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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디바리 잘 쓰고 물려 주듯 그런 기분으로 감독 맡았어요”

중앙선데이 2010.08.13 23:24 179호 9면 지면보기
“제가 쓰는 악기 스트라디바리가 제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잘 쓰다가 다른 사람에게 잘 넘길 겁니다. 예술감독도 그런 기분으로 맡는다고 했습니다.”
약간 들뜬 기분에서였을까. 첼리스트 정명화(66·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말이 빨랐다. 표정엔 기운이 넘쳤다. 새로운 자리가 새로운 힘을 준 것인지도 모른다. 내년 제8회 대관령국제음악회의 예술감독을 동생 정경화(62·줄리아드 스쿨) 교수와 공동으로 맡게 된 터다. 8일 오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대관령국제음악회 새 예술감독 정명화 교수


-어떻게 감독을 맡게 되셨는지.
“감독 제의는 한 달 전쯤 있었어요. 저는 2회만 빼고 계속 참가해 왔는데, 강효 감독님이 7년간 워낙 잘해오셨던 관계로 ‘이 좋은 레벨을 유지하고 나름대로 알파만 추가하면 되겠구나’고 생각했지요. 챔버 음악 중심이었던 점도 좋았고요. 사실 내년엔 미국 아스펜 음악제 초청을 받았는데 정말 미안하다고 하고 취소했습니다.”

-어떤 구상을 하고 계시나요.
“뭐, 이제 시작인데요. 그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와달라고 얘기해야죠. 이번에도 많이 얘기했고요. 여름은 본격적인 시즌은 아니지만 최근 야외 음악제가 많이 열리면서 미리 예약을 해야 해요. 좋은 프로그램을 짜고 좋은 음악가를 많이 오게 해야죠.”

-정경화 교수는 이번에 못 오셨죠. 역할은 어떻게 나누실 건지.
“꼭 오고 싶어 했는데 여러 사정이 있어서요. 일을 무 자르듯 나눠 한다기보다 적절히 조절할 수 있어요. 우리 가족은 어려서부터 다 떨어져 살았지만 항상 연락하기 때문에 떨어져 산다는 생각도 잘 안 들 정도예요. 오늘은 누구를 만났고, 연주회는 어땠고, 이런 내용을 항상 전화로 얘기해 왔으니까요. 아무래도 제가 서울에 살기 때문에 많이 하겠죠. 서로 아는 사람이 다르니까 경화는 또 뉴욕에서 역할이 있을 것이고.”

-정명훈 서울시향 감독도 참여하나요.
“아직 프로그램을 짜지 않아 대답할 게 없네요. 아무래도 패밀리니까 뭔가 인볼브 되겠죠?”

-올해는 새 전용홀에서 음악회가 열렸죠.
“네, 630석 정도 클래식 전용홀입니다. 그런데 티켓이 부족해서 지난 주말엔 정말 난리가 났어요. 2012년에는 뮤직텐트라고 1300석짜리 컨버터블 극장이 완성됩니다. 옆을 터서 야외 음악회처럼 할 수도 있습니다. 무대가 커지니까 오페라나 교향악단 공연도 가능해지죠. 그럼 또 그걸 좋아하는 분들도 오실 수 있고.”

-야외 음악회가 인기였는데 올해는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올해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서 어려웠어요. 앞으로 당연히 할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정 교수의 남편 구삼열(69) 서울관광마케팅 대표가 거들었다. “사실 이런 무대를 여기서만 본다는 것은 너무 아깝죠. 이곳 잔디장에서 하는 스크린 음악회를 서울 한강둔치 반포지구에 설치된 스크린에서도 볼 수 있게 할 수도 있죠. 제 친구가 미술가인데 스키 설치대 부분에 나무를 깎아 놓은 것이 꼭 바리캉으로 머리 깎은 것 같다며 뭔가 설치 미술을 하면 좋지 않겠느냐 하더라고요. 또 평창 하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인데 이 주변에 메밀꽃이라도 좀 심어놓으면 분위기가 훨씬 살겠죠?”

구 대표에게 “외조를 잘 하셔야겠다”고 했더니 “강효 교수의 부인인 미세스 강 얘기를 하고 싶다”고 말을 이었다.
“제가 미세스 강 해오신 걸 보니 ‘(그렇게 열심인) 강 교수는 뭐하셨나’ 할 정도였어요. 그만큼 내조를 엄청나게 하셨다는 얘기입니다. 강 교수가 좋은 프로그램 만드는 데 진력했다면 미세스 강은 나머지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고 다 했는데, 그 노하우를 배우려면 내일 당장 사표를 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웃음). 하지만 앞으로 문화마케팅 할 것은 참 많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강원도에는 절도 있고, 산도 있고, 물도 있고, 심지어 카지노도 있습니다. 평창 올림픽에 대한 희망도 있고 하니 강원도의 이름을 세계에 널리 알려야죠. 트위터나 블로그 같은 첨단 홍보도 적극적으로 할 생각입니다. 어린이 음악회 같은 것도 얼마나 좋아요.”

정 교수 역시 강원도의 자연 조건이 매우 훌륭하다면서 예술가는 항상 자연과 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술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자연스럽다’는 것이죠. 자연스럽다는 것은 바로 자연과 함께 한다는 것입니다. 음악을 하는 데는 표현이 중요한데, 같은 하늘이라도 해질 때와 새벽녘이 다르지 않나요. 그럼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가 중요하겠죠. 그럴 때 자연만큼 도움이 되는 것은 없죠. 학생들이 이런 곳에서 자연과 벗하며 연주연습을 하면 표현력이 훨씬 풍성해집니다. 이런 게 음악가가 되는 과정이죠. 음악가가 악기만 잘해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음악적 풍요로움을 즐길 줄 알아야죠. 새로운 음악을 연주하고 또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보, 근데 어제 음악은 좀 헤비 했어. 사실 좀 졸았어.”
“그래도 페스티벌은 좀 앞서가야 해요.”
“그래도 내가 졸 정도면.”
“좋은 것은 처음에 힘들어도 금방 익숙해져요. 대중에 맞춰 내려가면 안 되죠. 훈련시키는 것도 중요해요. 귀의 레벨을 올리려면 훈련을 해야 하잖아요.”
부부의 대화는 대관령 아침 공기 속으로 그렇게 계속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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