 시대별, 인물별로 구성돼 있다. 두께는 얇지만 자세한 내용이 담겨 있어 학습에 효과적이다. 그는 “역사의 전반적인 흐름을 알고 난 후 내용을 세분화하면 이해가 훨씬 쉽다”고 말했다. 문성원씨는 역사 관련 이야기책을 보고 오히려 더 알고 싶은 자극을 받았다. “역사를 잘 알면 이야기책들이 내용 면에서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며 “사실 파악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인터넷도 훌륭한 역사 선생님이다. 홍군은 최신 역사 뉴스가 있으면 이 기사를 스크랩한 블로그에 방문한다. 대부분 역사에 관심 있는 블로거들이 꾸민 곳이어서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고 정리-인과·공통점 찾으며 정리



김씨는 “사람들이 역사를 어려워하는 이유가 암기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며 “그보다는 인과관계나 공통점을 찾는 역사 공부가 좋다”고 조언했다. 왜 고구려가 멸망했는지, 임진왜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뭔지 등 경제·사회·문화적인 상황을 살피는 것이다. 예컨대 수취제도가 문란하면 농민반란이 일어났고, 그후에는 나라 대부분이 망했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양은 역사는 좋아하지만 직접 보질 못해 문화재 관련 부분이 비교적 취약부분 이었다고 말했다. 중·고등학생이 된 후 유물이나 유적지를 직접 찾아다니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눈으로 보지 않으니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고민 끝에 자신만의 유물 연표를 만들었다. 인터넷에서 사진 자료와 정보를 찾아 연대순으로 정리해 스크랩했다. “내신과 모의고사에 시대순으로 나오는 문제들이 있어 도움이 많이 됐어요.”



홍군은 『삼국유사』 등 역사책을 읽고 난 후 요약해 리포트를 작성했다. 『한국사통론』은 뜻을 이해하기 위해 옥편을 찾으며 네 번이나 다시 읽었다. 이러다 보니 역사 공부는 물론 한자 공부까지 됐다.



문성원씨는 수험생 시절 한 면에 정치·사회·경제·문화를 볼 수 있게끔 노트정리를 했다. 또 역사적으로 유명했던 지역을 지도에서 찾아 여백을 이용해 그 지역에서 있었던 일을 정리했다. 문씨는 “시험에는 순서, 시대 등이 뒤섞인 문제가 출제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정리하면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보면 사건의 결과가 또 다른 사건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역사의 큰 흐름을 읽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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