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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뻬 패션쇼

중앙선데이 2010.08.13 23:17 179호 11면 지면보기
등산길 근처에 살다 보니 무리지어 오르내리는 등산객을 자주 봅니다. 아주머니 등산객의 사투리는 지역색이 뚜렷하지만‘노스~’ 상표가 찍힌 옷은 ‘국민 등산복’이라도 되는 양 모두 같은 차림입니다. 기능성 등산복이라 다들 그리 입는다고 합니다.
기능성 옷이라면 우리 동네 아줌마·할머니들의 ‘몸뻬 바지’만한 게 없어 보입니다. 화려한 꽃무늬 색에 모든 사이즈를 허락하는 고무줄 허리춤. 아무 데나 ‘털썩’ 앉을 수 있는 편리성에, 저렴한 가격. 몸뻬 바지는 시골에서는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기능성 옷입니다.

[PHOTO ESSAY]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오늘은 울력하는 날. 마을 길 청소를 위해 동네 아줌마·할머니들이 낫을 들고, 빗자루를 들고 그늘에 섰습니다. 몸뻬 바지 패션쇼입니다. 같이 있어 더 예쁩니다. 아줌마·할머니들의 예쁨은 행불행을 세월로 녹여낸 얼굴에서 시작해 꽃무늬 몸뻬 바지로 마무리됩니다. 산골 마을은 몸뻬 바지의 넉넉함을 닮은 아줌마·할머니들의 마음씨로
이럭저럭 꾸려집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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