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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 논쟁 정율성, 중국선 재조명 열기

중앙일보 2010.08.13 02:30 종합 23면 지면보기
광주 출신의 중국 음악가 정율성(1914~1976)을 놓고 광주에서는 생가 위치 논쟁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중국에서는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가 8년 만에 다시 상영되는 등 재조명사업이 활발하다.



정율성은 중국 국가를 작곡한 녜얼(<8076>耳), ‘황하대합창’을 창작한 셴싱하이(洗星海)와 더불어 중국의 3대 음악가로 꼽힌다. 지난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주년 때는 ‘신중국 창건 영웅 100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1914년 광주에서 태어나 화순 능주초등학교와 광주 숭일보통학교를 마치고, 19살 때 항일운동에 가담한 형들을 따라 중국으로 건너갔다. 옌안(延安)의 루신(魯迅)예술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했다. 1939년 중국 공산당에 가입했으며, 중국 인민해방군가인 ‘팔로군행진곡’과 중국의 아리랑 격인 ‘연안의 노래’ (延安頌歌) 등 360여곡을 작곡했다. 북한의 조선인민군 군가도 작곡했다.



광주시 남구는 2004년 정율성 기념사업을 시작하면서 남구 양림동 양림교회 부근을 생가 터로 지목하고 복원에 나섰다.



이에 대해 정씨 종친회가 동구 불로동 히딩크호텔 앞이 생가 터라고 맞서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2월에는 정씨 종친회 등으로 구성된 정율성기념사업회가 남구를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지난해 10월 역사학자와 음악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고증위원회를 구성했다. 광주시와 고증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결론을 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동구 불로동과 남구 양림동 모두를 정율성과 관련이 있는 곳으로 인정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남구와 정씨 종친회 모두 반발하고 있다. 정율성 유족 대표 박의란씨와 정은덕씨는 “양림동 79번지가 아닌 곳에 설치된 정율성 선생의 초상화 등 모든 것을 철거토록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고증위원회의 고증 결과 발표는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현재 양림동과 불로동 모두에 정율성 생가 표지석이 설치돼 있다. 중국 관광객들은 안내자에 따라서 양림동이나 불로동을 방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에서는 재조명 사업 활발=연합뉴스에 따르면 중국 건군 83주년을 맞아 ‘태양을 향하여’가 7월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베이징의 100개 극장에서 상영돼 약 30만명이 관람했다. 이 영화는 곧 중국 전국의 문화센터·학교·군부대 등지에서 상영될 계획이다. ‘태양을 향하여’는 정율성의 ‘팔로군행진곡’ 작곡 시절과 팔로군 여전사 출신 부인과의 사랑을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를 만든 조선족 박준희(56) 감독은 “고무적인 것은 고인의 음악세계를 연구해 온 한족 출신 전문가들이 앞장서 재상영을 추진하고 좌담회를 개최하는 등 본격적으로 재조명 작업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에서는 최근 고인의 외동 딸(67)과 정율성기념관장, 베이징 민족영화제 조직위원회 관계자 등이 모여 고인의 탄신 100주년(2014년) 기념 평전 출간과 대하 드라마 제작 등을 논의했다.



이해석·유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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